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26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2년 하반기 PC방 최대 이슈는 윈도우와 관련된 PC방 업계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고소ㆍ고발 문제였고, 이는 2013년에도 이어져 공중파 TV 뉴스에 보도되는 등 문제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재 PC방 업계와 MS는 각자 주장을 최대한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로 들어가기 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PC방 업계와 MS의 주장을 정리하면 정품 운영체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대전제만 의견을 함께하고 있을 뿐이다. PC방은 현재 윈도우 이외 다른 PC 운영체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결국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PC방과 MS 모두 오랜 시간 교류가 없었던 소원한 관계를 개선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윈도우 7, 윈도우 XP를 극복하라
윈도우 XP가 10년 넘게 PC방에서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우선 윈도우 XP가 잘 만들어져 PC방에 적합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지만, 그 사이 윈도우 XP를 대체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내놓지 못하면서 정품 운영체제를 구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약화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윈도우 XP와 윈도우 7 사이 시간만 무려 8년이다.

성공적으로 새로운 운영체제로 전환했던 경험이 있다고 해도 바꾸기 어려운 것이 PC방 운영체제인데 운영체제 전환 경험도 없고, 윈도우 7에 대한 전환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윈도우 7이 출시되었다고 PC방이 알아서 구매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윈도우 7 출시 직후 일부 PC방 업주가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직접 윈도우 7을 내부 테스트한 결과 PC방 운영과 직결되는 몇몇 온라인게임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등 호환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반대로 윈도우 7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12년 6월 <블레이드앤소울> 출시 이후 윈도우 XP에서 장시간 사용할 때 메모리 부족 현상으로 튕김 현상이 발생하는 PC방이 많아지면서 부터였다. PC방에 윈도우 7에 관한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이 불과 반년 정도다.

PC방에는 극약처방보다는 보약처방이 필요하다
MS의 PC방 관련 행보 가운데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윈도우 7 출시 이후 PC방에 기술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윈도우 7이 윈도우 XP보다 나은 운영체제라는 점을 알리면서 PC방 운영체제 전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판매는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윈도우 7이 PC방에서 사용할만한 운영체제라는 점, 윈도우 XP보다 나은 운영체제라는 점을 알리는 노력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지지부진한 윈도우 7의 PC방 보급으로 MS는 법무법인을 통한 고소ㆍ고발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PC방 윈도우 불법 사용을 문제 삼아 저작권, 즉 법의 잣대로 해결하기로 나선 것이다. 이는 윈도우 7 출시 이후 꾸준히 진행되었던 부분이지만, 시기에 따라 PC방이 체감하는 수준이 조금씩 달랐고, PC방에는 2010년과 2012년에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MS의 이런 대처는 기업 운영의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MS가 주장하는 PC방의 낮은 정품 윈도우 사용률도 산출 기준의 이견은 있을지언정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PC방에 극약처방은 충분한 환기 효과가 있었다. 다만 극약처방은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사용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계속된 극약처방은 치유보다는 악화만 가중될 뿐이다. 이제는 극약처방보다는 허약해진 PC방을 위한 보약처방이 필요하다.

MS에게 제안하는 PC방 보약처방전은?
PC방과 MS의 윈도우 문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MS와 PC방이 논의해 PC방에 적합한 윈도우 7 구매 방법을 찾는 것으로 간단하게 교통정리 될 수 있다. MS의 글로벌 정책을 한국 PC방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한국의 PC방이 전세계 PC방의 원조이며, PC방 문화가 발달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이 유일하기 때문에 그 외의 국가에서 적용하던 글로벌 정책과 온전히 맞아떨어질 수는 없다. 이러한 PC방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이를 반영한 PC방 정책이 필요하다.

PC방 윈도우 정책은 가격과 지급 방식, 영구 사용 혹은 갱신 여부, PC 업그레이드 허용 여부 등을 의논해야 한다. 아울러 판매자의 성실한 제품소개 및 구매자의 여건에 맞는 제품을 컨설팅해주는 성실함이 선결되어야 한다. MS와 PC방 업계가 절충해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PC방 운영 특성상 PC 단위로 윈도우 사용을 접근하기보다는 PC방에 기간 단위 사용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PC방 PC 대수에 맞춰 윈도우 사용권을 제공하고 사용권에 대한 비용을 1년 단위로 갱신해 PC방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현재 PC방이 처한 현실과 더 잘 어울린다. PC방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값비싼 정품 윈도우를 일시불로 목돈 들여 구매하는 자체가 업주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윈도우 사용권이 통용된다면 MS는 매년 PC방 관련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단 운영체제 독점 공급자로 PC방 업계와 사용권 과금에 대한 수준은 충분히 의논해야 할 것이다. 최소 1만 개 PC방에 대한 윈도우 사용권 매출이라면 지금의 윈도우 7 판매 매출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며, PC방 관련 윈도우 사용권으로 매년 꾸준한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이렇게 된다면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PC방의 도입 저항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호환성 검증 등은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적어도 구매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고, 매번 새로운 윈도우 도입을 둘러싸고 PC방과의 신경전도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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