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9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을 큰 위기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끝났다. 이제 감염병 위험 등급도 4단계로 조정돼 독감 수준으로 관리될 방침이다. 하지만 PC방 매출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떠났던 손님들이 하나둘씩 복귀하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더디기만 하고 PC 가동률은 20% 선을 기점으로 더 이상 올라갈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PC방을 자주 찾았던 이용자들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정체되어 있는 PC 사양이 지목되고 있다. 이전 PC방 이용자들이 대거 가정용 PC를 장만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정용 PC 사양의 상향평준화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초로 돌아가 보면 최신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20 시리즈였다. 당시 PC방에서 주로 사용하던 그래픽카드는 GTX10 시리즈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3년여가 지난 현재 그래픽카드 최신 라인업은 RTX40 시리즈까지 왔다. 코로나 사태를 겪는 동안 그래픽카드가 2세대나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PC방에서 RTX4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도입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이러브PC방이 올해 초 전국 PC방 업주 175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PC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 중인 그래픽카드는 RTX2060(26%)이었다. 하위 세대인 GTX1060을 아직도 쓰고 있는 매장도 12.6%에 달했다. 이 두 모델을 포함한 RTX20 시리즈와 GTX10 시리즈 등 오래된 그래픽카드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PC방의 PC 사양이 정체된 사이 방역정책 탓에 PC방을 떠났던 손님들은 하나둘씩 가정용 PC를 장만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PC방을 떠나기 시작한 2020년 하반기에는 엔비디아가 RTX30 시리즈를 출시하던 시기였고, 당시 PC를 장만한 게이머들 대부분이 RTX3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선택했다. 결국 PC방은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 스팩을 장점으로 어필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직 이 시절에 머무르고 있는 PC방이 있다면 이제는…
아직 이 시절에 머무르고 있는 PC방이 있다면 이제는…

PC방의 쾌적한 게이밍 환경은 옛말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PC방 게임 점유율 TOP3는 ‘리그오브레전드(LoL)’와 ‘피파온라인4’, ‘메이플스토리’다. 이들 게임의 점유율 합은 약 58%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문제는 이들 게임이 요구하는 PC 사양이다.

점유율 1위 ‘LoL’의 권장 PC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GTX560으로 2011년 출시한 모델이며, ‘피파온라인4’와 ‘메이플스토리’의 권장 그래픽카드는 ‘LoL’보다 이전 세대를 요구하고 있다. 즉 PC방 그래픽카드는 RTX20 시리즈 이상이 필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PC방에는 앞서 언급한 TOP3 게임 외에도 수많은 게임이 실행되고 있으며, 그중에는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도 존재한다. 특히 PC방에서 이용하는 게임은 대부분 온라인 게임으로, 아주 잠깐의 렉이나 프레임 저하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MMORPG를 예로 들면 ‘로스트아크’의 경우 레이드 콘텐츠에서 보스가 시전하는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맞으면 클리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PC 성능이 낮아 찰나의 렉이 발생하더라도 그 여파는 상당하다는 뜻이다.

‘검은사막’은 출시 8년이 지난 게임이지만 ‘로스트아크’보다 PC 사양을 더 많이 탄다. 하드웨어 성능이 곧 실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그래픽 품질이 개선된 리마스터 모드와 울트라 모드를 즐기는 유저는 일반적인 PC방에서 원활한 게임 실행이 어려울 정도다. 지난 여름 급등했던 ‘검은사막’의 PC방 점유율이 TOP10을 뚫지 못한 데에는 PC방 하드웨어 성능도 한몫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PC방은 6년 전 ‘배틀그라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PC 업그레이드 바람이 불었다. 당시 ‘배틀그라운드 최적화 PC방’이라는 문구로 선전했던 PC방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후 소위 ‘대박 게임’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PC방의 PC 사양이 정체되어 있는 상태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이머들이 PC방을 찾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PC 사양을 꼽았고, 낮은 권장사양의 게임도 높은 사양의 PC로 플레이하길 원한다. 이제 막 시작된 가을 비수기,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탓하기 전에 PC 사양이 코로나 사태 이전에 머무르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면 어떨까?

게이머들은 PC 사양이 높은 PC방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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