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6월호(통권 39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에서 가동되는 게임은 백여 개가 넘는다. 하지만 실제 PC방 손님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은 20개 정도로 꼽을 수 있으며, 특히 PC방 매출을 좌우하는 게임은 점유율 상위 TOP10 게임에 그친다. 그만큼 PC방 이용객들이 집중적으로 즐기는 게임은 수없이 많은 게임 중에 극히 일부라 할 수 있다.

그중 지난 10년 가까이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20년이 넘는 PC방의 역사 속에는 PC방을 뜨겁게 달궜던 게임들이 꽤나 있었다. 이 대단한 ‘LoL’도 과거 몇 차례 1위 자리를 넘겨줬던 전례가 있던 만큼, 앞으로 대작 게임이 나와 PC방을 다시 한번 뜨겁게 달궈줄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아이러브PC방 창간 24주년을 맞아 PC방을 호령했던 대세 게임들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그 게임들이 현재 어떤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BGM으로 PC방을 꽉 채웠던 국민게임 ‘카트라이더’
2000년대 초반까지 PC방 대세 게임은 단연 ‘스타크래프트’였다. PC방에 가는 것은 곧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러 가는 것으로 여길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린 게임이었으며, ‘민속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채 아직도 PC방 TOP10 안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PC방 손님들이 즐기던 게임은 ‘리니지’와 ‘리니지2’, ‘뮤 온라인’ 등의 MMORPG 장르였다. 그런데 2004년 전혀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혜성처럼 나타나 PC방을 평정하기에 이르렀으니, 다름 아닌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였다.

넥슨의 로두마니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카트라이더’는 당시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아케이드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조작이 간편하고 접근성이 낮아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PC방에서 즐기기 최적이었다.

비주류 장르였던 레이싱 게임은 ‘카트라이더’의 등장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했으며, 코너링과 부스터 등 단순한 스킬을 통해 짜릿한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점으로 이스포츠 대회까지 확장되기도 했다.

2005년 하반기까지 PC방을 BGM으로 가득 메우던 ‘카트라이더’는 점유율 1위에서 내려온 이후 점차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으며, 2023년 3월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바통을 넘기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국산 FPS ‘스페셜포스’, PC방 맞춤 정책으로 득세
FPS 장르의 첨예한 경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과거에는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중심으로 ‘레인보우식스’ 등 걸출한 FPS 게임들이 PC방 손님들을 이끌었는데, 드래곤플라이에서 개발한 국산 FPS ‘스페셜포스’가 등장하면서 이 같은 경쟁 구도가 단숨에 깨졌다.

‘스페셜포스’의 성공 요인은 PC방 프리미엄 혜택인 ‘건빵 PC방’ 서비스라 할 수 있다. PC방 유저에게 각종 인게임 혜택을 제공하면서 일반 유저와 차별화 전략을 펼치자 ‘스페셜포스’ 유저들이 PC방으로 몰려들었다.

당시 건빵 PC방 가맹에 회의적이었던 다수의 PC방들은 몰려드는 수요에 못 이겨 가맹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스페셜포스’가 PC방 대세 게임으로 거듭나면서 PC방과 게임사 모두 윈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강력한 PC방 혜택으로 무장한 ‘스페셜포스’의 왕좌는 2006년까지 이어졌으며, 현재는 PC방 점유율 중하위권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셜포스’를 밀어낸 또 하나의 FPS ‘서든어택’
‘스페셜포스’로 시작된 FPS 강세는 ‘서든어택’으로 이어진다. 2005년 게임하이(현 넥슨게임즈)가 넷마블을 통해 출시한 ‘서든어택’은 당시 FPS 최강자였던 ‘스페셜포스’의 점유율을 점차 흡수해갔으며, 출시 1년여가 지난 2006년 11월에 비로소 장르 선두와 PC방 점유율 1위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초기 ‘서든어택’은 길드 개념인 클랜 시스템이 없었는데, 네이버와 다음 카페 등을 중심으로 외부 클랜이 결성될 만큼 상당한 인기를 자랑했다. PC방 점유율 선두를 꿰차면서 캐릭터 디자인 등 대대적인 게임 콘텐츠 개선이 이뤄졌고, 이때를 기점으로 여성 캐릭터가 출시되는 등 현재 연예인 캐릭터 출시 전통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다양한 시도와 노력으로 PC방 FPS 장르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서든어택’은 2년여가 지난 2008년 11월까지 PC방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비록 왕좌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현재까지도 TOP5에 상주하며 장수 게임의 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MMORPG 대세 이끈 ‘아이온’ 160주 연속 1위 기록
2008년은 MMORPG 장르가 PC방 정상에 오른 해였다. 엔씨표 대작 MMORPG ‘아이온’이 OBT를 통해 PC방 RPG 유저를 빨아들였고, 그해 11월 정식 출시와 함께 PC방 점유율 1위에 당당히 올라섰다. 2005년 ‘스페셜포스’로 시작된 FPS 절대 왕좌가 RPG로 바뀐 순간이었다.

‘아이온’ 출시는 MMORPG에 목말랐던 게이머들에게 희소식이었다. PvP는 물론 RvR의 재미를 한껏 선사하며 정식 출시와 함께 PC방 점유율 1위를 꿰찬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당시 접속자 폭주로 대기시간이 한 시간을 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과거 PC방을 호령했던 ‘리니지’ 시리즈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이러한 인기를 경험하진 못했다.

특히 ‘아이온’이 기록한 PC방 점유율 연속 1위 기록은 ‘LoL’의 등장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장장 4년여에 걸친 160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은 현재에도 다시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온’은 2012년 ‘LoL’에 왕좌를 넘겨준 후 점차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는데, 클래식 서버 출시와 함께 최근까지 TOP10 문턱을 두드리는 점유율로 이름값을 유지하고 있다.

명불허전 PC방 최강자 ‘LoL’, 그 이후
2011년 말 정식 출시한 ‘LoL’이 이듬해 정상에 오르면서 PC방 대세 게임은 ‘LoL’로 귀결된다. ‘LoL’은 기존 ‘아이온’이 세운 PC방 최장기간 1위 기록을 가볍게 넘는 200주 연속 1위 기록을 두 번이나 달성하면서 현재까지 부동의 1위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LoL’을 제치고 왕좌에 올랐던 게임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블리자드의 액션 RPG ‘디아블로3’가 2012년 5월 출시하면서 승승장구하던 ‘LoL’을 누르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으며, 그해 6월 엔씨소프트의 무협 MMORPG ‘블레이드앤소울’이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두 달여간 PC방 정상에 올라 있었다.

걸출한 신작 출시에 잠시 왕좌에서 밀려났던 ‘LoL’은 2012년 8월에서야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고, 비로소 장기집권에 나서게 된다. ‘부동의 1위’이라는 수식어는 이때를 기점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거침없던 ‘LoL’의 자리를 다시 위협한 것은 PC방 전통 강자인 FPS 장르에서 나왔다. 블리자드가 2016년 야심차게 선보인 ‘오버워치’가 하이퍼 FPS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전 세계 게이머들을 주목시켰고, PC방에도 그 열기가 전해지면서 ‘LoL’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LoL’의 최장기간 PC방 1위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해가 바뀌면서 ‘LoL’이 다시 왕좌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배틀그라운드’가 큰 화제와 함께 나타나면서 다시금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2017년 11월 마침내 PC방 점유율 1위에 올라선 ‘배틀그라운드’는 이듬해 7월까지 8개월간 선두를 지켰다.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배틀그라운드’ 신드롬은 PC 업그레이드 이슈도 함께 가져오면서 PC방 하드웨어 사양이 한층 높아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2018년 8월 ‘LoL’이 또다시 집권한 후 5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따금 이벤트 효과로 치고 올라오는 ‘피파온라인4’를 제외하면 ‘LoL’의 자리를 위협할 게임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달에는 과거 ‘LoL’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던 ‘디아블로3’의 후속작 ‘디아블로4’가 출시할 예정이며, 오랜 담금질을 마친 엔씨소프트의 ‘TL’도 출시일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9년이라는 기간 동안 집권에 재집권을 거듭하며 PC방을 점령하고 있는 ‘LoL’이 새로 출시하는 대작 게임들을 어떻게 대적할지, 또 막강한 ‘LoL’의 독재를 무너뜨리고 예전과 같이 치열한 왕좌 쟁탈전을 벌여줄 킬러 타이틀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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