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27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3년 게임업계의 최대 이슈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게임 중독법)’일 것이다. ‘게임 중독법’은 술, 마약, 도박과 함께 게임을 4대 중독물질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어 게임업계를 비롯한 문화계 전체의 반발을 샀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주도한 ‘게임 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에는 참여가 줄을 이어 32만 명을 넘어섰고,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개혁 공동대책위원회는 PC방 단체를 포함한 문화예술 및 게임 관련 단체 22개가 참여해 활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게임을 옹호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게임은 문화다 컨퍼런스 및 게임 마약법 반대 대토론회’는 오직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도움으로만 마련된 행사로, 다양한 시각으로 게임을 풀어보고 게임 중독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자리였다. 또한 게임업계의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도 이뤄졌다.

   

게임, 어째서 문화인가?
이번 게임 대토론회는 1부를 주제발표로, 2부를 토론으로 구성했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게임 중독법’의 과감성은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시각에서 비롯한다고 보고 다양한 주제발표를 통해 게임의 문화적 측면을 부각한 것이다.

와일드카드 김윤상 대표,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김강삼 교수, 마이에트엔터테인먼트 오지현 선임연구원, 강임성 게임디자이너, 오영욱 프로그래머 등이 각각 ‘게임의 산업·기술적 중요성’, ‘여가로써의 게임’, ‘청소년의 행복과 게임’, ‘게임과 함께한 인생사’, ‘게임의 긍정적 측면인 기능성 게임’ 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또 게임 팟캐스트 BJ와 고등학생, 인디게임 개발자가 연단에 올라 ‘게임산업에 바라는 점’, ‘게임 중독법의 맹점’, ‘게임을 만들 자유’ 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각각의 발표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서부터 가볍고 흥미로운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시각으로 게임을 다뤘다.

각 발표는 게임이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콘텐츠라는 시각을 공유하는 동시에 이미 다양한 사람들의 삶 속에 깊게 자리 잡은 콘텐츠임을 강조했다.

게임 중독법, 무엇이 문제인가?
1부 주제발표를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2부에서는 본격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성균관대학교 김정태 교수가 진행을 맡고, 이화여자대학교 이인화 교수,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 법무법인 정진 이병찬 변호사 등이 참여한 토론은 ‘게임 중독법’의 맹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진중권 교수는 청소년들의 게임과몰입에 대한 고찰 없이 증상을 없애려는 사회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게임과몰입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정치인들은 원인을 살피기보다는 게임이라는 허상에 공포를 느끼고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정신과 의사, 학부모, 종교인들도 편견에 사로잡혀 이들 정치인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병찬 변호사도 사회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해법을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게임은 이제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놀이문화이자 동시에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한경쟁 체재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자 가장 저렴한 놀이문화인 게임을 규제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당시 언론은 범인들이 평소 즐겼다는 게임을 지목하면서 마녀사냥에 나섰지만, 범인들의 게임플레이 시간은 평균 이하였고 오히려 집단따돌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중에 경찰조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한편, ‘게임 중독법’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게임업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게임업계가 취해야할 자세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이인화 교수는 게임이 산업적으로 성장할 때 업계가 문화적 가치를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게임 중독법’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게임업계가 이번 ‘게임 중독법’을 계기로 해서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하면서 “이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고 향후에 있을 게임 규제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는 단순히 산업논리로 ‘게임 중독법’에 대항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김 대표는 “대외활동에 소극적이었던 게임업계가 공격적으로 자기변호에 나서는 동시에 게임을 둘러싼 대결에서 합의된 논리와 틀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