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2008>이 4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이번 <지스타 2008>은 앞서 열렸던 행사들과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일부 지적되었던 과도한 도우미 투입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음은 물론, 국내 메이저 온라인 게임사의 대거 참여, KGC, B2B 부스의 선전 등 <지스타 2007>에서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만회했다. 하지만 일부의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아직 <지스타>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겹겹이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간에는 <지스타>가 2008년에 들어서 개선된 점과 해결해야할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해볼까 한다.

   
 

▲ 퍼포먼스보다 고객 참여 이벤트에 집중한 <지스타 2008>

 

온라인 게임사, 유저들에게 눈을 돌리다
그동안 <지스타>에 전시부스를 열었던 온라인 게임사들의 모습은 그리 좋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모터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많은 레이싱 모델을 기용해 많은 관람객을 비롯해 언론매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스타> 초반부터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 잡은 이 같은 현상은 <지스타 2007>까지 쉽사리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지스타> 조직위원회에서는 레이싱모델 참가를 자제해 줄 것을 매년 요청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아 온라인 게임사로 쏟아지는 비난을 함께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스타 2008>은 그동안 진행된 <지스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메이저 온라인 게임사의 게임부스의 경우, 그동안 레이싱모델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유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도우미로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더 이상 도우미들은 이전과 같이 촬영 포즈를 취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됐고 게임을 소개하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여준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사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CJ인터넷, 한게임 등을 들 수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게임부스는 관람객의 사진촬영에 적극적으로 응대하기 보다는 오로지 게임부스에서 자사의 게임을 체험하려는 관람객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지스타 2007>과 다른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CJ인터넷과 한게임의 경우는 홍보 도우미가 있기는 했지만 과도한 퍼포먼스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튀는 온라인 게임사는 있는 법. JC엔터테인먼트와 SK텔레콤의 경우는 <지스타 2008>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JC엔터테인먼트는 게임부스 내에 홍보모델을 배치하는 것도 모자라 단상 위에 도우미를 위치시켜 안 그래도 복잡한 게임부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또한 행사 중간마다 펼쳐지는 이벤트에서는 게임과 크게 관계없는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여 마치 나이트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을 연출해 가족과 함께 찾은 관람객에게 민망함만 주고 말았다. SK텔레콤은 JCE보다는 차분했으나 여전히 게임부스보다는 홍보 도우미에 의존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참가사 중 가운데 카메라를 전문으로 다루는 캐논과 니콘 역시 홍보차량 앞에 모델들을 세우고 포토타임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 좋지 않은 인상만 남겼다.

결과적으로 일부 온라인 게임사의 문제로 인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한 타 온라인 게임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변화되는 추세를 쫓아가지 못하는 일부 온라인 게임사의 행태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지스타조직위원회 역시 홍보 도우미의 과도한 퍼포먼스를 지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온라인 게임사의 행동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게 비춰진다.

   
 

▲ 건전한 문화와는 거리가 먼 퍼포먼스를 선보인 JCE 게임 부스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그 위력 실감
지스타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부스로 진행된다. 하나는 게임부스를 통한 전시회 형식을 띄고 있는 B2C와 기업을 위한 B2B가 그것이다. 매년 열리는 <지스타>의 한 쪽에서는 자사의 게임을 수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관계자들을 목격할 수 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를 992억 원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아직 국내 온라인 게임들이 세계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 <지스타>에서는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의 게임들을 수출하기 위해 B2B 부스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게임 수출액이 10억불을 돌파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전년에 7억불 정도였던 것을 가만하면 좋은 성과를 올린 것이다. 현재 세계 게임시장은 콘솔 게임을 위주가 되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이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다면 국내 온라인 게임사의 입지도 그만큼 강해질 수 있기에 이번 수출액 10억불 돌파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스타>, 관람객을 무엇을 보러오나
<지스타>가 끝난 후에 관람객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그 이유는 몇 가지로 귀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바로 ‘볼 것이 없다’는 이유를 드는 관람객이다. 사실 <지스타 2008>은 앞서 열린 행사 때보다 신작 타이틀 발표가 적었다. 덕분에 각 온라인 게임사들은 신작 타이틀과 함께 현재 개발 중인 타이틀을 섞어서 게임부스를 제공했다. 문제는 관람객 입장에서 게임 타이틀에 대해 볼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단순히 홍보 도우미가 없어서 볼 것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지스타>는 엄연히 국제 게임 전시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어디까지나 게임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전문 전시회에서 홍보 도우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가 나오는 점은 <지스타> 초반부터 자리 잡은 잘못된 관행 때문이지만 관람객의 관람 자세 또한 누구를 탓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타 전시회도 동일한 딜레마에 빠져있기는 하나 가장 대표적으로 화두에 오르는 전시회는 <모터쇼>와 <지스타>가 아닐까 싶다. 각종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지스타>에 대한 게시물이 자주 등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스타>가 시작되는 시점 전·후를 기준으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대부분 게임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홍보 도우미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관람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출사 동호회 모임 장소인지 게임 전시회인지 분간이 안가는 게임부스

 

행사장이 오픈 전 입구를 돌아보면 사다리와 각종 카메라 장비를 든 관람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거에는 DSLR이 보급화되지 않았기에 대부분 일반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전문 사진가 뺨치는 고가의 장비를 가진 관람객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사다리까지 동원해 홍보 도우미 촬영에 열을 올리는 관람객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게임 전시회인지 사진 동호회의 출사 모임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

<지스타>가 진정한 게임 전시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스타> 자체도 바뀌어야 하지만 관람객 역시도 관람 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국제 게임컨퍼런스(KGC2008), 지스타와 만나다
작년 <아이콘>에서 개최됐던 KGC는 올해 지스타를 파트너 삼아 'The 5th Generation of Gaming(5세대 게임)'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각국의 전문 강연자가 참석하기로 유명한 KGC는 꾸준한 성장을 보여 왔고 지스타와 만나면서 역대 최대의 참석자를 기록하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컨퍼런스로 자리 잡게 됐다.

물론 이는 지스타의 역할도 있었지만 KGC의 알찬 강연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90여개의 전문 강연에서 각 강연자들은 'The 5th Generation of Gaming(5세대 게임)'라는 주제에 걸 맞는 다양한 전문지식을 함께 공유하면서 보다 발전된 방향의 게임개발을 이룰 수 있는 자리가 됐다는 점은 국내 온라인 게임의 발전을 도모하는 장이 됐다는 평가다.

   
 

▲ 진지한 모습으로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여전히 아쉬운 콘솔·PC게임
국제 게임 전시회라는 타이틀을 붙인 <지스타>이지만 여전히 콘솔·PC 게임에 부문에 있어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스타 2008>에는 별도의 콘솔 체험관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온라인 게임사들이 배치한 게임부스들에 비하면 턱 없이 부실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국내에는 해외 콘솔 게임 업체와 PC 게임 업체들이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을 구경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SCEK의 경우 <지스타>보다는 다른 전시회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물론 이렇게 된 배경에는 각 콘솔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졌기 때문이지만 이를 마냥 방치할 수만도 없는 문제다. 결과적으로 국제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2008>에서 그 존재를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부분은 지나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집착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국제 게임 전시회라고 한다면 적어도 세계의 트렌드를 쫓아갈 수 있어야 진정한 국제 게임 전시회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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