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4월호(통권 38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에 정식 질병코드로 등록하면서 이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임이 질병으로 규정되면 PC방은 물론 게임산업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월 27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저지할 법적 기반이 될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과거처럼 국제표준분류가 여과 없이 수용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국내 도입 저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표준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현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결정하는 핵심은 통계법에 있다. 현행 통계법 22조는 통계작성기관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통계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산업, 직업, 질병·사인(死因) 등에 관한 표준분류를 작성·고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해 국제표준을 기준으로 국내표준을 정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게임이용장애 관련 민·관 협의체’ 회의에서 통계청 관계자의 발언으로 확인됐다. 당시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법상 국내 각종 표준분류는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작성하게 돼 있다”며 “지금까지 한국질병분류코드(KDC) 개정 과정에서 ICD의 특정 내용을 제외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고, 협의체 결정을 토대로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며 “통계법에 따라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국내표준분류를 작성하되, 국내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는 분류체계를 작성·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통계청의 공식 해명에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통계청 관계자의 ‘국제표준의 특정 내용을 제외한 전례가 없다’는 발언을 주목해야 하는데, 법적 기반이 빈약한 상태에서 여론에 따라 국내표준을 결정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표준 맹목적 도입 안 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4년여 기간 동안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현행법에 막혀 그동안의 협의체 활동이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 한국형 표준분류를 마련하기 위한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 울산 북구)이 지난 2월 27일 대표 발의한 통계법 개정안을 보면, 현행 통계법 22조에서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참고’할 것으로 변경했다. 또 표준분류 작성 시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국제표준분류는 권고사항으로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가 없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 위축으로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되며, 국내 여론도 점차 신중론이 우세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통계법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표준분류 작성에 즉시 효력이 발휘된다.

WHO가 지난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한 국제표준은 ICD-11로, 이를 기준으로 등록하게 되는 국내표준은 KDC-10이다. KDC-10은 오는 2030년 반영돼 2031년 실제 적용될 예정인데, KDC-10 개정을 시작하는 2026년 전까지 현재 발의된 통계법 개정안이 처리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헌 의원
이상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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