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9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이러브PC방은 2023년도 연중 캠페인으로 ‘요금 현실화’를 진행하고 있다. PC방 전문 미디어로서 ‘출혈경쟁’이라는 업계 병폐를 근절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된 업계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금 현실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PC방 업계의 지상과제는 코로나 이후 PC 가동률 회복이다. 업계의 힘찬 출발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다채로운 아이템들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아이템이 바로 로봇이다. 그러나 로봇도 요금 현실화라는 선결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락실의 전례가 PC방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PC방 전성기는 오락실 시체 위에서
1990년대를 살아온 PC방 업주라면 오락실에 대한 추억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오락실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동네에 무조건 한두 곳씩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오락실은 게임이라는 콘텐츠와 고가의 하드웨어로 중무장하고, 젊은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했다는 점에서 PC방의 선배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선배님이 잘나가던 시절에는 일도 편하고, 돈은 갈퀴로 긁어모은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자식놈이 공부 못하는 이유를 오락실에 전가해대는 학부모들의 비난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면 당시 오락실 업주였던 사람들은 이 시절을 제법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PC방 업계의 전성기로 회자되는 2000년대를 경험한 PC방 업주들이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밀레니엄 시대를 PC방 업주들은 그리워하지만 사실 오락실 업주들에게는 지옥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일단 주력 게임 타이틀의 세대교체가 잘 안됐다. 영원히 잘 나갈 것 같았던 ‘철권 태그 토너먼트’와 ‘킹오브파이터98’의 인기는 점차 시들해졌다.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값비싼 게임 기판을 들여놨지만 집객력은 기대 이하였다.

게임의 성패를 예측하는 능력이 없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이 한번 시작되자 이 악순환의 수레바퀴는 걷잡을 수 없이 굴러갔다. 오락실은 지루한 공간이 되었고, 당연히 알바생을 고용하기 어려워졌다. 종국에는 헐거운 버튼과 고장난 레버를 수리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라는 상상치 못한 외부요인까지 나타났다. 오락실 업주 입장에서 보면 이건 일종의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었다. 어제까지 철권과 킹오파에 목매던 청소년들이 하루아침에 변했다. 오락실 업주들이 대응할 현실적 방법은 없었다.

로봇 도입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나?
오락실은 PC방과 ‘스타크래프트’의 물결이 몰려오기 전에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 오락 한판에 무조건 100원이라는 통념에 저항하는 동시에 오락실에는 철권과 킹오파 말고도 수많은 명작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아울러 오락실 이용을 꺼리는 사람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매장의 시설을 일신해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오락실 업주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PC방 업주들과 다르게 당시의 오락실 업주들은 매장에 상주하면서 손님들의 의견과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저 요금 현실화를 실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PC방이 미래를 준비하는 PC 업그레이드, 인테리어 리모델링, 게이밍 기어 교체 등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은 당대의 경기에 영향을 받게 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무서운 이유는 너무 당연하다. 벌어들일 돈은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데 써야 하는 돈은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오락실 게임 한판처럼 이용요금이 상수로 처리된다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최근 시장 상황이 살벌한 만큼 PC방 업계의 로봇에 대한 관심과 열광은 자연스럽다. 업계의 지난 세월을 떠올리면 PC방 업주들은 더 비싸게 팔고, 더 많이 집객하는 방향보다 일을 더 하고, 인건비를 아끼는 쪽에 익숙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조리로봇의 가격에 열광할 업주는 없을 것이고, 업체들은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어 할부 상품을 내놓을 것이다. 더 개선되고 매력적인 로봇 제품도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것이며, 내가 구매한 로봇은 오락실의 ‘철권TT’와 ‘킹오파98’처럼 위상이 변해갈 것이다.

로봇이 PC방 업주의 순이익에 얼마나 일조할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로봇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교체하는 시도를 이어가기라도 하려면 투자비용을 상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3고라는 환경 속에서 투자비용은 요금 현실화를 이뤄내지 않고서는 마련하기가 불가능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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