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26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양민학살’이라는 단어가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사용되던 ‘올킬’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의 ‘양민학살’은 레벨 혹은 실력이 낮은 다수의 게이머들을 실력이 높은 일부 게이머들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일종의 게임 은어라고 할 수 있다.

‘양민학살’이 없는 게임은 없지만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 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강하게 나타난다. 게임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한 게이머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게임 적응도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게임이 재미가 있다더라’는 식으로 소문이 나더라도 막상 초심자가 게임을 접하고 나면 ‘어렵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온라인게임 내에서 자주 나타나고는 한다. 뛰어난 게임성과는 별개로, 개발사의 의도와는 별개로 자연스럽게 게임의 진입장벽이 생기게 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임 중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라면 엔트리브소프트가 서비스 중인 골프 온라인게임 <팡야>를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골프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포병 온라인게임이다’라고 말 할 정도로 이 게임을 즐기는 고수들은 굉장히 정확한 플레이를 자랑한다. 덕분에 귀여운 이미지와는 별개로 게이머들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대표적인 게임으로 꼽히게 됐다.

공을 바위에 튕기거나 나무 사이를 돌파해 알바트로스, 홀인원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게이머들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으며, 심지어 바람의 방향과 세기, 필드와의 거리 등을 실제 계산기를 이용해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게이머도 더러 등장한다. 마치 이제 뜀박질을 시작한 꼬마와 100미터 육상 선수가 경기를 펼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렇듯 엄청난 실력차이가 존재하다 보니 새롭게 게임을 시작한 게이머는 게임에 적응하기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오랜 기간 동안 서비스가 진행된 <팡야>는 일반적인 골프게임의 진행방식이 아닌 <팡야>만의 독특한 게임 플레이 방식이 따로 존재해 플레이가 서투른 게이머들은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힘든 상황이다.

JCE에서 서비스 중인 <프리스타일>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로 정식 서비스 이후 9주년을 맞은 <프리스타일>은 게이머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룰과 다양한 은어의 등장으로 신규 게이머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온라인게임으로 꼽힌다. 정확한 패스를 말하는 ‘칼패’, 서서 수비하는 ‘알박’ 등 수많은 게임 은어가 게임 속에서 등장하며, 이를 잘 모르거나 해당 플레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게이머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프리스타일>은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여주는 캐시 아이템을 구입한 게이머들이 유난히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캐시를 구입한 게이머와 그렇지 않은 게이머의 능력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일반 게이머들은 농구공에 손을 대기 힘들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워게이밍의 CEO 빅터 키슬리가 ‘<월드오브탱크>의 모티브로 삼은 게임’이라고 밝혀 유명세를 탄 <네이비필드>는 속칭 ‘신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게임이라고 불린다. 함선을 조작해 상대의 함선을 격침시키는 전투 방식으로 진행되는 <네이비필드>는 근접 함포 사격으로 화면에 등장하지도 않는 함선을 맞추는가 하면 레이더에 잡히는 순간 배가 침몰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등 고수 게이머들과 일반 게이머들 사이에 엄청난 실력차이가 존재한다.

 

 

심지어는 컨트롤을 통해 함포 사격을 피하며 배를 돌진시키고 장거리포를 발사해 배를 격침시키는 등 일반 게이머들이 엄두조차 못 낼 만할 플레이가 자주 펼쳐져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게임에 대한 의욕을 상실했다는 게이머들의 반응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게이머들의 강한 애착심 덕에 게이머들이 어려움을 겪는 온라인게임도 있다. 넷마블에서 서비스 중인 <SD 건담 캡슐파이터>가 그 예다. 유명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의 실제 기체들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이 게임은 게이머들이 기체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 아무리 능력치가 떨어지는 기체라고 해도 강화와 온갖 아이템 등을 통해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모습도 더러 확인할 수 있다.

어찌보면 게임의 충성도가 높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는 사람은 게임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투 중에 건담의 유명 대사를 외치는 게이머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며, 원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토론이 비일비재 하게 일어난다.

더군다나 신규 게이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체와 기존 게이머들의 사용하는 건담의 성능차이가 확연히 차이가 나며, 가위바위보 속성을 통해 공격과 수비를 결정하는 이른바 ‘묵지빠’ 시스템 역시 게이머들이 게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SD 건담 캡슐파이터>는 대규모 업데이트 ‘G변화의 시작’을 시작으로 게임 시스템을 정비 중에 있으며, 묵찌바 시스템 삭제, 성장 구간 간소화, 전투 및 게임 내 UI 변경 등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게이머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위에서 소개한 다수의 게이머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게임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신규 게이머들이 유입되지 않는 온라인게임은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루어내기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게이머와 신규 게이머들의 격차를 줄이는 시스템과 게이머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 지속적인 게임 콘텐츠 제공, 무분별한 캐시 아이템의 도입을 줄이는 등 게임 개발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신규 게이머와 기존 게이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게임 운영을 선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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