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9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어느덧 연말이다. 올 한해를 돌이켜보면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드디어 물리친 기념비적 시기로 기억된다. 그동안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랐던 만큼 이보다 희망적인 소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엔데믹 시대에도 여전히 절망스럽다고 하소연하는 PC방 업주들이 많다. 업계를 둘러싼 현실이 생업에 매진할 의욕을 곳곳에서 저해하고 있다. PC방 업주의 이런 사정도 모르는지 PC 가동률 회복은 더디기만 하고, PC방 안팎의 문제들은 살벌하기만 하다. 2023년 12월,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살을 에는 칼바람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조그만 화톳불이 구석에서 빛나고 있다. 올해 PC방 업계를 관통한 키워드 10개를 정리해봤다.

1. 코로나 사태 끝난 후 3고 시대 도래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를 구분하는 가장 큰 분기점은 대통령의 엔데믹 선언이었다. PC방 업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그리고 전 세계를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역병의 시대가 장장 3년여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는 동안 전국 PC방 개체수는 약 1/3이 줄어들 정도로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엔데믹 시대의 나머지 2/3의 PC방이 맞이한 현실은 3고(高)이자 3고(苦)였다.

정부가 자랑했던 방역정책이 사실은 자영업자들의 희생 속에서 가능했다는 점은 차치하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경기를 더욱 침체시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민생을 강조하면서 각종 지원방안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책은 전무한 상황이라 PC방 업주들 귀에는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다.

2. 대규모 디도스 공격! PC방 보안 쇼크
연초 설날 대목에 PC방에 찾아온 손님은 말 그대로 불청객이었다. 불청객이라는 표현도 너무 점잖고 사실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디도스 공격이 발생하면서 PC방은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를 맞이했고, PC방 업주들은 발만 동동 구르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초기에는 통신사에서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유야무야 사건을 조용히 무마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제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과기정통부와 공정위까지 나서 보안장비 구축 및 정보보호 예산 확대와 약관 개정을 명령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전례 없는 디도스 쇼크는 아직도 PC방 업주의 뼈에 새겨져 있다.

3. 일회용품 규제 정책, 오락가락 혼란 야기
연말에는 일회용품 사용규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PC방에서 다양하게 사용 중인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해야 했고, 이를 실행하지 않는 PC방 업주는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물론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이 점차 부각되면서 환경부가 정책 시행을 코앞에 두고 일부 항목의 규제를 완화했다.

그렇다고 모든 일회용품 사용이 허용된 것도 아니다.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을 뿐, 나머지 품목(플라스틱 수저, 종이 접시, 나무 젓가락,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당초 예고한대로 규제 대상이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감축 기조는 그대로라고 강조했고, 가까운 시일 내에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기간 종료일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PC방 업주의 눈에는 환경부가 정치권과 환경단체 그리고 소상공인의 눈치만 살피느라 갈피를 못 잡는 것처럼 보인다.

4. 업계의 숙원 실현되다 ‘청소년 기준 통일’
그동안 이원적으로 나뉘어졌던 청소년 기준이 2024년 1월 1일부터는 통일돼 적용된다. 알바생, 고3, 경찰, 학부모, 공무원과 실랑이할 일이 사라졌다. 술‧담배 구입이 가능한 법적 성인에 대한 통념과 PC방 업주가 오후 10시에 출입을 막아야 하는 기준을 숙지하고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매년 이맘때쯤, 그러니까 수능 이후부터 고등학교 졸업식 사이의 기간 동안 PC방 업주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게임법과 청보법에서 청소년 기준이 어긋나 있어 매년 공무원과 민관합동단속반도 일선 현장에서 헤매기 일쑤였다. 약 20년 묵은 골칫거리 하나를 치웠음을 자축하며, 그래도 이달 말까지는 경각심을 가지시라 부탁드린다.

5. 연이어 풀리는 청소년 관련 여러 굴레
올해는 1년 내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클 각종 규제 완화 소식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선량한 업주 구제법이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봄에 공포되면서 게임물 등급위반 혐의로 적발된 PC방 업주가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다만 시행 시점은 내년 3월 22일이다.

또한, 지난 10월 19일부터는 학원법이 개정되면서 음식을 조리해 판매하는 PC방이 학원 건물에서도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이달에는 청보법이 개정될 예정으로, 내년부터 PC방에서 청소년을 고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PC방 영업에 심대한 변화를 불러올 내용들은 아니지만, 법정 청소년 유해업소였던 PC방이 감내한 억울한 순간들이 다소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6. 거듭된 인건비 상승에 대응 아이템 각광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면서 15차 전원회의까지 끌고가며 최장 심의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회의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다가 기한을 넘기고, 참다못한 공익위원이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은 올해도 여지없었다.

올해 PC방 업주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무인솔루션, 로봇, 식기세척기 등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해당 업체들은 호재라며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PC방 알바생 주머니로 들어갈 월급이 해당 업체들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7.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논란
지난 여름 뙤약볕 아래 국회 앞에서는 전국 자영업·소상공인들이 결의대회를 치렀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이에 항의하기 위함이었다.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PC방은 가산 수당과 연차 휴가, 해고 제한 및 서면통지와 부당해고 구제 등 각종 비용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장 근로 시 임금 1.5배, 휴일 근로 시 임금 1.5배(8시간 초과 시 2배), 명절 등 특수휴일 근로 시 임금 2배, 오후 10시~오전 6시 근무 시 추가수당 50% 지급, 1년간 80% 이상 출근한 직원에게 15일의 유급휴가 지급, 여성 근로자에게 월 1회의 생리휴가 보장 등을 모두 준수할 여력이 있는 PC방이 대한민국에 있을지 의문이다.

8. 황당함을 넘어 분노할 일, 펜션 PC방 등록
신년 벽두부터 PC방 업계는 황당한 일로 시끌벅적했다. 지자체가 펜션에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등록을 승인했다는 본지의 단독보도는 사실로 드러났다. 객실마다 게이밍 PC를 5대 설치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고,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의 시설기준에서도 한참을 벗어나 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체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관할 지자체도 서둘러 행정 조치 등 수습에 나서며 해당 펜션은 한 달 만에 폐업했다. 불법 업소를 지자체에서 승인했다는 어처구니없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동시에 PC방 등록 승인 과정의 허술함을 짐작케 하는 현실이기도 했다.

9. 거듭된 전기요금 인상으로 부담 한계까지
올해 3~4분기 전기요금이 연속으로 동결됐다. 한전은 적자를 강조하며 인상의 필요성을 부각했지만, 정치권은 자영업·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기료에 대한 PC방 업계의 부담은 채굴이 한창이던 때보다 크다. 앞서 거듭된 인상으로 인해 무거운 고지서가 이미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PC방 업종은 전기로 PC를 구동하는 24시간 업종이고, 냉난방까지 더해지면 살벌한 누진제를 피할 방법이 없다. 이에 PC방 업계는 에너지연료비용 절감을 위한 소상공인 바우처, 요금할인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PC방을 일반용 요금종별이 아닌 산업용 요금종별로 편입하는 방안 등 제도적 지원을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10. 10년 만에 맞붙은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
지난 2012년 ‘디아블로3’와 ‘블레이드앤소울’이 PC방 순위를 뒤집어놓은 바 있다. 두 게임은 나란히 PC방 인기 순위 1위를 휩쓸면서 PC 가동률 상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는 올해도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10년 전에는 한 달 간격으로 신작을 PC방에 데뷔시켰지만, 이번에는 반년 간격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지난 6월 출시한 ‘디아블로4’는 초반에는 불같은 기세로 선두를 예약하는가 싶더니 현재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확장팩 출시만이 마지막 카드라고 평가된다. 이달 7일 PC방에 데뷔하는 ‘TL’은 엔씨표 대작 MMORPG의 명맥을 잇는 대형 타이틀로, 수년 동안 담금질을 이어왔다.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두 게임의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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