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올해는 제법 눈에 들어와

게임계를 빛낼 별들의 축제 지스타 2017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지스타는 B2C관 신청이 조기 마감되며 일찌감치 흥행 전망을 밝혔다.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참가 신청한 것은 12년 만의 일이다.

이런 열기를 반영하듯 부스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대인 총 2,758부스로 집계됐다. 일반관객 전시인 B2C관은 130개사 1,655부스, 비즈니스 전시관인 B2B관은 527개사 1,103부스다. 이는 지난해 2,719부스를 넘어서는 규모다.

지스타를 앞두고 게임계의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는 반면, PC방 업계의 분위기는 다소 냉담하다. 최근 지스타의 흐름이 게임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돼 온라인게임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PC방 업주들은 지스타를 ‘VR스타’, ‘모바일스타’ 등으로 부르며 정서적 거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까탈스러운 미식가라도 대형 뷔페음식점에 가면 그래도 입맛에 맞는 메뉴가 있기 마련이다. PC방 업주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고려해 지스타 2017에서 주목할 부분만 뽑아봤다.

게임사는 딱 5개만 기억하세요
지스타 2017에 참가하는 660개 회사 중에서 PC방 업주가 눈여겨볼 게임사는 손으로 꼽을 수 있다. B2C 전시관 외곽을 둘러싼 대형 부스만 기억하면 된다. 이에 해당하는 게임사는 7개로 압축된다.

메인 스폰서인 넥슨과 프리미어 스폰서인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블루홀, 액션 명가 KOG와 관록의 그라비티, 모바일게임의 대표주자 넷마블게임즈 마지막으로 부산해협을 건너온 반다이남코다.

우선 넥슨과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가 각각 300부스로 B2C 전시관 좌우에 우뚝 서있다. 지스타 13년차 넥슨은 올해도 어김없이 신작 온라인게임들을 선보일 예정이고,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형태의 이스포츠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다양한 온라인게임을 들고 나온다.

다음으로 화제의 게임사 블루홀이 북쪽을 지킨다. 블루홀은 ‘2017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at G-STAR’를 진행하는 동시에 신작 MMORPG <에어(AIR)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연존도 운영한다.

한편, 관록의 KOG와 왕년의 그라비티는 B2C관의 남쪽을 양분한다. KOG는 모바일게임들과 함께 온라인 액션게임 <커츠펠>을, 그라비티 역시 모바일게임과 함께 PC MMORPG <라그나로크: 제로>를 들고 나온다.

마지막으로 넷마블게임즈, 반다이남코가 나머지 2개 부스를 메우는 모양새다. 다만 이들은 온라인게임이 아닌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으로 무장하고 있는 만큼, PC방 업주가 주목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넥슨

넥슨은 언제나 지스타에 참가할 때 부스가 모자르다. 준비 중인 신작 라인업이 탄탄하다보니 지스타 출품작 라인업 역시 두둑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런 사정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올해는 온라인게임 시연에 집중해 기대 신작을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다.

<피파온라인4>는 ‘LIVE & BREATHE FOOTBALL’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스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게임 플레이 및 AI를 ‘EA SPORTS FIFA 17’ 엔진에 기반해 PC 온라인 환경에 최적화했고,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요소는 ‘EA SPORTS FIFA 18’ 엔진으로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차세대 엔진을 바탕으로 실제 선수들의 모션 캡처와 유수 리그의 라이선스를 획득해 경기장, 관중, 현장음, 해설까지 실제 축구를 경험하는 듯 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선수의 개인기, 세트피스, 축구공의 움직임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디펜스 시스템 등을 활용한 전략적인 플레이까지 다양한 요소를 한층 발전된 비주얼로 담아냈다.

<니드포스피드엣지>는 레이싱게임의 대표 주자 ‘니드포스피드’ 시리즈를 활용한 넥슨의 차세대 레이싱 게임이다. 오는 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시범서비스(OBT) 일정과 주요 소식을 공개하며, 지스타 현장에서 공개시범테스트(OBT) 빌드를 시연할 전망이다. <카트라이더>의 흥행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타이탄폴온라인>은 지난 9월 2차 비공개시범테스트(CBT)를 마치고 4분기 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인기 IP(지식재산권)로 자리잡은 ‘타이탄폴’은 속도감 넘치는 FPS와 거대 로봇을 활용한 전투의 결합이 특징이다. <천애명월도>는 고룡의 원작 소설 ‘천애명월도’ IP를 기반으로 개발된 정통파 무협 MMORPG로, 탄탄한 스토리에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전투 시스템과 스릴 넘치는 경공 그리고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무협 매니아들의 눈도장을 찍는다.

마지막으로는 <배틀라이트>도 지스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스팀(Steam)에서 게이머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AOS게임 <배틀라이트>의 국내 퍼블리셔로 넥슨이 나선 것이다. 특히 지스타 프리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내부에서 인기가 많고, 컨트롤과 전략이 중요한 스타크래프트 감성도 있다. PC방과 궁합이 좋을 것”이라는 멘트가 나와 기대를 모은다.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

액토즈소프트의 자회사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지스타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임사다. 이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을 일절 보유하지 않은 게임사가 500억 원을 투자해 신규 브랜드 WEGL(World Esports Games & Leagues)을 출범하고 가장 큰 부스에 자리잡았다.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가 추구하는 이스포츠의 핵심은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게이밍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기존 이스포츠에 게임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한 WEGL의 성격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WEGL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오디션 프로그램 ‘게임스타 코리아’, <철권7> 팬들을 위한 드림 매치 ‘슈퍼파이트’, 빅스트리머들이 출동한 크리에이터 대전 ‘마인크래프트 프리미어’, 한국 vs 전 세계 구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하스스톤 KOREA vs WORLD’, <오버워치> 여성최강팀을 뽑는 PC방 대회 ‘올 포 레이디스’, 인디게임 <루프레이지>와 손잡은 이스포츠 활성화 등은 기존의 이스포츠 프레임을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를 방증하듯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의 부스는 총 12개의 다채로운 게임들로 채워질 예정이지만 액토즈소프트의 게임을 일절 찾을 수 없다. 지스타 현장에서 펼쳐질 WEGL 파이널에는 <하스스톤>, <마인크래프트>, <철권7>, <루프레이지> 등 각 종목을 대표하는 해외 선수들을 초청해 국내 정상급 선수들과의 매치업이 펼쳐진다.

팬들이 원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경기를 실제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최근 몇 년 간 실종된 지스타의 ‘보는 재미’를 다시 부활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스타 현장에서 진행될 ‘WEGL 파이널’의 전초전이라 할 ‘WEGL 프리미어'에는 참가신청이 쇄도해 게이머들의 관심도를 증명했다.

실제로 ’WEGL 마인크래프트 프리미어‘ 1차 예선전에 6만 명이 동시에 몰려 경기 결과를 지켜봤고, 'WEGL 하스스톤 프리미어’ 예선이 진행된 서울시 성북구의 PC방은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아울러 글로벌 명성은 높지만 국내 인지도는 낮은 <DJ맥스 리스펙트>,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등도 선보일 예정이고, 인디게임 <루프레이지>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는 등 아이덴티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지스타에서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개성을 내뿜을 것으로 보인다.

블루홀

블루홀은 당연히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를 들고 나온다.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이 아닐뿐더러 이미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흥행작이다. 때문에 블루홀은 이번 지스타 2017 집객에 엄청난 동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일단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이스포츠 대회 ‘2017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at G-STAR’를 개최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아시아 최고수 20팀 80명(한국인 6팀 24명 예정)이 출전하여 실력을 겨루며 17일 듀오모드를 시작으로 18일 솔로모드, 19일 스쿼드모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스포츠 대회 외에도 블루홀은 관람객들에게 게임시장의 기린아로 대중에 알려져 있는  <배틀그라운드>를 선보일 수 있는 체험존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람객 연령대가 다양한 지스타 현장을 고려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이 아닌 15세 버전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차기작인 <에어>도 모습을 드러낸다. <에어>는 부서진 행성과 부유도로 이루어진 세상을 배경으로 진화된 기계 문명과 마법이 공존하는 MMORPG로 다양한 비행선과 탈 것을 이용한 RvR(진영 대 진영), 공중 전투 등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에어>는 RvR 전장 체험과 자유 체험을 선보이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치며…
기억력이 좋은 독자라면 지금쯤 KOG와 그라비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 같다. KOG는 회사의 장점을 살려 온라인 액션게임을 내놓는다. <커츠펠>은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콤비네이션 PvP인 실시간 듀얼 전투를 즐기는 게임으로, 지스타 현장에서는 게임 패드 기반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라비티가 선보일 <라그나로크: 제로>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리뉴얼 이전을 추억하는 유저들을 위한 일종의 클래식 버전이다. 원작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기존 UI, 사냥 플레이, 전투 및 밸런스를 개선했으며, 고정되어 있던 아이템 옵션을 유저가 입맛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한편, 올해 지스타는 라이엇게임즈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 국내에서 유력한 해외 게임사들이 자취를 감췄고, 신작 소식이 있는 엔씨소프트 마저도 불참을 선언했다. 그래도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대작이 출전한다는 점과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보는 재미’의 부활 움직임 그리고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신작 온라인게임 출전 소식에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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