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사용하는 PC는 주된 용도, 평소 즐겨하는 게임의 플랫폼과 장르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양한 사양을 필요로 한다. PC방의 컴퓨터는 무척 다양한 게임을 무리 없이 구동해야 하는 만큼 평균적인 사양보다는 높아야 하는데, 게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모든 하드웨어가 고사양일 필요는 없다. 프로세서를 비롯한 주요 하드웨어의 조합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 4월 말 AMD의 새로운 AM5 소켓에 대응하는 엔트리 라인업 A620 칩셋 메인보드가 출시됐다. 제조사의 권장소비자가격이 125달러에서 85달러로 낮아지긴 했지만 전작 A520, A320 칩셋 제품에 비해선 여전히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인텔은 LGA1700 소켓 대응 H710 칩셋 메인보드가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12·13세대 CPU 모두 H610 메인보드에 장착할 수 있다. 이에 AMD A620 메인보드 기반 시스템과 인텔 H610 메인보드 기반 시스템의 성능과 구성 가격대를 비교해봤다.

다양한 조합과 별개로 메인보드는 ‘무조건 엔트리급’
인텔의 13세대 랩터레이크 프로세서와 AMD의 라이젠 7000 라파엘 프로세서가 출시되면서 PC방의 컴퓨터도 세대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텔 CPU는 X400 라인업, AMD CPU는 X600 라인업이 주로 사용됐고, 프리미엄 존 등 고사양 좌석에는 좀 더 높은 사양의 제품을 사용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메인보드는 게임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엔트리 라인업을 주로 사용한다.

AMD가 전 세계에서 데스크톱 CPU 점유율을 조금씩 높여나가고는 있지만, 아직 국내 PC방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핀이 메인보드로 자리를 옮긴 AM5 소켓 규격은 고성능 라인업이 먼저 출시되고, 엔트리 라인업인 A620 메인보드는 라이젠 7000 시리즈 출시 후 반년 만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인텔 역시 H710 메인보드는 아직 출시 전이지만, 12·13세대 CPU 모두 기출시된 H610 메인보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AMD는 최신 제품 경쟁에서 조금 불리한 셈이다.

AMD가 저조한 PC방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선 눈길을 끌 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수년 전까지는 ‘AMD=가성비’란 공식이 따라다녔지만, 라이젠 시리즈 이후부터는 그 메리트가 옅어졌다. 그래도 라이젠 7000 시리즈는 싱글코어 최대 속도가 5GHz를 넘어섰다는 것 하나만은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어, A620 메인보드 출시로 점유율 상승이 기대된다.

RTX3060 기준 동급 시스템의 성능 대결
테스트 시스템은 CPU와 메인보드만 다르고 CPU 쿨러,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 다른 부품은 동일한 제품을 사용했다. AMD 시스템은 라이젠5 7600 CPU, 애즈락 ‘A620M-HDV/M.2+ 디앤디컴’ 메인보드를 조합했으며, 인텔 시스템은 i5-13400F, 기가바이트 ‘H610M H 듀러블에디션 제이씨현’ 조합을 사용했다.

쿨러는 서멀라이트 ‘피어리스 어쌔신 120 SE ARGB’, 그래픽카드는 이도디스플레이 ‘RTX3060 RAGE-X D6 12GB Dual’, SSD는 웨스턴디지털 ‘SN770 1TB M.2’, 파워서플라이는 마이크로닉스 ‘캐슬론M 브론즈 750W’ 등을 조합했다. 모니터는 큐닉스의 4K 144Hz 성능의 ‘UHD43G’ 모니터를 사용했는데, 해상도는 FHD와 QHD로 설정했다. 메모리는 AMD AM5 소켓 CPU가 DDR4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DDR5-4800 성능의 팀그룹 ‘DDR5-4800 CL40 Elite Plus 서린’을 16GB(8×2) 장착했다.

시스템 성능, 말 그대로 ‘막상막하’
A620 시스템과 H610 시스템의 성능 차이는 결과적으로 어느 한쪽이 더 높다고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호각이다. 13400F가 E코어의 추가로 쓰레드 구성이 더 많기 때문에 CPU 종합 성능은 R5 7600보다 우위에 있다. CPU-Z의 벤치마크 테스트는 R5 7600이 싱글코어에서 5%가량 앞섰지만 멀티코어 점수는 13400F에 10%가량 뒤처졌다. 시네벤치 R20 테스트 역시 R5 7600은 싱글 700점, 멀티 5,395점, 13400F는 싱글 685점, 멀티 6,133점을 기록했다.

3DMark 테스트의 CPU 프로파일 테스트 역시 R5 7600은 1쓰레드 점수만 13400F에 앞서고, 나머지 2, 4, 8, 16, max 쓰레드 결과는 조금씩 뒤처졌다. 파이어스트라이크 테스트에서는 R5 7600이 총점 2만315점, 13400F가 1만9,991점으로 측정됐고, 타임스파이 테스트는 R5 7600 8,632점, 13400F 9,110점으로 나타났다. 스피드웨이 테스트는 두 시스템의 점수 차이가 3점에 불과했다.

게임 플레이에서의 테스트는 그 결과가 좀 더 명확했다. 두 시스템의 성능 차이가 명확하게 났다는 뜻이 아니라,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만큼 성능이 비슷했다는 의미다. ‘배틀그라운드’의 국민옵션 리플레이 테스트에서 A620 시스템은 FHD 해상도 최저 154FPS, 평균 194.5FPS, QHD 해상도 최저 92FPS, 평균 118.7FPS를 기록했다. H610 시스템은 FHD 해상도 최저 152FPS, 평균 193.4FPS, QHD 해상도 최저 93FPS, 평균 118FPS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CPU가 요구 성능의 필요충분조건을 달성했다는 가정 하에 그래픽카드의 역량에 따라 달리 도출되는데, 최저 프레임과 평균 프레임이 모두 비슷하게 나왔다는 것은 두 CPU 모두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의 마지노선을 충분히 넘는다고 해석된다.

성능은 그렇다 치고, 가격은?
사실 인텔 H610 메인보드와 달리 AMD A620 메인보드는 기사 작성 시점에서도 출시된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다. 이 말인즉슨 출시 초기에 형성되는 판매가격에 아직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는 뜻이다. 4월 26일 가격비교사이트 기준 각 제품의 소비자 최저가는 오른쪽과 같다. 괄호 내 숫자는 1개월 전의 가격 대비 등락폭이다. 메인보드는 두 제품 모두 4월 말경 출시돼 가격 등락폭이 없다.

CPU 쿨러, 그래픽카드 등 가변적인 다른 하드웨어나 공통 가격이 적용되는 메모리를 제외하면, CPU와 메인보드의 가격은 AMD 시스템 43만3,000원대, 인텔 시스템 38만2,000원대다. 인텔 CPU는 최근 1개월여 동안 가격이 다소 상승했고 AMD는 하락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두 제품의 가격은 몇백 원 차이까지 좁혀졌다. 두 시스템의 가격 차이는 온전히 메인보드 가격 차이인 셈이다.

인텔 시스템은 H610 메인보드 가격이 10만 원대로 안정되면서 전체 가격이 낮아졌다. A620 메인보드는 제조사 권장가가 85달러지만 출시 초기 프리미엄 때문에 아직 적정 가격보다는 많이 높은 편이다. 가격 하락은 2개월여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 구매 시 리테일 가격은 소비자가격보다는 다소 낮겠지만, AMD 시스템이 인텔 시스템과 가격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A620 메인보드 가격이 권장가 수준까지 낮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