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9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21년 초 국내 게임사들의 횡포에 게이머들이 트럭 시위로 응수한 이른바 ‘트럭사태’가 벌어지면서 대규모 유저 이탈이 발생했다. 모바일게임부터 PC 온라인게임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난 트럭사태는 당시 PC방 점유율 지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메이플스토리’ 이탈자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메난민’들의 유입 덕에 ‘로스트아크’는 뜻밖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는 2년 전 일어났던 대규모 유저 이탈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트럭 시위까지 일어나지는 않았으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로스트아크’ 유저들이 대거 이탈해 다른 게임으로 이동 중이다. 이제는 ‘로난민’이 돼버린 유저들이 흩어지면서 PC방 점유율 지표는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1년 만에 ‘소통’ 게임에서 ‘불통’ 게임으로
최근 ‘로스트아크’의 대규모 유저 이탈은 하루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금강선 전 디렉터가 건강상의 이유로 게임 운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약 1년에 걸쳐 누적된 유저들의 불만이 올해 여름 쇼케이스를 기점으로 폭발한 것이다.

‘로스트아크’는 지난 2021년 트럭사태 당시 ‘유저들과 소통에 진심인 게임’이란 이미지를 얻으며 ‘메난민’들의 피난처로서 급속도로 성장한 바 있다. PC방 점유율 역시 TOP10 밖에 머물던 게임에서 당당하게 TOP10에 군림하는 주류 게임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3인 수석팀장 체제로 운영진이 교체되면서 이전에 볼 수 있었던 소통의 모습은 사라졌다. 이는 콘텐츠 업데이트가 지연되면서 쌓여가는 유저 불만을 해소할 길이 사라진 것과 같았다. 결국 지난 6월 진행된 여름 쇼케이스에 대한 실망, 최근 불거진 중국 관련 이슈로 폭발한 민심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대규모 유저 이탈로 번지게 됐다.

금강선 전 디렉터의 복귀로 ‘로스트아크’의 대규모 유저 이탈 사태는 어느 정도 수습되는 모습이다. 금 디렉터는 현재 유저들이 느끼고 있는 불만 사항 등을 실시간 채팅을 통해 즉시 소통하는 능력을 발휘하며 극적인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변경된 것은 없기 때문에 ‘로스트아크’의 PC방 점유율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분위기는 수습했으나 이미 빠질 대로 빠져나간 유저, 그리고 후임 디렉터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로스트아크’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콘텐츠 업데이트 일정은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과거 ‘로스트아크’가 보여줬던 업데이트 홍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오는 4분기에 취임할 신임 디렉터의 역량에 따라 향후 ‘로스트아크’가 PC방 점유율을 회복할지, 아니면 TOP10 밖으로 완전히 밀려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구원투수로 나선 금강선 디렉터의 라이브 방송 장면
구원투수로 나선 금강선 디렉터의 라이브 방송 장면

방학이 아니어도… 역대급 성과 이룬 ‘메이플스토리’
‘로스트아크’가 쏘아 올린 공을 가장 높게 받아친 게임은 아이러니하게도 ‘메이플스토리’다. 불과 2년 전 ‘메난민’들의 이탈로 PC방 TOP10 밖으로 밀려났던 이 게임은 이제 명실상부 PC방 RPG 대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2년 전 큰 홍역을 치른 후 ‘메이플스토리’는 유저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분위기는 안정됐고, PC방 점유율 역시 TOP10 문턱을 다시 넘으며 재도약을 향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갔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2분기부터 예년과 다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방학의 강자’라는 별명답게 PC방 성수기에는 성적을 끌어올리고, 비수기에는 TOP10 밖에 머물러왔으나 지난봄에는 20주년 기념 이벤트를 펼치며 방학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 6차 전직을 중심으로 하는 여름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면서 ‘로스트아크’를 완전히 누르고 PC방 RPG 장르 1위에 우뚝 섰고, 대거 이탈한 ‘로스트아크’ 유저들이 ‘메이플스토리’로 상당수 유입되면서 20년 만에 최초로 PC방 점유율 10%를 돌파, 전체 점유율 순위 2위까지 올라서게 됐다.

PC방 2인자로 올라선 ‘메이플스토리’는 당분간 호성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접속 보상을 제공하는 PC방 혜택은 타 게임의 도전을 차단하고 있으며, 강원기 총괄 디렉터의 소통 행보도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명 유튜버가 운영하는 PC방으로 강 디렉터가 일일 알바에 나서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메이플스토리’의 PC방 인기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불안한 ‘디아블로4’, 아직 반등의 여지는 있다
‘디아블로4’ 역시 ‘로스트아크’ 이탈자들이 대거 유입된 게임 중 하나다. ‘로스트아크’가 핵앤슬래시의 재미를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핵앤슬래시의 본고장인 ‘디아블로4’로 상당수 유저가 유입된 것이다. 하지만 ‘디아블로4’의 PC방 점유율은 큰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오랜 세월 PC방 흥행 보증수표로서 역할을 해왔다. ‘디아블로2’는 PC방 황금기와 역사를 함께 했고, 2021년 재출시한 ‘디아블로2: 레저렉션’ 역시 PC방 점유율 2위까지 올라서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후속작 ‘디아블로3’는 출시 당시 PC방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디아블로4’ 역시 출시 당일 PC방 점유율 3위, 이후 일주일여 동안 순위를 유지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출시 열흘 만에 4위로 내려갔고, 7월 들어서는 TOP5에서조차 밀려나 버렸다. 결국 ‘디아블로4’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첫 시즌을 오픈하면서 반등을 꾀했지만, 결과는 출시 당시 성적의 절반에 그쳤다.

국산 게임과 달리 ‘디아블로4’는 소통에 한계가 있다. 유저들의 불만 사항을 게임 디렉터가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고, 때문에 즉각적인 피드백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유저들이 지적하는 불편사항 등을 점진적으로 적용해줄 만도 하지만, 어째서인지 블리자드의 개발 방향은 유저들이 원하는 그것과 반대로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즌1 돌입 이후에도 저조한 PC방 성적은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4’의 반등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시즌1 개발이 ‘디아블로4’ 정식 서비스 전부터 준비됐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시작될 시즌2에서는 유저 피드백이 대거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즌1이 이제 시작됐기 때문에 ‘디아블로4’의 극적인 반등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전성기 맞은 ‘검은사막’ PC방 성적 유지하려면…
‘로스트아크’와 게임 시스템은 완전히 다르지만 ‘검은사막’도 큰 수혜를 입은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규대륙 ‘아침의 나라’와 신규 클래스 ‘우사&매구’ 출시 이후에도 요지부동이었던 PC방 점유율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검은사막’의 PC방 점유율이 급격하게 오른 시점은 ‘로스트아크’ 유저 이탈이 본격화한 지난 7월 2일부터다. 기존 30위권에 머물렀던 ‘검은사막’은 이날을 기점으로 20위권에 진입했으며, 이후 PC방 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주요게임 중 7월 한 달 내내 PC방 사용량이 연속 증가한 게임은 ‘검은사막’이 유일하다.

갑작스런 유저 유입에 ‘검은사막’은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고 있다. 밀물처럼 몰려오는 신규 유저를 수용할 서버가 부족해 기존 유저들의 서버를 신규 전용 서버로 전환했고, 신규 유저를 향한 무분별한 PK를 방지하기 위해 괴롭힘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공지까지 올렸다.

이처럼 소위 말하는 물 들어오는 상황에 맞춰 ‘검은사막’ 운영진은 부단하게 노를 젓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동안 쌓아 올린 노력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특히 게임 내 상시 거주하며 유저들과 어울리는 GM 캐릭터는 소통에 목말랐던 ‘로스트아크’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PC방 프리미엄 서비스에 있어서도 ‘검은사막’은 기본적인 혜택에 더해 특정일에 더욱 큰 보상을 제공하는 PC방 접속 이벤트를 이미 실시하고 있었다. 그동안 유저풀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PC방 점유율이 높지 않았으나, 최근 신규 유저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PC방 혜택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MMORPG가 협동 위주의 콘텐츠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검은사막’ 유저들은 생활이나 사냥 등 혼자 플레이하는 콘텐츠를 더 많이 즐기고 있다. 이는 여럿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PC방 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장기적인 PC방 흥행을 위해서는 협동 중심의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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