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부에서는 ATI 크로스파이어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작동원리, 그리고 크로스파이어를 지원하는 ATI 익스프레스 3200 메인보드에 대해서 알아봤다. 8월에는 하드웨어 특집 기사로 인해 이번 9월에 2부가 실렸다. 이번 2부에는 중급형인 레이디언 X1600 시리즈의 크로스파이어에 대해 알아본다. 앞서 최근 크로스파이어와 관련되어 이슈가 되었던 ATI의 물리 엔진 연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GPU로 처리하는 물리연산, 크로스파이어 환경에 최적화
최근 ATI의 AMD 인수 합병으로 인해 ATI와 관련된 수많은 이슈가 웹상에 떠돌고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크로스파이어 기술의 개발이나 출시, 발표 등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6월 컴퓨텍스에서 발표된 크로스파이어를 통한 물리 엔진 연산 기술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도 인수 합병에 따른 여파인 것으로 생각된다.
ATI는 컴퓨텍스를 통해, 별도의 물리 연산 카드(PPU)나 CPU를 이용하지 않고 크로스파이어가 구성된 시스템의 GPU를 통해 물리 연산을 처리하는 기술을 발표했었다. 이는 앞으로 그래픽카드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게 될 물리 연산에 대한 또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당시 큰 이슈가 됐다.
ATI는 물리 엔진 개발 업체인 Havok과 손잡고 새로운 물리 엔진 구현 기술을 내놓았는데, ATI는 별도의 PPU(물리 연산 유닛) 카드 대신 기존의 그래픽카드를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엔비디아의 Havok FX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미 물리 엔진 업체인 Havok은 어떤 플랫폼이던 상관없이 자사의 엔진과 기술을 이식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미 플래그십 모델인 레이디언 X1900 시리즈나 X1950 시리즈는 별도의 컴퍼지팅 엔진을 통해 3D 그래픽 데이터를 나누어 처리하는 방법으로 크로스파이어가 구성되며, 많은 사이트에서 알려진 것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
크로스파이어 2부를 통해 레이디언 X1600 시리즈를 통한 중급형 그래픽카드의 멀티 그래픽 성능을 확인하려 한다. 성능을 확인하기에 앞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 바로 가격에 대한 것이다.

●중급형 X1600 시리즈, 크로스파이어의 딜레마?
1부에서 중급형 그래픽카드인 X1600 시리즈와 X1300 시리즈의 크로스파이어가 가격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이야기했다. 중급형 그래픽카드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격대 성능비에 대해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며, 5,000원이나 1만원이라도 더 싼 제품, 더 싼 가게의 제품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는 ATI 제품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도 해당된다. 최고의 제품을 갖고 싶지만 경제적인 제약으로 중간이나 보급형 모델을 찾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래픽카드를 하나 더 달아 크로스파이어를 구성하라고 한다면? 3D 게임을 자주하거나 특별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그 돈으로 메모리를 더 사겠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환경만을 놓고 본다면 중급형 그래픽카드의 크로스파이어는 중급형 그래픽카드를 즐겨(?) 구입할 일반 유저들에게는 굉장한 무리수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그래픽 환경에서는 이런 공식과 같은 것이 제동이 걸릴 확률이 높다. 앞에서 쌩뚱맞게 물리 엔진 이야기를 언급한 것도 앞으로 전개될 3D 그래픽 환경에서 멀티 그래픽 시스템만이 가질 수 있는 이점들이 점점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구성됐던 크로스파이어나 SLI와 같은 멀티 그래픽카드 시스템은 몸은 튼튼하나 그 튼튼한 몸을 어디에 써야할지 모르는 사람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멀티 그래픽카드를 구성해 활용할 수 있는 분야와 범위가 매우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하나가 처리할 3D 그래픽 데이터를 두 개로 나누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물리 엔진의 경우에서처럼 각 그래픽카드가 별도의 작업을 분담해 처리한다면?
이는 비단 물리 엔진 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출시될 3D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이 다양한 구조와 형태의 데이터를 가질 것이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도 등장할 것이다. 즉, 같은 그래픽카드라도 특정 데이터 처리에 전문성을 부여한다면 전체적인 효율이나 성능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중급형 그래픽카드 2개의 멀티 그래픽 성능이 단순히 1+1=1.5 정도의 공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앞으로 구현될 멀티 그래픽 시스템의 성능은 이 공식이 깨질 것이라는 것이다. 2개의 중급형 그래픽카드로 구성하는 시스템이 하나의 상위 기종 그래픽카드로 구성하는 시스템보다 3D 성능에 있어 더 효율적이고 빠를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레이디언 X1600 시리즈 중 상급 모델인 레이디언 X1600XT의 가격이 12~13만원대로 저렴해지면서 크로스파이어 구성에 있어 경제적인 부담이 적어졌다는 것도 크로스파이어 구성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급형 멀티 그래픽카드 시스템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가격이기 때문에,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하다면 중급형 멀티 그래픽 시스템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고 ATI의 크로스파이어도 엔비디아의 SLI와 함께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대상이 되는 것이다.

●중급형 크로스파이어 테스트 환경
그렇다면 중급형 모델인 레이디언 X1600 시리즈의 멀티 그래픽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레이디언 X1600XT의 크로스파이어 테스트를 위해 테크노아는 아래와 같은 시스템을 준비했다. 테스트 플랫폼으로는 최근 가격 인하로 인텔 코어2 듀오와 경쟁하고 있는 AMD 애슬론64 X2 4800+와 앞서 1편에서 살펴본 ATI 익스프레스 3200셋 메인보드이다.
ATI 레이디언 X1600XT와 대응되는 실질적인 모델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7600GT를 테스트 제품군에 첨부하였으며, 얼마전 발표된 플래그쉽 모델인 ATI 레이디언 X1950XTX의 크로스파이어 테스트 결과와 경쟁 기종인 엔비디아 지포스 7950 GX2의 테스트 결과도 포함시켰다.










●3DMark05 및 3DMark06 테스트
멀티 그래픽 솔루션인 크로스파이어의 테스트는 먼저 각 플랫폼의 기본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3DMark05와 3DMark06에서 각 비교 제품군과 테스트했다. 먼저 3DMark05에서는 상위 기종들인 지포스 7950 GX2나 레이디언 X1950XTX가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고, 특히 레이디언 X1600XTX 크로스파이어의 성능이 상위 기종들에 근접하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실제 게임 테스트에서는 이와 같은 패턴을 보일 확률이 적지만, 최신 게임 환경을 적절히 대변할 것으로 보이는 3DMark05의 테스트에서 그 결과가 매우 인상적이다. 크로스파이어와 같은 멀티 그래픽 시스템은 평균 프레임 자체는 싱글일 때에 비해 높아지지만 게임에 따라 프레임의 변동률이 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X1600XT 크로스파이어 모드에서는 두 그래픽카드의 처리 성능을 동기화시키기 위한 데이터도 그래픽 데이터와 함께 그래픽 버스를 공유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3DMark05보다 좀 더 고사양의 환경이라 할 수 있는 3DMark06의 테스트 결과 역시 3DMark05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앞서 월등한 성능을 보여주었던 ATI 레이디언 X1600XT 크로스파이어의 성능의 향상폭은 3DMark06에서는 다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3D 게임에 따라 높은 효율을 보인다!
3DMark는 다이렉트X 9.0이 사용된 게임들의 평균적인 효과들을 모아 별도의 스토리를 구성해, 이를 토대로 테스트한 것이므로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하프라이프2에 사용된 3D 엔진은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다수의 게임들이 사용하는 엔진으로 다른 게임들의 성능도 확인할 수 있다. 하프라이프2에서는 ATI 그래픽카드와 좋은 궁합으로 테스트 결과에서도 ATI 레이디언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들을 앞선다. 특히 레이디언 X1600XT 크로스파이어의 성능은 고해상도에서도 상위 기종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4배 안티알리아싱과 8배 이방성 필터링을 적용한 테스트에서도 레이디언 X1600XT 크로스파이어는 좋은 결과를 보인다. 특히 상위 기종들과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카운터스트라이크나 하프라이프류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25만원 전후로 구성할 수 있는 레이디언 X1600XT의 크로스파이어도 고려할만 하다.
둠3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인 프레이(Prey)는 다이렉트X 9의 다양한 효과와 그래픽으로 무장한 최신 게임으로 각종 벤치마크에서 빠지지 않는 메인 아이템이다. 둠3 엔진을 기반으로 했지만 다양한 효과들이 최적화되지 않아 최신 그래픽카드에서도 꽤 많은 자원을 소모하며 낮은 프레임을 보인다. 이번 테스트에서도 낮은 프레임을 보였는데, 최신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7950GX2나 레이디언 X1950XTX에서도 60프레임 대를 유지했다. 레이디언 X1600XT 싱글에서는 20프레임의 낮은 결과지만, 크로스파이어 모드에서는 약 2배에 가까운 35~45 프레임을 보인다.
FPS 게임 중으로는 캐주얼 게임에 속하는 시리어스샘 2에서는 상위 기종과 꽤 많은 성능 격차를 보였다. 특히 상위 기종들이 1,600x1,200 해상도에서도 100 이상의 성능을 내는 것에 비해 레이디언 X1600XT 크로스파이어는 절반 정도에 그친다. 안티알리아싱과 이방성 필터링이 적용된 테스트에서도 그리 인상적이지 못한 결과를 냈다.
마지막으로 테스트한 F.E.A.R에서 레이디언 X1600XT 크로스파이어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F.E.A.R는 앞서 살펴본 Prey와 같은 둠3 엔진이 사용되었지만, Prey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효과로 무장된 게임이다. 전체적으로 둠3 엔진을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ATI 그래픽카드에서 좋은 성능을 못내고 있다.

●크로스파이어와 멀티 그래픽 솔루션의 미래
ATI 크로스파이어는 엔비디아의 SLI보다 늦게 출발한 멀티 그래픽 시스템 시장의 후발 주자로 아직 시장에서 이렇다할 뚜렷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ATI 그래픽카드의 침체로 인해 멀티 그래픽 솔루션인 크로스파이어는 물론, ATI 그래픽카드 시장 자체도 경쟁사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플래그십 모델인 레이디언 X1950 발표되면서 중급형인 레이디언 X1600X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레이디언 X1650XT도 공개되었지만, 이 역시 ATI의 고육지책에 불과할 것으로 일부에서는 전망되고 있어 ATI 그래픽 시장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게임 시장에서 꽤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하이라이프2 엔진을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 ATI의 그래픽카드가 꽤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며, 크로스파이어 모드에서도 이는 반문할 여지가 없었다.
중급형인 레이디언 X1600XT는 앞으로 출시될 레이디언 X1650XT에 의해 대체되고 좀 더 빠른 메모리 클럭을 갖게 된다. 그러나 레이디언 X1600XT를 통해 살펴본 중급형 시스템의 크로스파이어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AMD에 인수된 ATI 그래픽카드의 미래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게임 업체들과의 협력 문제, 그리고 크로스파이어 등의 멀티 그래픽 시스템에서 물리 엔진의 분산 처리와 같은 멀티 그래픽 시스템의 효율성 있는 활용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크로스파이어와 같은 멀티 그래픽카드 시스템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3D 그래픽 환경이 곧 도래할 것이다. 단순히 3D 그래픽을 두 카드가 나누어 처리하는 방법으로는 그 한계가 극명하며, 두개의 그래픽카드가 투입되었음에도 하나의 성능을 간신히 넘는 정도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래픽카드의 새로운 진화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으며, ATI의 크로스파이어 역시 그런 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게임사와의 좀 더 다양한 협력을 통해 ATI의 크로스파이어 뿐만 아닌 다양한 멀티 그래픽카드 시스템을 기대해 본다.

제공 : 테크노아 http://www.techno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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