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25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 29일, 대전시 소재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대덕홀에서 개최된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찬근, 이하 인문협)의 2012년도 정기총회가 정관 변경 안건이 모두 부결되는 등 다시 한 번 PC방 업주들에게 실망감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였다.

인문협 정기총회는 전국의 대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인문협 최대 규모의 행사로, 임원 선출 및 해임, 정관 변경, 예산 및 결산, 감사 발표, 사업목표, 정책방향 등을 결정하는 자리다. 각 지역의 회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업계 현안을 논의, 대책을 마련하는 중요 행사인 것이다.

특히 이날 정기총회에서 눈길을 끌었던 내용은 감사결과 보고와 정관 변경 승인의 건이다.

이날 자리에서 함석남, 김선태 감사는 2011년도 정기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인문협의 회원 수가 전기 말 5,893명에서 당기 말 4,565명으로 약 22.5% 감소했으며, 재무 상태는 순자산이 전기에는 -654만2천 원이었으나 당기 말에는 -2,833만2천 원으로 집계돼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산 및 예산 승인에 대한 안건에서는 2012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월 회비를 산출하는 방식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1개 업소 당 20,000원의 회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2012년 월 회비 수입을 12억2천만 원 상당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 인문협 대의원은 “감사결과 발표에서는 수익을 과대하게 설정한 이후 예산을 집행하는 관행을 지적하고 예산 설정을 최소한으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12억2천만 원 상당의 회비 수입은 회원 수가 5,000명이 넘었을 때 산출되는 수치”라며 회비 수입의 예산 설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찬근 회장은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시행될 예정으로, 올해 회원 수의 증감 폭을 예측해 예산을 설정하게 됐다”며 “다음 회기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회원 수를 늘리고 안정적인 예산집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결산 및 예산 승인에 대한 안건이 진행된 이후에는 이날 최대 관심사였던 정관 변경 건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날 이사회를 통과해 안건으로 상정된 정관 개정의 내용은 총 8건으로, 쟁점이 되었던 조항들은 임원의 해임, 임원의 선임 제한, 임원의 임기, 대의원 기준 등을 변경하는 내용이다.

특히, 인문협 정관 제14조(임원의 해임) 4항인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본회의 업무와 관계된 영업을 영위하는 자(단, 온라인게임제공업에 한함)”의 내용을 삭제하고, 17조 1항인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중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선출직 임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중임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14조 4항은 인문협 회원이 온라인게임 총판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내용이며, 17조 1항에서 선출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것은 현재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출직 임원들이 다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인문협 일부에서는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있는 5기 집행부가 또 다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5기 집행부의 대부분은 연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미 공공연한 원칙이 되어버린 3회 연임 불가론을 뒤집기 위해 정관의 일부를 수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름 하여 ‘3선 개헌’론이다.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이날 정관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며, 진행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정관을 변경하려면 전체 대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지만 이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대의원수는 82명뿐이었다. 인문협 전체 대의원수가 122명임을 감안하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82명의 대의원 중 단 한명이라도 반대의사를 표시할 경우 정관 개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총 8개의 정관 변경 내용을 개별로 상정해 거수를 통해 투표를 진행한 결과, 모든 정관 변경 건에서 반대표가 나왔다. 이사회를 통과해 총회에 상정된 정관 변경 안건이 모두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했던 한 대의원은 “오늘 정기총회는 한 마디로 코미디”라며 “참석한 대의원 수가 한 명이라도 부족했다면 안건을 상정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단 한 명의 반대표만 나와도 부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든 안건이 부결된 결과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협회 운영에 가장 중대한 사안인 정관 변경 건을 처리하면서도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집행부를 질타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이사회를 통과한 정관 변경 내용 중 민감하지 않은 사안까지 반대표가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전반적으로 ‘실패한 총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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