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출혈경쟁, 게임사 과금, 정부기관의 규제, 신뢰를 잃어가는 협회 등 현재 PC방 업계가 처해있는 현실은 국내 IT산업을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각 지역 PC방 업주들이 자체적인 모임을 결성해 출혈경쟁이나 게임사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고 규모도 작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체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더구나 전통적인 비수기로 접어들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PC방 업주는 점점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PC방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PC방과 유사업종이라 할 수 있는 노래방, 당구장, 스크린골프장과 같은 타 업종은 어떤 상황일까? 이 시간에는 PC방과 유사한 자영업종들의 현재 모습과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들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왔는지 짚어 보고 앞으로 PC방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노래방
초창기 노래방은 오락실(아케이드게임장)에서부터 출발했다. 지금도 일부 오락실이나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유원지, 어뮤즈먼트 파크 등에서 볼 수 있는 2인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이동식 노래방과 유사한 형태다. 초창기 노래방 요금을 살펴보면 한때 300원을 받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보다 길게 유지되었던 요금제도는 500원이다. 지금도 이렇게 설치된 노래방은 현금을 이용자가 직접 넣는 방식으로 곡당 500원의 요금을 받는 것이 보편적이다.

여기서 발전한 형태가 우리에게 익숙한 한 건물에 입주해 매장을 꾸려 운영되는 노래방이다. 이러한 노래방은 PC방과 마찬가지로 시간당 요금이나 분당 계산으로 요금이 책정됐는데, 노래방의 최대 호황기로 분류되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의 시간당 요금은 10,000원이 보편적이었다. 당시 노래방의 수익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하루 매상이 수백만 원을 호가했고 연평균 매출은 억 단위를 기록했다. 초창기 노래방을 오픈했던 업주들은 건물 한 채씩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노래방 업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당시 큰 자본이 유입되는 업종이었기 때문에 조폭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현재 노래방이 처해있는 현실

   
노래방 역시 PC방과 마찬가지로 정부기관의 각종 규제정책에 휩쓸려왔다. 정부는 1992년 당시 전국 2천여 개의 노래방을 규제하기 위해 오전 0시 이후에는 영업을 할 수 없는 심야영업 제한에 들어갔으며, 청소년도 노래방에 출입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1993년도에는 전국 노래방 업주들의 극렬한 시위가 있기도 했지만, 1998년 심야영업 제한이 해제되고 청소년 출입이 가능해질 때까지 이러한 상황은 계속됐다. 현재 노래방 업계에서는 고객에게 주류를 판매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 사안이다.

1991년부터 1995년이 노래방의 초창기이자 최대 호황기 시점으로 본다면 1995년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노래방의 양적 성장기이자 기술발전의 시기로 분류할 수 있다. 당시 전국에는 36,000여개의 노래방이 생겨날 정도로 창업 붐을 이뤘다. 이후 현재의 노래방 업계의 트렌드는 대형화와 고급화로 이어졌으며 이는 과도하게 늘어난 노래방 간의 경쟁이 과거에 비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노래방 업계에서 일어나는 출혈경쟁은 PC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청소년이 출입하는 이른 오후 시간에 5,000원에서 7,000원의 요금을 받고 무한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와 함께 30분에서 1시간 이상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이 노래방 업계에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출혈경쟁의 한 단면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대형 노래방들에 경쟁력을 빼앗긴 소규모 노래방들이 이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노래방 업계의 만연한 문제점 중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부분은 암암리에 주류를 판매하거나 속칭 보도방을 통해 영업장 내부에 여성 도우미가 출입해 퇴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법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노래방의 사회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구장의 변천사
당구장의 대중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공교롭게도 현재 당구장 이미지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내기 당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1950년대 중ㆍ후반 이후부터 속칭 불량배와 같은 사람들이 당구장을 많이 찾게 되었음은 물론, 하루에도 몇 개의 신규 당구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 같은 현상 때문에 당시에는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자리에는 여지없이 당구장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내기 당구의 대중화를 견인한 1등 공신이면서 동시에 당구장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무너진 당구장의 이미지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당시 (사)대한당구협회의 임영렬 회장이 당구를 생활체육의 형태로 변화시키면서부터다.

당시 임영렬 회장은 당구를 스포츠화 하기 위해 소관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 시켰고, U.M.B(세계3쿠션연맹)에 정식 회원국으로 인가를 받는 한편 출전권까지 획득해 당구의 스포츠화를 일구어 냈다. 특히 이를 발판으로 1993년에는 체육부 소관에 스포츠 분야로 인정받은 점이 참작되어 헌법재판소에서 청소년 출입 규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로 인해 당구장에 청소년이 출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와 비슷한 시기부터 공중파 TV에서 당구 경기를 중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도적인 변화들은 당구장이 오늘날에 이르러 대중화될 수 있었던 계기와 동시에 생활체육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당구장이 처해있는 현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확산된 창업열풍과 맞물려 한때 전국 당구장의 수가 30,000여 개로 늘어난 적이 있다. 당시 당구장 업계는 엄청난 양적성장을 이뤘지만 볼링이 유행에 편승하기 시작하면서 잠시 주춤했고, 2006년에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불법 게임장의 난립으로 고객 수가 대폭 감소하는 현상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볼링이나 불법 게임장은 당구장의 적수가 아니었다. 잠깐의 유행이었을 뿐 볼링장들은 금세 줄어들었고 불법 게임장은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 앞에 자취를 감추었다. 당구장의 진정한 적수는 다름 아닌 노래방과 PC방이다. 현재 당구장 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전국 당구장 수는 15,000여 곳에 이른다. 당구장 업계에서는 30,000여개에 달했던 당구장이 대량 폐업 사태로 이어진 원인에 대해 노래방과 PC방으로 분산되는 고객의 이탈을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 당구장 업계의 분위기는 이미지 개선과 출혈경쟁을 억제하고 서비스나 요금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출혈경쟁에 대한 문제점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당구장 요금은 한 테이블 당 10분 가격으로 요금이 책정되는데, 보편적으로 1,200원에서 1,400원 대의 요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당 요금이 700원이나 500원까지 떨어지면서 당구장 업계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당구장 업계 역시 아직까지 출혈경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무료 음료서비스를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오랜 기간 무료 서비스에 길들여진 고객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며 한 테이블에서 요금을 받던 기존 요금제를 철폐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고객 수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 밖에도 득점을 이룰 때 마다 돈을 지불하는 내기 당구(일명 죽빵)를 억제하려는 노력도 많지만 게임에서 질 경우 진 사람이 요금을 계산하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여서 이마저도 난관에 봉착해 있다.

새롭게 등장한 스크린골프장

   
골프 업계에서는 국내 골프인구를 3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0만 명 정도만 1년에 1회 이상 필드에 나가 라운딩을 즐기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200만 명의 인구는 가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드에 나가거나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인구로 분류된다고 한다. 또 전체 골프인구의 10%정도에 해당하는 약 30만 명이 스크린 골프를 경험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전국 스크린 골프장의 현황을 추산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각 지자체에서 신고를 해야 스크린 골프장의 영업을 허가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으로 뚜렷한 관련조항이 없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고 성업 중인 곳도 부지기수다. 프랜차이즈 등 스크린 골프 관련 업체들이 가맹점 현황에 대해 공개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을 위한 측면이 고려된 수치이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스크린 골프 업계에서는 보편적으로 3,000 여 개가 성업 중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크린골프장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 중 하나다. 이는 마치 노래방이나 PC방의 초창기 모습과 닮아있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의 수익성은 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만 해도 스크린골프장이 없는 경우가 드물어, 이미 사양사업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 30만 명의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3,000개 밖에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가능성 있는 상권에는 이미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서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사양사업화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분명한 것은 현재 스크린골프장에 대한 마땅한 법안이 마련되지 못해 퇴폐적인 성향으로 진화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부 스크린골프장에서는 여성도우미를 고용해 시중을 들게 하는 것도 모자라 유흥주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2차 문화까지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 호프집과 같이 주류를 판매하면서 안주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관계당국에서는 스크린골프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곧 규제안을 마련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로 앞으로 단속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마치며…
타 자영업종과 비교하면 PC방은 저마진 장사일 수밖에 없다. 요금체계도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고 출혈경쟁이 만연한 만큼 과포화 현상을 보이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하지만 타 업종이 가지지 못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먼저 풍부한 고객층을 꼽을 수 있다. 전국 20,000개의 PC방이 평균 50대의 PC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1,000,000개의 PC가 존재하는데, 적자에 허덕이는 PC방도 있기 마련이지만 전국 PC 가동률이 30%만 넘어도 30만 명이 꾸준하게 PC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만큼 고객층이 다른 타 업종에 비해 두텁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10대부터 20대까지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낮은 편이라 수년이 지나도 PC방에 적응한 세대가 꾸준히 고객층으로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인구라면 언제든지 PC방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객층은 타 업종에 비해 더욱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고객층이 두텁고 견고하다는 점에서 PC방이 타 업종에 비해 수익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타 업종들이 출혈경쟁이 있다고는 하지만 꾸준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고 평균 가격을 상승시켰다는 점들은 PC방 업계가 본받아야할 점이다. 위에서 나열한 어떤 업종도 초창기 요금체계보다 뒤 떨어진 요즘을 받고 있는 업종이 없다. 또한 각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의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구 업계의 단체에서 일궈낸 값진 결과는 하나의 제도적 변화가 해당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보여준다. 이러한 점들은 PC방 단체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점들로 해석된다.

하지만 타 업종들과 비교했을 때 PC방 업계가 과감하게 버려야 할 점들도 있다. 퇴폐적인 분위기나 불법적인 요소가 만연한 점들은 PC방에 접목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배제해야할 부분이다. 현재도 각종 규제의 틀에 얽매여 있는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불법적 요소가 가미될 경우 더욱 강화되는 법적 규제를 맞이할 수 있다.

PC방 업계의 발전을 위해 유사업종과의 차이를 비교했지만 타 업종에서도 과잉경쟁 등을 비롯해 갖가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 또 현재와 같은 경기불황 상황에서는 어떠한 업종을 선택해도 해당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PC방 업주들은 타 업종으로의 전환을 생각하기보다는 현시점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을 어떻게 닦아나가고 발전시킬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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