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8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면서 수도 없이 적의 총알에 드러눕고 나면 차가운 음료로 열을 식혀야 할 때가 많다. 예전에는 밤을 새워가며 게임을 즐기면서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나 에너지음료를 찾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맛’이 있으면 어떤 음료든 상관없이 주문을 하곤 한다.

과거 온라인에 공개된 레시피로 ‘붕붕드링크’를 직접 조제해 마셔본 경험이 있다. 대부분은 맛이 ‘윽’ 수준이었고, 나쁘지 않은 맛이라 해도 만들기가 번거롭거나 효과가 그리 와닿지 않았다. 현재 가장 성공적인 음료 조합으로 얼음과 박카스와 사이다를 섞은 ‘얼박사’가 꼽히는데, 문득 두 번째 얼박사가 될 음료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두괄식으로 결과를 먼저 언급하자면, ‘절반의 성공’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임 속 ‘포션’을 현실 세계로?
‘붕붕드링크’를 구글링해 보면 약 30여 가지의 레시피가 나열된다. ‘내일의 체력을 오늘 끌어다 쓴다’는 무시무시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붕붕드링크는 카페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료와 비타민제 등을 조합해 각성효과를 노리는 음료로 알려졌다. 다만 대부분의 레시피가 실제로 검증된 것은 아니고, 최초 작성자가 몇몇 실존했던 음료 조합에 이름을 붙여 유행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도 과거 밤샘이 필요할 때 여러 붕붕드링크를 제조해 마셔봤지만 별다른 각성 효과는 볼 수 없었다. 그저 뭔가를 계속 마시고 있으니 잠 대신 요의가 쏟아진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게다가 레드불, 몬스터, 핫식스 등 다양한 에너지음료가 출시되면서 붕붕드링크와 같은 조합 음료는 게임 속 포션처럼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시켜 주는 각성 효과보다는 맛으로 찾는 아이템이 됐다.

십수 년 전부터 유행했던 얼박사는 사이다에 박카스를 섞어 청량감과 상큼함을 조합한 음료로, 붕붕드링크의 ‘박카리스(포카리스웨트+박카스)’와 비슷하지만 맛은 훨씬 낫다. 얼박사 비율은 레시피마다 조금씩 다른데, 탄산음료 디스펜서에 관계없이 16~20oz 컵에 사이다 250㎖ 한 캔과 박카스 F 120㎖ 한 캔을 섞고 얼음을 채우면 된다. 혹자는 약국에서 파는 박카스 D를 사용하는 것이 더 맛이 좋다고도 한다.

20여 종의 음료, 섞고 흔들고 마시고 뿜고(?)
PC방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음료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조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사이다와 콜라, 박카스와 비타500 등을 베이스로 삼고, 총 20여 종의 음료를 이리저리 섞고 흔들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봤다. 디스펜서가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간편하게 제조할 수 있도록 모든 음료는 캔이나 병 하나를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통일했다. PC방에서 판매할 경우 두 음료를 얼음컵에 붓기만 하면 된다.

시음회를 하기 전에 20여 가지의 조합 음료를 만들고 먼저 마셔보면서 기자 개인적으로 5점 이상을 준 음료 10종을 확정했다. 한 입 먹자마자 욕이 나오거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인 것 같은 조합은 제외했다.(사실 한 가지 조합은 욕이 나왔는데도 반응이 궁금해 그대로 두고 평가를 진행했다)

음료의 맛 평가는 기자를 포함한 편집부 3명과 PC방 사장님 2명 등 5명이 평가했다. 진행하면서 온갖 찬사와 욕설이 뒤섞이며 장관을 연출했고, 평가지에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고 평균을 냈다. 가장 낮은 점수는 상술한 ‘욕이 나왔지만 그대로 둔’ 믹스커피와 두유의 조합이 1점을 기록했다.

총 10가지의 조합을 테스트한 결과 대부분의 조합이 8점을 넘지 못했다. 커뮤니티에서 ‘편의점 음료 조합’으로 알려진 코카콜라와 TOP 스위트아메리카노의 조합은 ‘따로 먹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상상 속의 포션과 비슷한 느낌의 박카스+파워에이드 조합 ‘박카파워’는 6.5점, 갈아만든배와 몬스터를 조합한 ‘LDH몬스터’는 5.5점에 그쳤다. 코카콜라가 홍보했던 조합 중 하나인 코카콜라와 환타 오렌지의 조합 ‘오렌지코크’도 6점이었다.

얼박사의 변주인 칠성사이다 제로와 박카스의 조합 ‘로우얼박사’가 6.83점으로 평점 3위를 차지했다. 밀키스와 블루레몬에이드를 조합한 ‘크림레모네이드’가 7.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크림레모네이드’는 박카파워와 함께 10점 만점을 받은 조합이다. 대망의 1위는 평점 7.83점을 받은 ‘얼박사부스트’로, 사이다에 박카스 2개를 섞은 얼박사의 부스터 버전이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크림레모네이드’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시끌벅적한 시음회가 끝나고 마지막에 몬스터와 박카스를 섞어 만들어본 ‘헤비몬스터’도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지만, 음료 가격이 비싸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었다. 수 시간 동안 진행해보면서 역시 새로운 인기 음료 조합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사이다, 탄산수 등을 베이스로 다양한 조합을 더 찾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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