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8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서는 디즈니와 애플 등 거대 기업들이 치열하게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에 질세라 티빙, 왓챠 등이 선전하며 OTT 시장을 선도해가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 콘텐츠만 제공해오던 OTT는 이제 게임까지 영역을 넓혀 구독자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OTT 플랫폼이 게임까지 품게 되면서 게임 서비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PC방도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 됐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PC방에서 구독형 서비스 팝업매장을 열었던 Xbox 사례를 되짚어보며 향후 PC방 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을 살펴봤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 등장
과거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CD 등 패키지를 구매했으며,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면서 매월 일정 이용료를 지불하는 정액제 시스템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후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이 등장하면서 게임 패키지 구입은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으로 전환됐지만, 기본적인 게임 이용 방식은 패키지 구매와 온라인게임의 정액제 시스템으로 유지돼왔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등장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면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을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OTT에 소비자들은 빠져들기 시작했으며, 주기적으로 추가되는 신규 영상은 물론 수년 전의 영상까지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OTT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OTT의 장점은 지금까지 유지돼왔던 게임 이용 방식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OTT에서 이어진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현재 다양한 기업들이 구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구글 스타디아,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아마존 루나, 마이크로소프트 Xbox 게임패스 등이 있으며, 소니도 PSN 플러스의 등급을 3개로 나누며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확장했다. 물론 OTT의 선두주자 넷플릭스도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이고 있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게이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물론 특히 패키지 게임은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면 더는 즐길 게 없어지는 결과가 나타나며, 이는 이용자들이 패키지 게임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게임을 선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에 구애받지 않는다.

아직 전체 게이머 중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OTT가 대중화되었듯이 구독형 게임 서비스도 게이머들에게 대중화되는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독 서비스, 온라인게임으로 확장
패키지 게임과 콘솔 플랫폼 게임에 특화되었던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이제 온라인게임까지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바로 Xbox PC 게임패스(이하 Xbox 게임패스)가 라이엇게임즈의 게임들의 입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온라인 쇼케이스를 개최하면서 Xbox 게임패스에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 ▲발로란트 ▲와일드리프트 ▲레전드오브룬테라가 입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엇게임즈의 주력 게임들이 모두 입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게임이 Xbox 게임패스에 입점하면서 주어지는 혜택들이다. 라이엇게임즈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F2P(Free to Play) 방식의 무료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에 월 구독료를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는 Xbox 게임패스에 입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국내 PC방에 제공하고 있는 프리미엄 혜택인 ‘모든 챔피언 무료 이용’과 ‘모든 요원 무료 이용’을 내세웠다.

향후 Xbox 게임패스에 라이엇게임즈의 게임들이 입점을 시작하면 PC방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리그오브레전드’는 최근 수 년간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발로란트’까지 합치면 이 두 게임만으로 PC방 점유율 과반에 달한다. PC방 혜택이 유명무실해진다면 이들 게임 사용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PC방 가동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PC방은 우리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는 문화공간인 바, 라이엇에게 있어 PC방은 너무나 소중한 파트너”라며 “자사 게임들의 PC방 혜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화하는 방안을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에 대해서는 향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Xbox 게임패스가 라이엇게임즈의 주력 게임 입점을 공식화하면서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온라인게임의 합류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액티비전블리자드(블리자드)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만큼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디아블로’ 시리즈들도 머지않아 입점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게임 역시 ‘무제한 게임 이용’이나 ‘매직아이템 획득 확률 증가’ 같은 현행 PC방 혜택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PC방 업계에서는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독 서비스 PC방 도입 고민해야
현재 PC방에도 구독형으로 볼 법한 서비스가 이미 있다. 바로 ‘스팀PC카페’와 ‘루니파크PC카페’ 서비스로, 이들은 패키지 게임을 일정 주기로 입점시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제한된 라인업 탓에 이용률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 두 서비스는 수십여 개의 패키지 게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Xbox 게임패스가 서비스하는 패키지 게임 타이틀이 400여 개에 달하는 점과 크게 비교된다. 특히 신작 게임을 곧바로 입점시키는 Xbox 게임패스와 달리 ‘스팀PC카페’와 ‘루니파크PC카페’는 오래된 게임이 대거 라인업에 포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Xbox 게임패스가 PC방에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어떨까?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PC방에서 Xbox 게임패스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팝업 이벤트 매장을 운영했다. 다만 해당 PC방에서는 일반 게이머들에게 Xbox 게임패스를 소개하고자 하는 단순 이벤트를 진행한 것으로, PC방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이번 PC 게임패스 팝업 PC방 행사는 일반 게이머들에게 Xbox 게임패스를 소개하고자 했던 것”이라면서 “고사양 PC가 필요하기 때문에 PC방에서 행사를 진행할 뿐, PC방 전용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들어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선도하기 위해 게임패스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플레이엑스포’에서는 대규모 부스를 차려 Xbox 게임패스를 국내 게이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행사 기간 Xbox는 다양하게 열리는 이스포츠대회, 스트리머 이벤트 등 각종 행사에 PC 게임패스를 후원하면서 방문객들에게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달 운영한 개임패스 PC방 팝업매장도 이러한 홍보 활동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또한 Xbox 게임패스는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을 접목해 서비스 범위를 스마트TV까지 넓혀가고 있다. 별도의 저장장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PC나 콘솔 등 장비가 없어도 TV에 패드나 키보드만 연결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OTT에 게임이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Xbox 게임패스가 쏘아 올린 공은 다른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게임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으로 패키지 게임에만 국한되었던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 온라인게임들이 속속 합류하는 것도 머지않은 얘기다. 그렇다면 PC방도 늦기 전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

PC방은 고사양 PC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뛰어난 게이밍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구독형 게임 서비스의 상업용 라이선스만 갖춰진다면 장비가 부실해 게임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없는 이용자 유치가 가능하다. 충분한 수요가 예측되는 것을 어필해 PC방 업계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새로운 시장 개척과 신규 고객 유치 등 PC방 업계와 구독형 게임 서비스 제공사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Xbox 게임패스의 2022~2023년 입점 예정 게임들.
Xbox 게임패스의 2022~2023년 입점 예정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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