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온게임넷 던파리그 녹화가 있는 날이다. 녹화가 시작되기 3시간 전 던파리그의 해설자인 온상민 해설위원을 용산 I'Park mall에 위치한 e-Sports Stadium에서 만났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스페셜포스, 프리스타일, 서든어택 등 여러 게임리그에서 특유의 걸출한 입담으로 많은 팬을 사로잡은 그는 ‘대머리 해설자’로 더 유명하다. 그의 머리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인 온상민 해설위원과 재밌는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 온상민 게임해설위원

 
얼마 전에 결혼했다. 기분이 어떤가?
연애를 5년 동안 하고 결혼했더니 신혼 재미가 없다. 아내가 아침도 안차려준다. 여러분은 연애 너무 길게 하지 말고 일찍 결혼하시길 바란다. 그래도 결혼하니까 좋은 건 사실이다. 반찬은 아내가 준비해놓지만 밥은 내가 차려준다. 2세를 위해 담배도 끊었다. 끊은 지 4일 째다.

일이 없을 땐 주로 뭘 하는가?
주로 게임을 하거나 야동을 본다. 야동 굉장히 좋아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헬스도 하고 그랬는데 결혼 준비하면서부터 운동을 못했다. 운동 못한지 벌써 4개월이나 됐다. 여유 있을 땐 재테크 관련 책도 본다. 다른 사람들처럼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요새 주로 하는 게임은?
아바나 컴뱃암즈를 가끔 한다. 아바 사양이 너무 높아서 조만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것 같다. 옛날엔 게임을 재밌게 했는데 해설자가 된 후에는 재미가 줄었다. 아무래도 직업병인 것 같다. 게임을 하는 순간만큼은 즐겨야 하는데 이것저것 살피게 된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고나 할까?!

방송을 해오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을 때와 안 좋았을 때는 언제였나?
최근 국내에서 FPS게임이 인기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스타위주의 방송이다. 그래서 가끔 언저리에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WCG와 같은 세계대회 중계차 해외에 나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경우 해외에서 최고의 인기게임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고 환호도 대단하다. 한마디로 FPS게임에 열광한다. 물론 외국인들은 내 해설을 못 알아듣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기분이 나쁠 일은 많지 않지만 아무래도 시청자한테 안 좋은 소리 들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방송 4년차인 지금은 괜찮지만 1~2년쯤 됐을 땐 꽤 의기소침했었다.

머리대신 수염을 기를 생각은 없는가? 대머리라 머리감기도 편할 것 같다.
한 때 잠시 길러봤는데 관리가 어렵더라. 게다가 덩치도 한 덩치해서 산적 같아 보였다. 머리는 정말 편하다. 따로 감을 필요도 없다. 세수할 때 다 같이 하면 된다.

해설 준비는 어떻게 하나?
게임도 하지만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했던 방송을 다시 보기도 한다. 게임 중계는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대본이 없어서 어렵다.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이 해설인 것 같다.

세계대회 중계 경험도 꽤 있는데, 국내와 해외 프로게이머를 비교하자면?
큰 차이는 없지만 아무래도 즐기는 문화가 강한 것 같다. 해외의 프로게이머들은 대회기간에 집중해서 연습하고 대회에 임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해 반성하지만 평소에는 여가를 즐긴다. 반면 국내 게이머들은 여가 시간마저 반납하고 목숨 걸고 하는 분위기다.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가 인구대비 게임실력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방송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

 

방송사고 에피소드가 있다면?
녹화방송 전날은 술을 마시지만 생방송 전날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하루는 너무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아침 7시까지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날 생방송이 오후2시부터 시작이었는데 오후1시에 일어나서 1시 30분에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피곤해서 화면에 나가지 않을 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올라올 뻔 했다. 생방송인데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결국 경기가 끝난 후에 일을 치렀지만(?) 다행히 방송 사고는 면했다.
또 한 번은 나도 모르게 욕을 한 적이 있다. 화가 나서 한 것은 아니고 방송 끝날 때 쯤, 얼떨결에 튀어나왔다. 때 마침 마이크 음향이 내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방송 관계자들은 전부 들어서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 아무도 모르더라. 시청률이 낮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 때 사고 쳤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유머러스한 해설에 대해서 시청자 의견이 분분한데, 담당PD에게 혼난 적은 없는지?
PD님들한테 혼난 적은 없고 국장님한테 몇 번 불려간 적이 있다. 한 번은 WCG 중계를 하는데 어떤 시청자가 게시판에 ‘저 대머리 뭔데 반말을 하냐’라는 식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난 평소대로 했을 뿐인데... 그 때도 혼 좀 났다. 가끔씩 불려간다. 나는 언제 사고칠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것 같다.

해설 일을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다른 하고 싶은 일은 없는지?
짤릴 때 까지 할 생각이다. 다른 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로또가 크게 한방 되면 초대형 PC방을 오픈하고 싶다. PC가 800대 정도 되고 가운데 메인스테이지가 있어서 게임대회를 매일 매일 열 수 있는...

게임해설가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캐스터는 분야별로 정규교육을 받지만 해설자는 그런 것이 없다. 그렇다고 딱히 데뷔할 만한 발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한 지식과 그 사람의 인지도인 것 같다. 선수로 활동을 했거나, 게임커뮤니티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인맥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 마지막까지 유쾌하다!

 

온상민 해설위원과 인터뷰하는 내내 필자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방송에서의 모습은 절대 꾸미지 않은 본래의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특유의 유머와 재치 있는 입담은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힘을 가진 것 같았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온상민 해설위원에게 감사를 드리며 행복한 신혼생활을 누리시길 바란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의 재밌는 해설을 들으며 방송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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