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월호(통권 38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컴퓨터 프로세서는 인텔과 AMD의 CPU, 엔비디아와 AMD의 GPU 등 두 종류다. AMD가 라데온을 인수하면서 두 분야 모두 일인자와 싸워야 하는 다소 불리한 입장이지만, 지난해 4분기에 차세대 CPU 라파엘을 통해 보급형 라인업을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선방하고 있다.

올해는 인텔 코어 13세대와 AMD 라이젠 7000 시리즈 CPU, 엔비디아 지포스 RTX40 시리즈와 AMD 라데온 RX7000 시리즈 모두 보급형 모델이 출시된다. 대부분은 2023 CES 개최 시기에 맞춰 공개되고 이르면 1월 말 출시 가능성도 있지만, 일부 제품은 1분기 이후로 출시 시기가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23년 한해를 지배하게 될 분야별 보급형 프로세서는 어떤 제품이 될 것인지,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를 갈무리했다.

그래픽카드 삼파전은 ‘안 될 거야 아마’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4분기는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3사가 되면서 삼파전이 벌어질 예정이었다. 인텔의 세 번째 AIB 그래픽카드 도전으로 만들어진 아크 A(알케미스트) 그래픽카드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포스-라데온-아크 3대장의 정상결전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직 그래픽카드 시장은 ‘양대 산맥’이란 말로 갈음할 수 있을 듯하다.

인텔 아크 A770 그래픽카드는 DX12와 벌칸 기술과의 궁합이 좋다. 문제는 DX11 이하 버전에서는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경쟁사의 같은 가격대 모델에 성능이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게다가 국내에는 서드파티 제품 없이 인텔 리미티드 에디션만 출시됐는데, 이는 여러모로 그래픽카드 제조사들로부터 아크 시리즈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인텔 1세대 아크 시리즈의 시장 진입은 실패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인텔의 그래픽 책임자 라자 코두리 수석부사장은 2세대 B(배틀메이지) 모델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사실상 자신의 의지가 온전히 투입되는 것은 배틀메이지부터라는 해석이다. 설계전력 220W급 그래픽카드가 보급형과 고성능 라인업 사이에서 경쟁을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와 함께 아크 칩셋을 인정받고 서드파티와 손을 잡는 것도 인텔의 중요한 과제다. 올해가 가기 전 그래픽카드 삼파전을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인텔의 AIB 그래픽카드 로드맵은 실현될 수 있을까?
인텔의 AIB 그래픽카드 로드맵은 실현될 수 있을까?

출시 순서는 1등, 그러나 온도는 어쩔건데?
AMD 라이젠5 7600X

4개의 차세대 프로세서 중 가장 먼저 시장에 나타난 것은 AMD의 CPU 라이젠5 7600X다. 참고로 시장에서 7000 시리즈를 5세대로 통칭하고 있는데, AMD는 전작 5000 시리즈와 더불어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AMD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게다가 7000 시리즈를 5세대로 부르는 것은 모바일 프로세서로 출시된 6000 시리즈를 건너뛰는 것이어서 맞지 않는 호칭이니 공통 모델명인 7000 시리즈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R5 7600X는 5600X의 뒤를 잇는 보급형 모델로, 출시 초기 가격은 보급형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출시됐을 당시 시장 최저가는 45만 원대였다. 하지만 12월 27일 기준 환율로 권장소비자가격 299달러(약 38만 원)보다 저렴한 36만 원대까지 하락하며 조금씩 가성비가 향상되고 있다.

7600X는 이전 세대와 같은 6코어 12쓰레드 구성이지만 동작 클럭이 크게 향상돼, 기본 4.7GHz, 최대 5.3GHz 속도를 낸다. L3 캐시메모리 32MB, 설계전력 105W는 전작과 같다. CPU 자체 성능은 크게 향상됐지만, 7000 시리즈가 DDR5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메인보드와 메모리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 업그레이드 비용이 다소 높아진 것이 이번 세대 CPU의 단점이다.

발열 관리 또한 좀 더 세심하게 해야 한다. 부스트 클럭 속도가 라이젠 시리즈의 염원 중 하나였던 5GHz를 돌파한데다가, 히트스프레더의 두께도 AM4 소켓과의 호환 때문에 약간 두꺼워져서, 2열 AIO 수랭 쿨러 이상의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쿨러 종류별 7600X의 온도 변화는 아이러브PC방 2022년 11월호의 관련 기사를 참조하면 된다.

E코어 4개, 윈도우 11 안 쓰는 PC방에서는?
인텔 코어 13세대 i5-13400F

PC방 시장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인텔 13세대의 보급형 모델 i5-13400이다. 12세대와 같이 내장그래픽 탑재 여부로 13400, 13400F 등 2종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지난해 12월 말 미국의 소매점에 등록됐는데, 판매가격은 각각 243달러(약 31만 원), 216달러(약 27만 원)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판매가격은 2023 CES 시기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전작 대비 어느 정도의 가격 상승이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전작 12400의 권장소비자가격은 192달러, 12400F는 167달러였다. 지난 12월 중순 유출된 13400의 성능을 감안했을 때, 미국 소매점에 제품이 등록되기 전까지 13400은 219달러(약 29만 원), 13400F는 이보다 좀 더 저렴하게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판매가격으로 인해 국내 판매가격도 219달러 이상, 한화로는 30만 원대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2400F의 현재 소비자 최저가는 20만 원대 초반이다. 13400F의 성능이 12400F보다 최대 30% 가까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는 전작에 없었던 E코어 4개가 새로 탑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층과 달리 윈도우 11 도입이 더딘 PC방에서는 E코어의 효용성이 떨어진다. 이를 감안하면 13400F로의 업그레이드가 최선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아직도 그래픽카드로 코인 채굴하는 줄 알아?
엔비디아 지포스 RTX4060

그래픽카드 시장의 상황은 CPU보다 더 비관적이다. 엔비디아는 에이다러브레이스 아키텍처를 적용한 RTX40 시리즈의 상위 모델 RTX4090, RTX4080을 먼저 출시했는데, 전작 대비 높아진 성능을 감안하더라도 그래픽카드 채굴이 한창이던 때에 출시된 RTX30 시리즈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RTX3090의 권장가는 1,499달러로, 2020년 9월 당시 환율로는 약 174만 원, 현재 환율로는 191만 원이다. RTX4090은 권장가가 1,599달러(약 204만 원)로 책정됐는데, 국내 출시 가격은 263만 원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2022년 12월 말 현재 가장 저렴한 RTX4090은 238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권장가격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이다.

PC방에서 최상위 모델을 도입할 일은 거의 없어 사실 RTX4090의 판매가격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공표하는 권장소비자가격이 전작보다 최소 100달러, 높게는 300달러 비싸게 책정된 것을 감안하면 329달러(약 42만 원)였던 RTX3060의 후속작인 RTX4060의 가격이 42만 원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RTX4060은 2023 CES에서 소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12월 말까지 엔비디아가 어떤 라인업을 공개할지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RTX4070Ti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는데, RTX4060과 RTX4060Ti는 2분기 말경에 대만에서 열리는 2023 컴퓨텍스에서 공개될 수도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업그레이드가 시급한 PC방에서는 RTX40 시리즈를 버리고 기존 RTX30 시리즈를 구입하는 것이 비용, 시기, 가성비 등 모든 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출시 후 DLC로 완성해가는 버릇 안 고쳐?
AMD 라데온 RX7600XT

늘 그래왔듯, AMD 라데온 7000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대기만성형 제품이다. 처음 출시됐을 때는 공개 당시 AMD가 제시한 숫자를 밑도는 성능에 원성이 높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거듭되며 마치 능력을 제한하는 구속구를 하나씩 벗어던지는 것처럼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

2022년을 넘기기 전에 먼저 출시된 RX7900XT, RX7900XTX는 지포스 RTX4080, RTX4090처럼 PC방에서는 관심이 없는 라인업이다. 가뜩이나 PC방의 라데온 그래픽카드 점유율은 처참한 수준인데, 같은 가격의 지포스를 두고 라데온을 선택할 수 있는 용사는 거의 없다.

라데온 7000 시리즈가 PC방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선 파격적인 가격 말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RX7600XT의 예상 가격은 전작 RX6600XT와 같은 379달러(약 48만 원)로, 출시 초기 프리미엄이 붙어 60만 원대에 출시된다면 전성비 등을 감안할 때 RTX3060Ti보다 나은 점을 찾기 어려워진다.

RX7600XT의 성능은 RX680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로 RX6800 수준의 성능을 낸다면 납득 못 할 가격대는 아니다. 그러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1:1 경쟁 구도에서는 자사의 전작 상위 모델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같은 선상의 라인업 제품과 성능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면 가격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RX7600XT를 비롯한 RX7000 시리즈의 정확한 출시 일정은 2023 CES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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