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9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본연의 정체성은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이지만, 서서히 늘어난 먹거리 매출은 이제 전체 매출의 절반을 훌쩍 넘을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와있다. 요즘 PC방에는 게임도 게임이지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이용객이 있을 정도다.

라면부터 각종 덮밥류와 튀김, 심지어 삼겹살까지 최근 PC방 먹거리는 웬만한 식당을 능가할 만큼 발전해있어 손님 입장에서는 메뉴 선택에 많은 고민이 따르기도 한다. 이에 어떤 PC방에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가성비는 어떤지, 먹는 것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이기자가 직접 PC방을 찾아가 먹어봤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는, 장롱에 고이 모셔뒀던 패딩을 꺼낼 계절이 다가왔다. 날씨가 추울수록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 법인데, 지스타 취재차 부산을 방문한 김에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터치나인PC에서 ‘부타동’과 ‘얼큰김치우동’, 그리고 음료로는 감기에 좋다는 ‘오미자차’를 맛봤다.

“천천히 준비해드려도 되죠?”라고 묻는 사장님의 얘기와 달리 게임을 채 켜기도 전에 음식이 나왔다. 일본식 돼지고기 덮밥인 부타동에는 풍성한 고기 위에 계란프라이가 보기 좋게 반숙으로 자리했고, 얼큰김치우동은 후끈한 김을 내뿜으며 입에 침을 고이게 했다.

약간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밥은 잠시 미뤄두고, 면발이 붇기 전에 우동부터 맛보기로 했다. 얼큰김치우동은 사장님이 직접 공수한 비법 스프를 첨가해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얼큰하면서도 짭조름한 국물을 한 모금 하고 나니 쌀쌀한 날씨에 움츠려진 몸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성인이 주 고객층인 상권 특성상 이 우동이 큰 인기를 끌 것 같았다.

우동 면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면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만 평범한 생면이라도 일품 국물이 면발까지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살짝 스며든 쫄깃한 면발은 우동 전문점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에피타이저(?)로 우동을 맛봤으니 잠시 옆으로 미뤄뒀던 메인디쉬, 부타동을 맛볼 차례다. 덮밥을 먹는 방식은 취향에 따라 나뉘는데, 기자는 식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느껴보기 위해 밥과 섞어 비비지 않고 그대로 떠먹는 편이다.

반숙 계란프라이가 곁들여져 있다면 노른자를 살짝 터뜨려 밥에 스며들게끔 하는 것이 진리다. 돼지고기와 밥, 계란 흰자 조금, 거기에 터뜨린 노른자가 버무려지며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기 때문이다. 구수한 풍미를 내뿜는 돼지고기와 함께 계란의 담백함이 더해지면서 씹을수록 감칠맛이 더해졌다. 베이스가 되는 밥도 고두밥이라 씹는 재미와 목 넘김이 만족감을 키웠다.

얼큰김치우동
부타동덮밥
부타동덮밥
오미자차
오미자차

주메뉴 2종을 맛본 후 입가심을 위해 오미자차를 한 모금 하자 새콤달콤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기존에 먹어봤던 오미자차보다는 단맛이 더 강했는데,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다만 강한 단맛을 선호하지 않는 손님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구수한 돼지고기와 반숙 계란프라이의 조합이 일품인 부타동은 흠잡을 데 없이 만족감을 주는 메뉴였다. 얼큰김치우동 역시 뜨끈한 국물이 일품으로, 요즘 같은 겨울철에 손님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더운 여름철에는 주문이 뜸할 듯하다.

이번에 맛본 음식은 적은 시간으로도 조리할 수 있고, 가격 역시 일반음식점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다만 얼큰김치우동은 계절을 탈 수밖에 없고, 오미자차는 강한 단맛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5점 만점에 4.5점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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