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생소한 단어가 아니지만 과거에는 ‘오락’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시절이 있었다. ‘오락’이라고 불리던 시절에 게임시장은 매우 열악했다. 지금처럼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형태가 아닌 오직 혼자서 게임을 즐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폐쇄적이고 음성적인 성향을 띠게 됐다. 그랬던 것이 90년대에 들어 온라인이라는 콘텐츠와 만나면서 국내 게임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고 현재에 이르렀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큰 변화를 겪는 가운데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성향도 예전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 물론 이면에는 좋은 방향으로 흐른 점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반대로 나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과거와의 차이점
1980년대 ‘오락실’ 시절에는 분명 게임 유저들은 열정과 순수함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락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게임으로 즐거움을 얻었고 어디까지나 게임을 하는 것 만에 만족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1980년대가 지나고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물론 당시에는 온라인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다양한 게임 정보를 접하는 것과 유저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형성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게임 유저들의 성향에 별 차이점이 없는 점은 누구보다 더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 90년대를 이끌었던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2’, 이때만 해도 게임 유저들에게는 로망이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콘텐츠가 게임으로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게임 유저들의 성향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예전과 같이 누구보다 게임을 잘하고 싶다는 기본적인 성향은 변한 것이 없지만 온라인 게임이 가져오는 특징 때문에 점차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고 현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업계는 고심의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PC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1~2개의 게임 정도는 즐길 수 있다. 라이트 유저라고 지칭되는 이들은 짧은 시간을 할애해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게임은 ‘시간 때우기’ 놀이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어 유저에게 게임이란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가?
코어 유저들의 성향에 막대한 영향을 준 게임 장르는 MMORPG라고 할 수 있다. 각 게임 장르에 따라 고유한 특징이 있겠지만 MMORPG의 경우에는 게임 내 콘텐츠가 모두 소진되더라도 업데이트를 통해 다시금 게임의 생명의 연장이 가능하다. 물론 타 장르의 게임들도 가능한 일이지만 장시간 게임의 공을 들여야 하는 RPG의 특성상 쉽게 게임을 그만두기 어렵고 또한,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공을 들여야만 한다. 그렇기에 타 장르의 게임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 <그림2> 초창기에 선보인 ‘바람의나라’. 이 때만해도 해도 유저들은 게임 그 자체를 즐겼다

 

RPG의 경우 다른 유저들보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아이템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어떤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는가가 유저들 사이에서는 강함의 척도가 된지는 이미 오래다. 누구보다도 강해지고 밀리고 싶지 않다는 게임 유저들의 성향은 결국 희귀 아이템으로의 열망으로 변했고 이 과정에서 결국 게임중독 현상까지 일어나고 말았다. 결국 이는 상업적인 형태로의 변화를 가져오고 말았다.

순수함이 사라진 게임 유저
게임 유저들의 순수함이 사라지게 된 부분을 반증하는 요소는 바로 아이템 현금 거래 사이트, 캐릭터 육성 대행, 작업장, PC방 IP 거래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비단 게임 유저들의 문제로만 볼 수 없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분명 국내 게임 유저들의 독특한 성향에서 기인하고 있다. 특히 인기 게임의 경우에는 희귀 아이템이나 게임 머니 등을 거래하는 것이 일반화가 되면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희귀 아이템을 찾는데 혈안이 됐다. 혹자는 ‘게임도 하고 돈도 벌면 좋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하는 이도 있다.

캐릭터 육성 대행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는 돈과는 크게 연관은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캐릭터 육성대행의 경우에는 대다수가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40대까지 일반 게임 유저라고 한다면 대다수가 직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업무를 하고 집에 돌아와 게임을 하게 되면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다. 게임은 직접 자신이 즐겨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의무감으로,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캐릭터 육성대행에 돈을 투자하는 행동은 순수함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PC방 IP 거래 사이트의 모습, 이제는 PC방 IP까지 사용하면서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무엇인가?
세상이 변하면서 기술도 진화하지만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은 엄연히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돈이라는 것의 노예가 되고 결국 이것을 즐기는 게임유저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개발되기까지에는 많은 인력과 자본이 소요된다. 이것을 정당한 대가를 치루고 즐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뒤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희귀 아이템을 돈으로 거래하는 것이나 캐릭터 육성 대행 등의 행위들은 과연 옳은 일인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이 온라인 게임 유저들에게 나타난다는 점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순기능을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인 고유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온라인 게임사 역시 이 같은 점을 이용한 게임들을 내놓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으로 변질될지 생각지 못했다.

순수한 열정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분명, 앞서 밝힌 내용들이 해결점을 찾지 않는 이상 앞으로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은 앞으로도 이런 문제를 안고 가야할 수밖에 없다. 게임 유저들의 성향을 올바르게 인도하기 위해서는 각 온라인 게임사의 노력은 물론 게임 유저 자신도 올바르게 즐기는 게임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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