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9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업종의 전성기를 규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만약 개체수가 그 기준이라면 PC방 업종은 태동한지 불과 3년 정도 된 2001년에 전성기를 맞았다. 1998년부터 서서히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초기의 PC방은 바로 1년 후인 1999년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해 2001년 23,548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 시절,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당구장은 PC방과 달리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성인 남성은 물론 중고생들도 즐겨 찾던 당구장이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른 PC방의 등장에 밀려 빠르게 사라져간 것이다.

그로부터 2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협회의 노력으로 ‘스포츠 시설’이라는 날개를 단 당구장은 눈에 띄게 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PC방은 전성기 개체수의 4분의 1 정도만 남아 고전 중이다.

그렇다면 PC방 업종도 당구장과 같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다양한 부분에서 그 가능성을 짚어봤다.

한창때의 1/4로 줄어든 PC방은 사양산업?
PC방 산업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은 코로나19가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오랜 기간 동안 PC방 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10,000개 선이 붕괴된 시점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이다.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하는 게임백서 기준에서다.

PC방 시장 규모의 축소 원인은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어디서든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PC방 이용객이 줄어든 것으로 시작해 24시간 업종의 특성상 업주 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 재투자 시기가 빠르게 도래한다는 점, 직원 관리의 어려움, 인근 매장들과의 과열경쟁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업계를 떠나는 업주들이 많았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익성이 높았다면 시장 규모가 이렇게 빨리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이를 감내할 만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지피방, 게임텔 등 영업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에 더해 가구당 1대 이상의 PC를 두는 시대가 됐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디바이스는 더욱 다양해졌다.

PC방 수가 정점을 찍었던 2001년 당시만 해도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종 업종으로 주목받으며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올랐고, IMF로 직장을 잃은 우리네 아버지들에게 창업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온라인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도 매우 신선했던 시기라 PC방 시장의 빠른 성장에 발맞춘 게임 개발사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벤처신화를 쓰기도 했다.

그렇게 정점을 찍은 후 22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 그동안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대접을 받기도 했고, 다양한 이슈로 많은 규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후 먹거리로 돌파구를 찾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지만, 수익성을 개선할 정도의 반전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팀룸
최근 유행하고 있는 팀룸

다양한 시도로 돌파구 찾고 있는 종사자들
앞으로도 PC방 수가 2001년 전성기의 23,548개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전성기의 기준을 PC방 개체수가 아니라 질적 향상으로 접근한다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C방의 질적 향상 역시 2001년 당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끌었던 신선함과 흥미로움이 중점이다.

이미 적지 않은 PC방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먹거리 퀄리티는 ‘PC방 먹방’이 크리에이티브를 넘어 일반 학생층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할 정도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PC방 환경이 청결하고 쾌적해지면서 사회적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고, 이는 다양한 부분에서 규제완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아이템 ‘팀룸’이 경쟁력 높은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다. 그동안 PC방은 내부에 별도의 공간(ROOM)을 구성하는데 소극적이었다. 공간은 물론 소방법 등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PC방 프랜차이즈에서 이 같은 관념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팀룸을 도입하며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팀룸은 코로나 시국 동안 프라이빗한 환경으로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3~5명 이상의 단체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팀룸의 규모도 3~6인석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아직은 신규 매장 위주로 조성되고 있지만, 기존 PC방들이 리모델링 과정에서 도입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트렌드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도입이 늘고 있는 무인솔루션과 서빙로봇도 PC방 이용자들에겐 새로울 수 있다. 인건비 절감과 운영 편의성 때문에 도입하고 있지만, 고객들로 하여금 천편일률적인 PC방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특히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젊은층 사이에서는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같은 신선한 아이템과 새로운 시도들이 PC방 업계를 제2의 전성기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PC방 같지 않은 PC방 내부
PC방 같지 않은 PC방 내부

요금제부터 운영방식까지 과감한 변화 모색
이미 시작 단계에 있는 아이템들도 있지만, 아직 PC방 업계에는 도입된 적이 없는 콘텐츠들도 많다. 그동안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혹은 이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리던 콘텐츠들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해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다.

우선 20여 년 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요금제의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PC방 이용료는 카드에 선불요금을 충전하는 형태에서 PC방 관리프로그램 보급 이후 후불요금제를 거쳐 키오스크를 통한 선불충전식으로 다시 전환됐다. 하지만 요금 형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회원과 비회원을 구분하고 충전 요금이 많아질수록 할인되는 방식이 20년 넘게 쓰이고 있다.

이제는 PC 사양별, 공간별, 고객 등급별 요금 등 다양한 형태의 요금제 도입을 시도해야 한다. 최근의 PC방은 다양한 PC 사양을 갖추고 있다. 대형화로 인해 부분적으로만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고, 요구사양이 낮은 ‘리그오브레전드’가 점유율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이런 환경에 맞춰 PC 사양에 따른 요금 차별화가 가능하다. PC 사양이 같더라도 모니터나 게이밍 기어 성능에 따라, 책상 너비 등 좌석 환경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구현할 수 있다.

항공사가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의 요금과 서비스에 차이를 두듯, 호텔이 객실 등급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달리하는 것처럼 PC방에서도 먹는 것, 파는 것, 동선, 서비스의 질에 차이를 두는 것이다. 이같이 시설이나 공간, 고객 등급별로 차이를 두는 요금제는 지금까지 PC방에서 도입한 적이 거의 없지만, 이용자들이 납득할 만한 선에서 시도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셀프서비스도 고민할 때가 됐다. 사실 초기의 PC방은 요금 결제나 먹거리 서빙이 셀프였다. 진열대에서 컵라면을 집어 카운터에 결제하고 뜨거운 물을 받아 자리로 이동해 먹어야 했다. 먹고 남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정도에 그쳤던 것이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중심으로 먹거리 서빙이 시작되면서 셀프 개념은 완전히 무너지고, 요금에 비해 과한 서비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런 셀프화는 PC방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과도 같다. 높아진 인건비과 심각한 구인난을 극복하기 위해 업무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돌파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수준으로 셀프서비스 비중을 높이는 것이 숙제다. 이를 위해서 먹거리 판매 부분에서라도 셀프서비스를 유도하는 약간의 할인 정책으로 서서히 정착시켜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셀프서비스 문화가 정착된다면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업무 효율은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빙로봇도 신선한 아이템 중 하나
서빙로봇도 신선한 아이템 중 하나

과거 유행했거나 기피했던 서비스도 다시 한번
한때 ‘PC방은 대수 싸움’이라는 말이 돌면서 매장에 빡빡하게 PC 좌석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전체적으로 PC 가동률이 떨어지고 매장 환경을 중요시하는 이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카운터 인근이나 휴게 공간을 넉넉하게 조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긴 했지만, 이 같은 공간을 매출로 연결할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카운터 주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유행했던 ATM기, 프린트 서비스, 택배나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게이밍 기어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등 숍인숍 아이템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잠재고객층을 매장으로 불러들여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형태의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동안 도입을 망설이던 설비들을 과감하게 들여놓는 시도도 필요하다. 특히 자판기 시스템이 그렇다. 최근 자판기 시장은 비대면 문화 확산을 등에 업고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을 내세워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먹거리는 물론 다양한 공산품 등 취급할 수 있는 품목이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1+1과 같은 이벤트 기능까지 접목할 수 있다. 특히 주방 업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커피 제조의 경우 자판기를 통해 일손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결국 PC방 업종 제2의 전성기를 위한 발판은 늘어난 업무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선하느냐, 수익성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 천편일률적인 PC방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고객들에게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상술한 내용 외에도 이를 구현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지금의 당구장과 같은 제2의 PC방 전성기도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PC방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PC방
고성능 게이밍 기어 대여 서비스
고성능 게이밍 기어 대여 서비스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 시도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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