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8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규제가 한창이었던 상황에서도 PC방 업계는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많았다. 기존의 PC방과는 다른,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완전히 새로운 운영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실상은 영업제한이 해제된 후에도 PC방 이용자들의 소비 트렌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전통적인 PC방 성수기의 시점은 흐릿해졌다. 이에 2022년은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시대의 서막이 열린 한 해로 평가된다.

정상영업 재개와 예상치 못한 복병의 등장
코로나19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을 겪는 과정에서 PC방 업주들은 정부에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실제로 PC방은 영업 자체가 금지됐던 집합금지 업종을 제외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다른 업종과 차별화된 PC방만의 가장 큰 경쟁력이 24시간 영업이었기 때문에 이를 잃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서 제공하는 PC 가동률을 통해서도 실질적인 피해 규모를 산정할 수 있다. 모든 영업제한이 해제되기 직전이었던 올해 4월 11일부터 17일까지의 가동률은 11.56%가 집계됐다. 다음 날인 4월 18일 0시를 기해 모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고, 이후 일주일(4월 18~24일) 동안의 PC 가동률은 14.17%로 집계됐다.

이는 24시간 영업이 재개되자마자 20% 이상의 매출상승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4시간 영업 재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한 2주차에는 매출 회복 규모가 더 크다. 4월 25일부터 5월 1일 사이 가동률이 16.72%로 올랐는데, 이는 영업제한 당시보다 매출이 40% 넘게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영업제한은 PC방 매출의 절반을 앗아간 것으로, 이 같은 매출 회복 규모는 다른 어떤 업종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다행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질 만큼 방역규제가 대폭 완화됐지만 PC방 업계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심각한 구인난이 도래한 것이다.

약 2년 동안 심야시간대 근무자를 두지 않았던 PC방은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변한 알바 시장을 경험하게 됐다. MZ세대로 표현되는 PC방 알바들의 주연령층은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로 배달과 택배 알바를 선호하게 됐다. 비단 PC방만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이 같은 구인난이 계속되다 보니 무인솔루션을 도입하는 PC방이 늘었고, 고객 응대가 없는 심야시간대 PC방 서비스의 질은 전체적으로 내려가게 됐다.

달라진 패턴, 비수기와 성수기 경계 흐릿해져
전에 없던 구인난으로 고단한 상황에서도 매출이 회복된다면 PC방 업주들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피겠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았다. 2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제한 없이 맞이한 여름방학은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타났다. 실제 방학이 시작된 7월 가동률은 18.35%, 여름방학이 한창이었던 8월 가동률은 18.56%로 나타났다. 7월과 8월의 가동률 차이가 불과 0.21%p 수준이다.

당초 7월 가동률이 6월 가동률(16.38%)에 비해 2.18%p 상승했기 때문에 여름 성수기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7월과 8월 가동률에 극적인 차이는 없었다. 전국 초중고교의 2학기가 시작된 9월 가동률이 17.79%로 8월 대비 -0.56%p 하락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학과 학기 중의 가동률 편차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하향평준화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학기 중과 방학 기간의 가동률이 2%p 이상 차이를 보였고, PC방 업주들이 체감하는 매출 상승 폭도 컸다. 이처럼 방학특수가 실종된 원인에는 다양한 트렌드 변화가 지적되고 있는데, MZ세대의 알바 트렌드가 출퇴근이 자유롭고 구속력이 없는 대신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배달업에 몰려 구인난이 심화된 이유와도 같다.

우선 코로나19 발생 이후 PC방을 출입하지 않았던 게이머들이 가정에 고성능 게이밍PC를 마련했고, 게임을 즐기는 디바이스에도 변화가 있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이용률은 84.2% 늘었고, PC게임 이용률은 54.2%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독립적인 환경을 선호하고 외출을 꺼리는 문화가 정착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며, 방학을 앞두고 반복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것도 원인이다.

이는 결국 PC방이 정상적인 24시간 영업을 재개했어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더구나 매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물가가 크게 올라 지출이 늘어나면서 PC방 업주들이 기대했던 포스트 코로나는 오지 않았다. 또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PC방 업주들은 투자를 최소화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크게 변화시켜 PC방 업주들은 과거에서 벗어난 새로운 운영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높아지는 폐업률, 나쁠 것 없는 기존 PC방
2022년 PC방 업계의 또 다른 변화는 폐업이 폭증하고 이 같은 소식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PC방 산업 규모는 게임사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이 아니라면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지 못했지만, 통계청의 100대 생활업종 현황 자료를 통해 PC방 산업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 상황이 대외적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국세청 자료는 불법사행성게임장이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부정확하다. 그렇다고 PC방 폐업률이 실제로는 낮은 것도 아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PC방의 산업 규모는 실제로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영업제한이 해제되고 정부의 지원책이 모두 집행된 이후 전국적으로 월평균 40여 개의 PC방이 문을 닫고 있다.

폐업이 늘어난 원인도 다양하게 지적된다. 이미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폐업을 미루고 있던 PC방 업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일회용품 규제로 다회용 식기류와 식기세척기 등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비롯해 심각해진 구인난과 더딘 매출 회복도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중고는 비단 PC방 업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고물가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고금리는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고환율은 PC 부품 가격 인상 등 시설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비용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PC방 업주들에게는 이 같은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평가된다. 삼중고 현상이 창업비용을 늘리기 때문에 신규 창업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는 기존 PC방 업주들에게 가장 큰 위협인 신규 PC방의 등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각 상권에 등장하고 있는 신규 PC방은 기존 PC방 업주가 매장을 늘리는 형태가 많다. 이는 PC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매장이 늘어나는 것으로 과열경쟁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코로나 이후 새 시대의 PC방
이제 PC방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심각한 구인난, 방학특수의 실종, 삼중고의 장기화, 높은 폐업률의 시대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했고, 이 같은 현상은 PC방 업계 종사자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PC방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도 어렵게 됐다. 여전히 코로나19는 방학을 앞두고 7차 대유행 중이고, 삼중고는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 PC방 업계는 구인난을 해결하는 방법들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24시간 영업에 대응하기 위한 무인솔루션 도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피크시간대의 업무 강도를 줄이기 위한 서빙로봇 등의 보급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팀룸 등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아이템의 유행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PC 업그레이드 시점도 방학 직전의 전통이 무너지고 상시 적용 시대로 전환될 전망이다.

다행인 것은 PC방 산업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십수 년 만에 PC 온라인게임의 신작 출시가 줄줄이 대기 중이며, PC방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들도 내년에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큰 우려를 낳았던 일회용품 사용규제도 결국에는 1년이 유예됐다. 올해 모두가 처음 경험했던 새로운 시대의 부정적인 요소들은 대안을 마련해 극복해나가면 된다. 이제 PC방 업주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영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야 할 숙제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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