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6월호(통권 37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해마다 수많은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정작 PC방 인기게임 순위에 변화를 일으킬만한 게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PC방 최상위권 게임 순위를 뒤흔든 게임을 꼽자면 <배틀그라운드>가 <리그오브레전드>의 왕좌를 잠시나마 빼앗은 정도다.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기발한 게임이 출시되지 않는 한 <리그오브레전드>의 독주체제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왕좌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상위권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내고 있는 알토란같은 게임들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PC방 산업이 태동한 지 어느덧 25년이 된 지금, 아이러브PC방 창간 23주년을 맞이해 오랜 기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임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어떤 비결로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장수게임의 대명사 <스타크래프트> ‘민속놀이’가 되다
출시 25년째를 맞이한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PC방 산업과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고전 명작이다. 요즘 청소년들보다 나이가 많은 탓에 ‘민속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가 정식 출시된 1998년은 우리나라에 PC방이라는 업종이 막 생겨나던 시절이었다. 당시 10대 청소년이었던 기자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하교 후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였는데, PC방 손님 대부분이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고 있을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다.

그렇다면 2022년 현재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스타크래프트>는 전체 게임 점유율에서 7위를 기록 중이다. 25년이나 된 게임이 반짝 7위를 기록해도 놀라울 일인데, <스타크래프트>의 이러한 성적이 최근까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이렇듯 변함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비결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RTS 장르 특유의 빠른 회전성 덕에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 한 판 즐기는데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특별히 콘텐츠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도 매 게임마다 다른 사람과 대결을 펼침으로써 매번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로는 체계적인 이스포츠 리그를 통해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고, 이러한 팬덤은 게임의 장기적인 인기를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이스포츠의 스타로 떠올랐던 임요환과 홍진호 선수는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으며, 이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역시 덩달아 크게 상승한 면도 있다. 비록 지금은 정규 리그가 사라졌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팬들은 여전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인터넷 방송의 활성화다. 아프리카TV와 트위치, 유튜브 등 개인방송이 활성화되면서 게임 방송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 전문 방송인들이 등장했고, 전직 프로게이머들도 잇따라 개인방송에 진출하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장기적인 인기에 힘을 보탰다. 일례로 <스타크래프트> 프로선수 출신인 김성현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60만에 달하며, 업로드되는 <스타크래프트> 영상은 매회 30만 뷰를 넘기고 있을 정도다.

FPS의 고전 <서든어택> “후속작도 사양합니다”
장수게임을 논하는 자리에 <서든어택>이 빠질 수 없다. 5년 전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라는 신흥 강자가 출현한 탓에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오랜 세월 PC방 FPS 장르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이 바로 <서든어택>이다.

출시 18년째를 맞이한 <서든어택> 역시 PC방 최장수 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스타크래프트>의 서비스 기간보다는 다소 짧지만, PC방 점유율을 따졌을 때 <서든어택>이 두 배를 넘기고 있으니 충분히 <스타크래프트>와 비견될 만하다.

지난달 <서든어택>은 PC방 FPS 장르 1위를 유지하면서 전체 게임 순위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서든어택> 역시 꾸준하게 TOP5 성적을 유지하며 PC방 집객에 일익을 담당해 주고 있는데, 이러한 성과는 <서든어택> 만의 두 가지 특징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서든어택>의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지속적인 이벤트 진행 및 유명 연예인 캐릭터의 활용이다. PC방 혜택과 연계해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는 <서든어택>이 TOP5 순위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가 주목하고 있는 연예인을 게임 내 캐릭터로 출시하는 것은 <서든어택>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또 하나로는 <서든어택> 시즌제의 안정적인 정착이다. FPS 장르는 이용자 개개인의 피지컬 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자 간 계급(레벨) 차이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은 시즌제를 시행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시즌이 종료되면 이용자가 기록한 성적에 따라 계급 구간을 나눠 일정 부분 초기화가 진행된다. 덕분에 낮은 계급의 이용자들은 높은 계급의 이용자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규 시즌이 시작되면 서로 높은 계급을 차지하기 위해 <서든어택>의 점유율과 사용량이 크게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방학게임에서 일상게임이 된 <메이플스토리>
PC방 최대 성수기인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즌마다 점유율이 급상승하는 게임으로 <메이플스토리>가 있다. 게임 특유의 아기자기함 덕분에 <메이플스토리> 이용자의 연령대는 다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측면이 있는데, 이 영향으로 학생들이 방학을 맞이하는 기간 <메이플스토리>의 PC 사용량과 점유율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내곤 했다.

<메이플스토리>가 방학시즌마다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용자들이 주목할 만한 게임 이벤트가 주로 방학에 집중된 효과가 컸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주 타겟층이 학생들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이벤트 타이밍을 잘 잡았다고 볼 수 있으며, 게이머 입장에서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방학에 이벤트 혜택도 풍성하니 PC방 점유율이 방학 때 집중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앞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언급했지만, 20~30대 이용자들도 상당하다. 이는 <메이플스토리>의 서비스 기간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메이플스토리>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20년째로 접어들면서 오랜 세월 게임을 떠나지 않은 충성 이용자들의 나이도 함께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이용자의 주 연령층이 30~40대인 것과 같은 이치로, 오랜 기간 이용자들을 떠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특히 올해는 <메이플스토리>가 방학 기간이 지났음에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 기대가 남다르다. 올해 초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 대규모 업데이트 ‘Destiny’는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며 <메이플스토리>가 점유율 TOP10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했고, 최근까지도 이러한 성적을 유지 중이다. 이제는 <메이플스토리>를 방학게임이라고 부르기보다 일상게임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치며…
PC방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은 게임들은 각각의 장점과 더불어 공통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게임을 떠나지 않는 충성 이용자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쉽게 질릴 수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용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년에 걸쳐 사랑받는 게임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는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출현으로 PC방 게임 판도가 1위 독주체제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장수게임들의 활약은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PC방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리그오브레전드>에 비하면 작게 느껴질 수 있으나, 오히려 이러한 장수게임들의 활약은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내며 PC방에서 가동되는 게임의 다양화를 이끄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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