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8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과 RPG 장르는 오랜 인연을 맺어온 중요한 관계다. 과거 ‘바람의나라’를 비롯해 ‘리니지’ 시리즈,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다양한 RPG들이 PC방을 호령해왔으며, 지금의 PC방이 있게 한 일등공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RPG 장르의 인기는 과거에 그것에 비해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급기야 지난달 인기 RPG 디렉터가 라이브 방송에서 “MMORPG는 대세 장르가 아니다”라고 언급해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해당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깊은 상실감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PC방 역시 예전만 못한 RPG 인기를 관계자의 입을 통해 실감하게 된 사례였다.

PC방을 호령했던 RPG들이 최근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말 RPG가 대세가 아닌지, PC방에 더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건지 살펴봤다.

RPG 하락세는 맞는 말
RPG 장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최근 PC방 게임 통계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달 PC방 점유율 TOP10에서 RPG 장르는 ‘메이플스토리’와 ‘로스트아크’, ‘던전앤파이터’ 등 3종뿐이었다.

TOP10 말단에 위치한 RPG 3종의 점유율 합은 주말 기준 약 10%에 그쳤다. 이를 평일 기준으로 집계한다면 TOP10 내 RPG 장르의 점유율 합은 10%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TOP10 게임들의 점유율 합이 90%에 달하는 만큼 PC방에서 RPG의 비중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은 사실인 셈이다.

하지만 PC방에서는 게임의 점유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손님들의 체류시간이다. PC 이용료가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먹거리 매출 비중이 커졌고, 매장에 오래 머물면서 먹거리도 주문하는 이른바 장타 손님이 전체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시 게임트릭스 통계로 돌아와 각 게임별 체류시간을 살펴봤다. PC 가동률이 가장 높게 나오는 토요일을 기준으로 하고 조사 범위를 점유율 상위 20위까지로 확대해 대상을 넓혔다. 그 결과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를 이용한 손님은 2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체류했고, 그 외 RTS와 FPS 장르를 이용한 손님들은 대체로 1시간에서 2시간가량 PC방에 머물렀다.

반면 RPG 장르를 즐긴 손님들의 체류시간은 2시간을 기본으로 넘겼다. 앞서 언급한 TOP10 내 RPG인 ‘메이플스토리’는 2시간 24분, ‘로스트아크’는 2시간 51분, ‘던전앤파이터’는 3시간 13분을 기록했다. 중위권 RPG들 역시 평균 2시간에서 3시간가량 손님들을 매장에 머물도록 했으며, 특히 ‘오딘’의 경우 4시간에 가까운 체류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RPG 장르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PC방 매출에 기여도가 큰 장르는 손님들의 체류시간이 월등히 높은 RPG 장르라는 결론이 나온다.

PC방 점유율 TOP20에서 RPG 장르의 체류시간이 타 장르를 압도했다 (자료=게임트릭스)
PC방 점유율 TOP20에서 RPG 장르의 체류시간이 타 장르를 압도했다 (자료=게임트릭스)

RPG의 재도약은 어려울까
업계를 뒤흔들 RPG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지만 매년 RPG 신작은 꾸준하게 출시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1분기 안에 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출시되며, 상반기 안에 ‘디아블로4’와 ‘TL’ 등 굵직한 신작이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달 스팀이 올해 출시될 신작들을 소개하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는 국내 RPG 신작 ‘다크앤다커’가 게이머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법적 분쟁은 차치하더라도 게이머들의 관심이 아직 RPG에 남아있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게임사들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에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수년째 ‘리니지M’과 ‘오딘’ 등 MMORPG 장르가 매출 선두그룹을 독차지하고 있고, 멀티플랫폼과 크로스플레이 지원이 대세가 되면서 PC와 모바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PC RPG 역시 흥행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MMORPG는 대세 장르가 아니다’라는 언급은 아직 이른 것이 아닐까.

구글 플레이 기준 매출 상위권은 MMORPG가 차지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기준 매출 상위권은 MMORPG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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