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9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본연의 정체성은 시설제공업이지만, 서서히 늘어난 먹거리 매출은 이제 전체 매출의 절반을 훌쩍 넘을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와있다. 요즘 PC방에는 게임도 게임이지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이용객이 있을 정도다.

라면부터 각종 덮밥류와 튀김, 심지어 삼겹살까지 최근 PC방 먹거리는 웬만한 식당을 능가할 만큼 발전해있어 손님 입장에서는 메뉴 선택에 많은 고민이 따르기도 한다. 이에 어떤 PC방에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가성비는 어떤지, 먹는 것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이기자가 직접 PC방을 찾아가 먹어봤다.

겨울이 왔으니 날씨가 추운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달은 유독 맹추위가 오래 지속됐다. 이런 날씨에는 뜨끈한 음식이 제격인데, 교실 난로에 층층이 올려놨다가 쉬는 시간에 급하게 까먹었던 추억의 도시락이 그중 하나다. 마침 메뉴 이름까지 ‘추억의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는 PC방이 있어 경기도 오산에 직접 다녀왔다.

이번에 맛본 음식은 네모난 양은그릇에 담긴 추억의 도시락으로, 3040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PC방 주요 이용객인 젊은 세대들과는 거리가 있는 메뉴지만, 복고 문화의 일환으로 도시락을 많이 찾기도 한다. 후식으로는 늘 인기가 많은 소떡소떡, 음료는 상큼한 느낌을 주기 위해 딸기라테를 골랐다.

도시락은 계란프라이를 제외하면 미리 준비해 놓은 반찬을 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불과 몇 분 만에 음식이 서빙됐다. 소떡소떡 역시 전자레인지에서 간편한 준비가 가능하고, 딸기라테도 사장님의 능숙한 솜씨 덕분에 빨리 만나볼 수 있었다.

투박한 양은그릇 안에 담긴 도시락은 밥과 김치볶음, 멸치볶음, 햄 부침으로 구성됐는데, 밥 위에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김 가루를 뿌려 옛 추억과 퀄리티를 모두 챙겼다. 다만 젊은 이용객들의 입맛도 감안해야 하기에 담백한 맛보다는 달달한 맛에 좀 더 집중한 느낌이다.

반찬 하나하나를 직접 준비했다는 사장님의 자부심답게 시중에 판매하는 즉석 도시락과는 차원이 다르다. 반숙 계란과 김 가루가 만난 밥은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했고, 볶은 김치의 새콤달콤한 맛과 감칠맛 나는 멸치볶음, 그리고 계란옷을 입힌 햄 부침이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과거 모습 그대로 추억의 도시락을 구현했다면 담백함과 짭조름한 맛이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락 반찬이 전반적으로 ‘단짠단짠’한 것이 요즘의 젊은 이용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식으로 주문한 소떡소떡도 딱 기대했던 맛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게 익힌 떡은 씹는 재미가 쏠쏠하고, 풍미 깊은 소시지는 입맛을 더 돋웠다. 매콤달콤한 소스는 떡과 소시지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소떡소떡은 이미 많은 PC방에서 판매하고 있고, 유행이 한번 지나간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C방에서 잘 나가는 음식이다. 무엇보다 조리가 간편해 앞으로도 오랜 기간 PC방 주요 간식거리로 꼽힐 것 같다.

준비된 음식을 모두 해치운 뒤 입가심으로 마신 딸기라테도 좋은 선택이었다. 고소한 우유 사이에 딸기 과육이 상당량 숨어있어 씹는 재미도 있는 음료다. 우유 베이스에 비타민C가 많은 딸기가 들어있는 데다가 생각보다 달지도 않아 건강해지는 느낌적인 느낌도 있었다.

이번에 맛본 ‘추억의 도시락 & 소떡소떡’은 특별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만족감은 컸다. 3040 이용객에게는 추억의 맛을, 젊은 이용객에게는 예상외의 친숙한 맛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음식과 간식, 음료 한 잔까지 즐기는데 필요한 금액 역시 저렴해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이용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겠다.

다만 도시락에 들어가는 반찬들은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어 일손이 부족한 매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메뉴일 수도 있는데, 반찬을 제공하는 업체로부터 공수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맛과 가격, 준비에 필요한 노고, 그리고 빠른 서빙 시간 등을 고려해 이번 오산 샹떼 PC방의 ‘추억의 도시락’은 5점 만점에 4.8점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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