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8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점유율 상위권에서 FPS 장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수년간 고착화돼 있었던 점유율에 변화가 감지되고, 최근 들어서는 순위 변동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마침내 PC방 FPS 장르 정상을 찍은 ‘발로란트’가 있다.

PC방 점유율 TOP10에서 FPS 장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하다. 그리고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 등 잠시나마 PC방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게임 역시 FPS 장르다. 가을 비수기로 접어든 PC방에 새로운 활력이 절실한 요즘, FPS 장르 최상위권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서든어택’의 불안한 왕좌
코로나19로 PC방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던 지난 2년간 듬직하게 PC방 FPS 장르의 정상을 지킨 게임은 바로 ‘서든어택’이다. ‘서든어택’의 탄탄한 PC방 혜택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게임을 현역으로 뛰게 만든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서든어택’은 상위권에 자리하면서 PC방 FPS 장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든어택’의 1위 자리에 ‘발로란트’가 도전장을 내밀며 최근에는 선두 자리를 가까스로 유지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9월 17일 기준 ‘서든어택’의 점유율은 5.74%로 전체 게임 순위 4위, FPS 장르 2위를 기록했다. 이날 FPS 1위를 차지한 게임은 ‘발로란트’였다.

‘서든어택’이 FPS 1위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배틀그라운드’가 이스포츠 등 흥행 요소로 사용량이 급상승할 때 가끔씩 장르 1위 자리를 내어주는 정도였는데, 지금껏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발로란트’에게 일격을 당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특히 FPS 1위 자리가 바뀐 이 날 ‘서든어택’의 사용량은 신규 시즌 오픈 효과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던 터라 더욱 뼈아픈 결과였다. 추석 직전인 9월 8일 신규 시즌 ‘FEARLESS’를 업데이트한 ‘서든어택’은 추석 연휴 동안 올해 들어 최고 사용량을 기록했고, 순위가 바뀐 17일 ‘서든어택’의 사용량은 전주 대비 대폭 증가한 상태였다.

사용량은 늘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을 겪으면서 ‘서든어택’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게 된다. 신규 시즌을 오픈한 지 3주 만에 대대적인 PC방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점유율 방어에 나선 것이다. 보통 시즌 오픈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추가적인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벤트 효과로 ‘서든어택’의 사용량이 증가한다면 PC방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로, 신규 시즌과 이벤트의 시너지 효과로 ‘서든어택’이 FPS 1위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역주행의 주인공 ‘발로란트’
‘발로란트’의 성장은 지금껏 PC방에서 보아왔던 사례와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PC방 FPS 장르의 판도를 뒤바꾼 게임은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두 게임 모두 출시 효과로 최정상의 위치를 점한 뒤 그 인기를 최대한 길게 끌어가는 모습이었다. 이와 달리 ‘발로란트’는 대기만성형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PC방 점유율 TOP10 밖의 게임은 PC방에서 그리 존재감이 큰 게임이라고 볼 수 없었다. TOP10 게임 점유율의 합이 90%에 육박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발로란트’는 지난 2020년 출시 이후 올해 초까지 PC방 점유율 TOP10에 들지 못했던 존재감이 크지 않은 게임 중 하나였다.

‘발로란트’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5월이었다. 거리두기 종료로 PC방 업계가 온전한 영업을 재개한 것을 계기로 ‘발로란트’가 PC방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고, 지난 8월 PC방 오프라인 이벤트를 포함한 ‘PC방 VAL캉스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전개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9월 7일 PC방 점유율 5위를 기록하면서 사상 첫 TOP5 진입을 이뤘고, 열흘 후인 17일에는 마침내 PC방 FPS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발로란트’가 상승세를 타는 배경에는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와 시기적절한 PC방 이벤트가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게임성이 비슷한 ‘오버워치’의 이용자들을 대거 흡수한 영향도 컸다. 특수 능력을 사용하는 하이퍼 FPS에서 ‘오버워치’가 지속적인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발로란트’로 발걸음을 돌리게 됐고, 현재 두 게임에서 ‘발로란트’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로란트’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PC방 현장에서는 주요 고객층인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발로란트’가 ‘리그오브레전드’보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속적인 이벤트 개최를 통해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아! 옛날이여… ‘배그 & 오버워치’
잠시나마 PC방 최강자 ‘리그오브레전드’를 꺾으며 FPS 장르는 물론 PC방 전체 순위 1위를 기록했던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 왕년에 잘 나갔다는 말을 꺼내기엔 최근 두 게임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하다. 심지어 두 게임의 점유율을 합해도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먼저 ‘배틀그라운드’는 올해 초 무료 서비스(Free to Play, 이하 F2P)로 전환하면서 PC방 프리미엄 혜택 변경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었다. F2P 전환은 이용자 풀을 크게 확대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었으나 PC방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컸다.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아도 PC방에서 제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서비스를 맡고 있는 카카오게임즈는 F2P 전환에 맞춰 PC방 프리미엄서비스를 접속 보상 제공과 경쟁전 이용 혜택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은 새로 유입되는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PC방 사용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기존 PC방 이용자들 역시 코로나 이슈 등으로 개인 PC를 마련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결과적으로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사용량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됐다.

이스포츠 흥행 등으로 간간이 사용량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배틀그라운드’의 점유율은 겨우 현상을 유지하기에 바쁘다.

‘오버워치’의 경우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올해 초 5%대의 점유율로 FPS 장르 3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유율이 3%대로 주저앉았다.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쟁작인 ‘발로란트’의 급부상으로 분석된다.

‘오버워치’와 ‘발로란트’는 캐릭터들의 개성 있는 능력을 활용해 전투를 진행하는 하이퍼 FPS로, 이 분야의 선두주자였던 ‘오버워치’가 4년 늦게 출시한 ‘발로란트’에게 그동안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발로란트’가 적극적인 PC방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점차 이용자 이탈을 겪게 됐고, 최근에는 순위 역전을 넘어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출시될 후속작 ‘오버워치 2’도 드라마틱한 점유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규 영웅과 새로운 시스템으로 기존 및 복귀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작 게임 서비스가 F2P로 변경되면서 PC방 점유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PC방 프리미엄 혜택 역시 기존과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에 ‘오버워치 2’의 PC방 흥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치며…
유행하는 게임 장르는 돌고 돌기 마련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PC방 부흥기를 이끌었던 ‘스타크래프트’의 RTS를 시작으로 PC방을 총소리로 메웠던 ‘스페셜포스’의 FPS, 장타 손님을 양산했던 ‘아이온’의 MMORPG, 그리고 현재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AOS(MOBA) 등 인기 장르는 꾸준히 변해왔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유례없는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 이 게임을 꺾고 왕좌를 탈환했던 장르가 FPS였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불고 있는 PC방 FPS 장르의 변화를 바라보며 ‘어쩌면’이라는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특히 PC 업그레이드 관점에서 봤을 때 FPS 장르의 부흥은 PC방 업주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FPS 장르는 높은 사양의 PC를 요구하기 때문에 향후 PC방 점유율 최상위권을 두드리는 FPS 게임이 나타난다면 PC 업그레이드를 고려해야 할 상황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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