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9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여러 고사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진 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뼈를 빗댄 말로, 별로 득이 되지 않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뜻한다. PC방을 포함한 소상공인 업종에서의 계륵은 매출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아 굳이 제공하지 않아도 되지만, 없으면 왠지 아쉬워 ‘할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몇몇 서비스들을 일컫는다.

프린트 서비스 / 컬러 돼요? 사진도 돼요? 얼마에요? 너무 비싸다!
얼마 전 만난 친구가 해외여행 중 필요한 e티켓 등 몇 가지 문서를 인쇄할 일이 있다며 PC방에 가자고 했다. 예전에는 인쇄를 할 수 있는 좌석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매장에 프린터가 있다면 전 좌석에서 인쇄가 가능하도록 설정돼 있다. 다만 문제는 그 친구가 PC방에 잘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옆에서 ‘디아블로4’ 레벨을 하나 올릴 동안 친구는 수차례 좌석과 카운터를 오갔다. 손님이 70% 가까이 차있는 PC방의 카운터에서도 직원이 두어 번 좌석까지 와서 어떤 아이콘을 클릭해야 프린터가 연결되는지 알려줘야 했다. 결국 몇 장의 서류를 인쇄하는데 걸린 시간은 20분이 넘었다.

프린트 서비스는 예전부터 PC방 업주들이 기피하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입점 위치가 대학교 인근이라면 예의 ‘복사집’과 더불어 PC방에서도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지역 상권이나 역세권 PC방은 인쇄를 요구하는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잉크젯 프린터의 경우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잉크 노즐이 굳어 못쓰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경우 남은 잉크가 곧장 손실로 이어지는데, 프린터는 면도기처럼 본체보다 잉크가 더 비싸기 때문에 업주에겐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프린터를 들여놓지 않기도 애매하다. 수요가 있는 만큼 공급이 있다고 가정하면, 인쇄비용을 다소 비싸게 책정해도 필요한 사람은 인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흑백과 컬러로 나눠 보편적인 요금보다 다소 높은 금액을 써붙여도 당장 서류 10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금액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린터 관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잉크와 레이저를 막론하고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은데, 월정액 결제로 흑백과 컬러로 구분해 한 달에 정해진 분량을 인쇄할 수 있다. 저렴한 경우 월 3만 원 정도로 프린터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제품 관리는 렌탈 업체에서 해주기 때문에 업주가 고민할 거리도 적다.

게이밍 기어 매장 판매 / 자리는 많이 차지하고 재고는 부담스럽고…
기자는 10여 년 전 서울의 어떤 PC방에서 사용 중인 마우스패드를 현장에서 판매한다는 얘기를 듣고 하나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 몇천 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게 구입했지만, 정작 사용은 얼마 하지 않고 다른 제품으로 바꾼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에는 모 게이밍 기어 브랜드가 PC방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지금 그 PC방에 가보면 작은 매대 하나만 남아있고 제품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PC방에서 창출할 수 있는 2차 매출은 수많은 업주들이 고민해 온 것 중 하나다. PC방에서 사용하던 제품들을 매장에서 판매하는 현장 판매도 그중 하나다. 게이밍 기어 업체 중에선 PC방 한 켠에 쇼룸을 배치해 현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PC방에서 키보드나 마우스 등을 판매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이스포츠 업체가 PC방을 오픈하고 팀 굿즈 등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

단적으로 매장 판매가 어려운 이유는 자금이 묶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별도, 혹은 통합 카운터에서 PC방에서 사용 중인 게이밍 기어 등을 구입하고 싶다면 판매를 위한 일정 규모의 재고를 비축해야 한다. 하지만 식재료와 달리 전자제품은 개당 단가가 높고, 매출의 발생 여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 재고로 인해 자금 회전이 느려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상술한 프린트 서비스는 렌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게이밍 기어 판매는 재고 분량을 적게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매입 단가가 높아져 효용성이 떨어진다. 이 경우 제조사와 협업해 신제품 출시 시기에 맞춰 특가 판매 이벤트 등 팝업스토어 형태의 판매 창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개인 PC방이라면 제조사와 콜라보를 진행할 여지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했듯 게임을 하러 방문한 PC방에서 현장 소진하는 식음료가 아니라 집으로 가지고 가는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판매 제품에 트렌드를 더해야 한다. 성능이 좋은 고가의 제품보다는 휴대폰 케이스처럼 부담 없이 자주 구입할 수 있는 액세서리가 더 적합할 듯하다. 10만 원짜리 고급 마우스보다는 3만 원짜리 보급형 제품이 PC방 판매에는 더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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