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와 PC방은 공생하는 관계이면서 동시에 적대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띤 특수한 관계로 보고 있다. 실제 두 업계는 인터넷 산업이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 국내 온라인게임의 발전을 함께 이뤄낸 주역이지만 툭하면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여왔다. 외부에서 보기엔 서로의 관계가 깨질 것처럼 불안한 모습이지만 따로 떨어져서 존립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공생의 관계이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최근 다시 불거진 PC방-게임사 갈등의 원인은?

지난 9월 2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가 넥슨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PC방 업계와 게임업체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FPS게임 <서든어택>의 PC방 요금제가 갈등의 시작이었다. 동시접속자수 26만 명을 기록한 <서든어택>은 PC방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게임인데, 넥슨이 서비스 권한을 가지면서 기존 정액제로 서비스 되고 있던 PC방 요금체계를 정량제로 변경하며 업주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인문협은 “(넥슨이)시장지배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서든어택> PC방 요금을 기습인상 하려 한다”며 넥슨을 맹비난하고 있다. 정량제를 실시하면 PC방 업계의 요금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인문협의 주장이다.

하지만 넥슨의 입장은 좀 다르다. 대부분 온라인게임들이 정량제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이며, 오히려 중소규모 PC방은 정량제를 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넥슨의 한 관계자는 “정량제를 실시한 이후 추가요금이 발생하면 추가분의 최대 70%까지 페이백 해준다고 했는데도 반대만 하니 난감하다”고 전했다.

넥슨은 정량제 전환으로 인해 지출 비용이 증가하는 일부 대형PC방 업주들이 이번 반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인문협은 “PC방이 매년 대형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에 정량제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중소형 PC방은 2% 정도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여전히 양측은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반복되는 두 업계의 다툼, 분쟁의 원인은?

이는 단지 정량제에 대한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게임사의 PC방 요금부과 자체에 대한 업계의 반감과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든어택>의 요금제 변경에 앞서 발생했던 넥슨의 PC방 오과금 시비와 매년 발생하는 PC방과 게임사간 분쟁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더 큰 문제는 게임사와 PC방 업계의 다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잘나가는’ 게임들은 전부 PC방 업계와 마찰을 빚었다.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서비스 초기 PC방 불매운동이 활발했으며 엔씨소프트의 <아이온>도 한때 인문협 주도의 PC방 퇴출운동으로 몸살을 겪은 바 있다. 더 과거에도 CCR의 <포트리스>부터 넥슨의 <카트라이더> 등 PC방 업계와 게임사간 갈등은 끊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갈등의 배경 중 하나로 PC방 산업의 위기를 지목하고 있다. 일반적인 PC방 업소가 한 달에 지불해야 하는 게임요금은 평균 200만 원 수준이며 여기에 임대료, 인건비, 전기요금 등 각종 지출비용을 더하면 부담은 더욱 커질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기업형 대형PC방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업소간의 가격경쟁도 심해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간당 평균 1,000원이던 PC방 이용요금은 2011년 현재 출혈경쟁으로 인해 500~800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2년 후 시행되는 PC방 전면금연 등 정부의 각종 규제도 PC방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렇듯 안팎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PC방 업주들은 당연히 요금제(비용지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요금문제로 자주 다투다보니 감정의 골도 깊다. 해법제시 보다는 반대 목소리만 높이는 PC방 업계도 문제지만,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요금제를 밀어붙이는 게임사 역시 비판에 직면해 있다. PC방 업주들은 게임사에 착취당한다는 피해의식이 강하고, 게임사는 PC방을 과금할 소비대상으로만 생각하니 양측의 대화가 순탄할 리 없다. 이렇듯 잦은 다툼으로 자칫 산업 자체가 침체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때 잘나가던 대만 온라인게임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PC방 산업이 몰락하면서 게임산업 전체가 한 풀 꺾였다. 뒤늦게 위기를 느낀 대만 게임사들은 최근 자국 PC방 살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 대만 게임업계 관계자의 “대만 게임업계가 가장 크게 실수한 부분은 자국 PC방의 몰락을 방치한 것”이라는 말은 국내 게임사도 새겨야 들어야 할 부분이다.

PC방-게임사 중 어느 쪽이 강자이고 약자인지 즉 어디가 악어새이고 악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생의 관계이고 상호 협력이 이루어져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기 상황에 몰려있는 PC방 업계의 절박함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PC방 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게임사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만 PC방 업계가 되살아나고 나아가 게임산업도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1이 아닌 1+1으로 상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게임산업도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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