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일단 사용해보고 싶고, 생각보다 마음에 들면 사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PC 게임을 좋아한다면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패드, 헤드셋 등에 그런 욕심이 있기 마련인데, 대체로 수년간 이래저래 구입과 매각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에 정착하게 된다. 그런데 ASUS가 새로 출시한 ROG 브랜드의 첫 커스텀 키보드 ‘AZOTH’를 사용해 보니, 지금껏 잘 사용하던 키보드에 또 다시 ‘업글’의 유혹에 빠지기 시작했다.

발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 ‘로그 아조스’ 키보드는 일반적인 텐키리스 폼팩터보다는 작고 미니 사이즈보다는 약간 크다. 문자 키와 숫자패드 사이의 기능 키를 세로 1열로 배치했고, 우측 하단의 남는 공간에 방향키를 배치했다. 스위치는 ROG NX 청축, 적축, 갈축 중 선택할 수 있고, 영문 자판에 이어 한글이 새겨진 한글 자판도 갈축과 적축으로 출시됐다. 키보드 무게는 약 1.18kg으로 컴팩트 크기의 키보드 치고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로그 아조스는 기계식 키보드의 기본 구조에 3중 흡음 설계를 적용했다. 하판과 PCB 사이에 실리콘 폼과 함께 ‘Poron 폼’을 배치했고, PCB 위에 3.5mm 두께의 실리콘 소재 패드 및 개스킷을 적용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것은 청축 모델이었는데, 일반 청축 기계식 키보드보다 울림이 적고 타건감도 사뭇 달랐다.

추가 기능 키 설명은 키캡 아래쪽에 각인돼 있다
추가 기능 키 설명은 키캡 아래쪽에 각인돼 있다
키보드 우측 상단 부분에 연결 방식 변경 스위치가 USB 포트 동글과 함께 배치돼 있다
키보드 우측 상단 부분에 연결 방식 변경 스위치가 USB 포트 동글과 함께 배치돼 있다

키캡은 PBT 이중사출 키캡이 적용됐고, 울림 소리가 가장 큰 스페이스바는 ROG 스위치 고유의 스테빌라이저와 함께 흡음 설계가 적용돼 스페이스바 어느 부위를 쳐도 울림이 덜했다. 기자가 사용 중인 갈축 기계식 키보드보다 스페이스바 타건 소음이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측 상단에는 LED 라이트 대신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 표시와 키보드 제어를 역동적으로 표시한다. 3방향 노브와 측면 버튼으로 미디어 제어, 키보드 LED 밝기와 패턴, OLED 밝기, 시스템 볼륨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아머리 크레이트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JPG나 GIF 애니메이션, 프로필 설정, 사운드 효과, PC 시스템 모니터링 등을 볼 수도 있다.

OLED 디스플레이에 GIF를 적용해 봤다. 영화 ‘황해’의 최종보스 면정학이 ‘너 뭐이니’ 하는 표정으로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에 GIF를 적용해 봤다. 영화 ‘황해’의 최종보스 면정학이 ‘너 뭐이니’ 하는 표정으로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아조스의 후면에는 4방향 모두에 미끄럼방지 패드가 부착돼 있고, 2단의 높이 조절 피트 끝부분에도 패드가 있어 키보드 높이에 관계 없이 장패드 위에서도 키보드가 밀리지 않았다. 기자가 플레이하는 게임 중 타건 힘이 가장 강한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이하 디맥V)’를 10여 곡 플레이해도 처음 맞춰둔 위치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아조스의 패키지는 본체와 USB-C 유선 연결을 위한 케이블 외에도 다양한 부품들이 포함돼 있다. 키캡 풀러과 스위치 풀러를 비롯해 스위치 오프너, 거치대, 3개의 ROG NX 스위치, 윤활유 및 브러쉬, USB 익스텐더까지 스위치 교체 및 윤활을 위한 파츠가 모두 포함돼 있다. 스위치 교체 및 윤활 방법은 동봉된 QR코드로 제공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키캡, 스위치의 교체 및 윤활을 위한 모든 도구가 제공된다.
키캡, 스위치의 교체 및 윤활을 위한 모든 도구가 제공된다.

게이밍 키보드의 본연의 임무는 게임이다. 기자가 가장 자주 플레이하는 ‘배틀그라운드’와 ‘디맥V’,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해 봤다. 확실히 미니 크기보다는 펑션 키가 별도로 배치되어 있어 MMORPG를 즐길 때도 불편하지 않았다. 리듬게임은 물론 ‘배틀그라운드’ 역시 경쾌한 타건감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키보드가 아무리 좋아도 실력이 부족한 것을 메워주진 않는다.

제이웍스가 유통하는 ASUS ROG AZOTH는 영문 각인 3종과 한글 각인 2종 모두 39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키보드에 비하면 가격이 상당하고,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해도 저렴하지 않다. 다만 일반적인 게이머를 넘어 자신에게 맞는 스위치를 알고 윤활까지 직접 할 정도의 마니아라면 커스텀 키보드의 유연한 시스템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실 게임을 즐길 때는 색다른 타건감이 만족스럽지만, 기사를 작성할 때는 자주 쓰는 home/end, Prtsc 키 등이 오른쪽 펑션 키와 조합해야 하는 점이 편하지는 않다. 이 키보드로는 온전히 게임만 즐기라는 제조사의 뜻일까? 그러니 기사는 여기까지 쓰고 남은 업무시간 동안 합법적으로 태이고에서 파는 치킨을 얻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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