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9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초전도체로 추정되는 물질 ‘LK99’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0Ω인 전도체로, 공개된 사진의 자석 아래에서 자석을 띄우는 것이 초전도체다. 보통 초전도체는 영하 200도 이하의 아주 낮은 온도에서 반자성을 띠게 되는데, LK99는 0도 이상의 상온과 상압에서도 초전도 특성을 가진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LK99가 진짜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맞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각국에서 연구 및 검증이 진행 중이다. 컴퓨터 하드웨어 업계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는데, 상온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프로세서의 발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10년 전의 프로세서로도 ‘배틀그라운드’를 구동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PC 하드웨어 성능의 관건은 발열 제어다. 이번 시간에는 PC방 PC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하드웨어의 냉각에 대해 알아본다.

만악의 근원 ‘발열’, 빼앗아 날려버려야 한다
PC의 전원을 켜 작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각종 하드웨어는 열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단지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과 분노 때문이 아니라,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에 전력이 공급돼 작동하기 시작하면 전기적 저항이 발생하고 그 부산물로 열이 생긴다.

가장 많은 열을 발산하는 프로세서를 예로 들어보자. PC를 켜고 밤새 게임을 즐기면, 프로세서는 원활한 프로그램 구동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이는 곧 발열로 이어진다. 열기가 너무 많이 누적되면 온도가 높아져 프로세서가 손상될 위험이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로세서는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성능을 낮춰 열 발산을 줄인다.

때문에 사용자는 프로세서를 그대로 둬선 안 되고, 발열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생김새 때문에 ‘초코파이’로 불리는 인텔의 CPU 쿨러를 비롯해 다양한 쿨러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프로세서를 덮고 있는 히트스프레더에 히트파이프를 맞닿게 해 내부의 열기를 끌어내는데, 히트파이프로 옮겨진 열은 파이프 내부의 냉매가 기화하며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쿨러의 방열판과 쿨링팬이 냉매가 끌고 올라온 열기를 바깥으로 분산시킨다.

이렇게 내부의 열기를 밖으로 끌어내면 프로세서 내부 온도는 낮아지고, 프로세서는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며 성능이 저하되지 않고 제 역할을 수행한다. 이 구조는 그래픽카드도 마찬가지인데, CPU와 달리 그래픽카드는 제조사들이 쿨링 시스템을 결합시킨 완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사용자가 냉각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다만 같은 GPU를 사용한 제품에서 쿨링팬의 숫자를 2개와 3개 중 결정할 수는 있다.

CPU와 GPU 모두 적정 동작온도의 한계는 90도 전후다. 제조사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작동 시 온도가 90도를 넘으면 냉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중심인 핫스팟 온도가 90도를 넘을 수도 있지만 유닛 전체의 온도가 90도보다 낮으면 괜찮다.

열 발산의 핵심, 히트파이프와 쿨링팬의 협업
CPU를 식혀주는 쿨링 시스템의 3대 요소는 히트파이프, 알루미늄 방열판, 그리고 쿨링팬이다. 히트파이프는 프로세서의 히트스프레더와 밀착해 유닛에서 발생한 열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고, 수십 여장의 알루미늄 방열판은 히트파이프를 통해 전달되는 열을 발산한다. 이렇게 퍼진 열은 쿨링팬이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내 최종적으로 열기를 바깥으로 뿜어낸다.

CPU와 쿨러만 있으면 냉각이 해결될 것 같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CPU 위 히트파이프와 쿨러의 베이스 모두 엄연히 따지면 완전한 평면이 아니다. 미세한 홈들이 수없이 많은 두 면을 밀착시켜 열전도율을 높여주는 것이 서멀컴파운드다. 서멀구리스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산화알루미늄을 기반으로 다양한 입자를 조합해 만들어진다. 서멀컴파운드는 두 베이스 사이의 빈틈을 최대한 없애 높은 열전도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과거에는 냉각 시스템 중 히트파이프의 방향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 모든 곳에는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프로세서를 가로로 눕히고 쿨러를 장착해 히트파이프가 세로로 서 있도록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히트파이프가 가로로 누워 있다 해서 냉각 효율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히트파이프 내부는 진공 상태로, 가운데는 비어 있고 구리 파우더가 뿌려진 형태나 금속 섬유 조직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 내부 구조를 따라 냉매가 액화와 기화를 반복하며 이동한다. 냉매는 액체 상태에서 열을 머금고 기체 상태가 되면서 파이프 가운데의 빈 공간을 따라 이동하고, 열을 내준 뒤 액체 상태가 되면 테두리를 따라 흘러 베이스 쪽으로 이동한다. 모세관 현상의 원리를 이용한 이 구조 덕분에 히트파이프는 그 위치나 방향에 관계 없이 프로세서의 열을 잘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타워형 공랭 쿨러보다는 별도의 펌프와 냉각수를 사용하는 수랭 쿨러의 냉각 성능이 더 높은데, 수랭 쿨러의 냉각수가 더 많은 열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근거로 일반 히트파이프보다 수랭 쿨러가 사용하는 냉각수의 양이 훨씬 많은 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온도 상승에 따른 자연 현상에 더해 열을 머금은 냉각수를 강제로 순환시키기 때문에 냉각 효율이 더 좋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일체형 제품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일체형 제품을 사용한다
일부 마니아들은 커스텀 시스템으로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일부 마니아들은 커스텀 시스템으로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또 하나의 변수, 바람의 방향
PC방의 경우 케이스의 위치에 따라 일정 부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공간 활용을 위해 케이스를 밖에 내놓지 않고 시스템책상 내부에 배치하는 경우, 아무래도 외부에 노출된 것보다 냉각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케이스 내부에 쿨링팬을 적절히 배치하면 밖에 놓인 케이스와의 온도 차이를 줄일 수는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쿨링팬의 위치와 방향, 그리고 숫자다. 케이스에 장착하는 쿨링팬의 크기는 대체로 120mm와 140mm인데, 팬의 크기에는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케이스가 몇 개의 쿨링팬 장착을 지원하는지 파악한 뒤, 몇 개의 팬을 어떤 방향으로 장착하는지가 냉각 성능과 효율을 결정한다.

2팬 그래픽카드와 싱글타워 CPU 쿨러를 장착한 시스템을 가정할 때, 가장 무난한 구성은 전면 2~3팬과 하단으로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고, 상단 2~3팬과 후면으로 내부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직육면체를 포함해 거의 모든 케이스가 이 방향의 공기 흐름에 최적화돼 있고, 상황에 따라 쿨링팬의 크기나 개수를 달리 장착하는 정도다.

얼핏 들으면 시스템책상 내부에 배치되는 PC 케이스는 특별한 냉각 시스템을 더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PC방 케이스는 큰 문제 없이 길게는 2년 이상 제 역할을 한다.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기의 흐름이 찬 공기는 아래로, 뜨거운 공기는 위로 가기 때문이다.

매립되는 PC 케이스라 해도 그 높이는 성인이 의자에 앉았을 때 무릎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완전한 밀폐공간도 아니고 책상의 하단과 후면은 대부분 뚫려 있다. 여름엔 에어컨을 가동하고 겨울엔 찬 공기가 아래에 머물기 때문에 책상 내부의 케이스에도 찬 공기가 공급돼 냉각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다만 케이스 내부에서 뜨거워진 공기가 바깥으로 더 잘 배출되면 안정성은 더 높아진다. 일부 시스템책상은 모니터를 두는 곳에 쿨링팬이 없는데, 이 위치에 쿨링팬을 1~2개 배치해 내부의 뜨거운 공기를 위로 끌어내 주면 냉각에 도움이 된다. 뜨거운 공기는 모니터 뒤쪽을 통해 위로 배출되기 때문에 고객이 불편을 느낄 일도 없다. 실제로 성능이 평범한 싱글타워 CPU 쿨러를 사용하는 PC의 온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곳을 보면 모니터 쪽 책상 상판에 쿨링팬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PC 시스템의 냉각은 부품 작동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평소에 잘 관리해도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온도 상승으로 인한 성능 하락이 반복되거나 누적되면 고객 이탈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적절한 가격대의 쿨러, 적어도 연 1회 재도포하는 서멀컴파운드, 소음이 생기기 전에 교체해 주는 쿨링팬 등이 ‘쾌적함’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역군들처럼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PC의 냉각 시스템을 돌아봐야 하겠다.

쿨링팬은 소모품이라 생각하고 짧게는 2년 내에 한 번은 교체하는 것이 냉각 성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쿨링팬은 소모품이라 생각하고 짧게는 2년 내에 한 번은 교체하는 것이 냉각 성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매립되지 않는 케이스의 쿨링팬은 고유의 디자인 요소도 더할 수 있다
매립되지 않는 케이스의 쿨링팬은 고유의 디자인 요소도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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