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9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계속되는 압박에 은행권이 완전히 항복했다. 윤 대통령이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부각된 상생금융 시즌2의 구체적인 내용이 이달 중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할 수준의 이자부담 경감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자부담 경감을 비롯한 은행의 사회적 역할 수행을 약속하며 연내 상생안을 내놓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간담회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은 은행의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론하며 자영업·소상공인이 고금리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회의 횡재세 논의까지 언급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횡재세는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으로 인해 높은 수익을 올렸을 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전쟁 상황 또는 경제 위기 등 갑작스럽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부과됐던 전례가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고금리 상황에서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린 은행권에 대해 횡재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여당에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나타낸 바 있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은행에 대한 횡재세를 언급하며 국회의 분위기를 전달한 진의는 상생금융안을 풍성하게 마련해 세금폭탄을 회피하라는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2%(5조 4,000억 원) 증가했고, 이자수익으로만 44조 2,000억 원을 벌어들여 전년 동기 대비 8.9%(3조 6,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추산한 자영업·소상공인 차주는 약 313만 명이며, 이들의 대출 규모는 1,040조 원에 달한다.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자영업·소상공인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후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들의 역대급 이자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횡재세 논의는 결국 은행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소상공인 등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이자부담을 경감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보다 직접적으로 상생금융안을 추가적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다행히도 과거 어느 때보다 금융권이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 또한, 지원방안이 부작용 없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알아서들 세심하게 관리하고, 지혜를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양종희 KB금융·이석준 농협금융·진옥동 신한금융·임종룡 우리금융·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단, 빈대인 BNK금융·김기홍 JB금융·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등 지방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는 않았다. 8개 금융지주 회장들은 자영업·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키로 결정했으며, 향후 발생할 이자부담을 경감하는 방식을 검토키로 했다. 또한, 금융지주들은 은행 자회사와 추가 논의를 거쳐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 최종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엄포에 내색을 못하고 있을 뿐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화되지 않은 금융당국의 요구가 일종의 횡포로 느껴지는 측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지주들이 불만이 있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은행권 입장에서 보자면 상생안을 마련하는 것이나 횡재세가 부과되는 것이나 결과적으로는 별반 다름이 없다. 김 위원장은 횡재세 법안을 이자 감면 규모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기도 했는데, 법안에 따르면 횡재세 규모는 2조 원이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대상은 연내 확정한다는 계획이며, 그 규모는 2조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앞서 일부 금융지주사가 상생금융 방안으로 제안했던 환급 형태를 언급하고 있다. 금리를 낮춘다면 오히려 대출이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환급은 부채 증가 효과가 거의 없어서다. 어찌 됐든 금융지주들은 자영업·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직접적으로 덜어주는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편,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공동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 알려졌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잡음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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