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쟁력 좀먹는 불법복제 (1)◆
전세계에서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칭송을 받는 한국이 속으로 곪아가고 있다.
겉으로는 화려한 디지털 신화를 자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불법복제 천국'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MP3폰으로 불거진 음반업계 문제만이 아니다. 거리 곳곳에는 불법복제된 영화 DVD가 판을 치며 국내 영상산업 목을 죄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실종된 지 오래다. 클릭 몇 번으로 게임이 나 소프트웨어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디지털 강국으로서 부끄러운 이면인 불법복제는 음반산업을 죽이고 영상산업을 넘보는 한편 게임 출판 등 미래 IT산업 총아로 불리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 싹 을 잘라내고 있다.

이처럼 만연된 불법복제로 2006년 14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디 지털 콘텐츠 시장은 제대로 피기도 전에 질지 모를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 게임업체 잇단 시장 철수=게임시장이 대표적이다. 불법복제가 판을 치며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지난 3일 코스닥에는 게임시장 현주소를 대변하는 공시가 떴다.
한때 국내 최대 게임 유통업체로 꼽혔던 YBM시사닷컴이 관련 사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불법복제품 범람으로 사업을 부득이하게 중단한다"며 "수익이 나지 않으니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X박스 게임기기와 타이틀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세종게임 박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기간이 만료된 세종게임박스는 재계약을 아 직까지 체결하지 않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비디오게임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게임산업에서 손을 떼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불법복제가 만연하는 우리나라 게임시장 풍토다.

◆ 정품 사면 '바보(?)'=PS2가 한국에서 공식 판매되기 시작했던 2002년 초반 에는 인기게임은 수만 장이 넘는 판매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5000 장만 넘기면 '대박게임'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실정이다.
게이머들이 정품 게임 타이틀을 구입하기보다는 용산 전자상가나 인터넷게임 커뮤니티, P2P 프로그램에서 복제된 게임을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주성민 씨(31)는 "용산에서 10만원만 주면 불법복제 방지 장치를 해제하는 칩과 함께 게임 10개 이상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해준다"며 "한 장에 5만원이라는 제 값을 다 주고 게임을 하면 왠지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불법복제는 이미 90년대 후반 국내 게임산업을 이끌었던 PC게임 시장을 황폐화 시킨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PC게임을 제작ㆍ유통하던 업체들이 하나둘 게임시장에 등을 돌렸으며 일부 회 사는 비디오게임이나 온라인게임으로 영역을 전환하며 생존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 온라인 게임도 불법복제 대상=최근에는 온라인 게임 또한 불법복제 망령에 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온라인에서 게임을 직접 실행하는 시스템 덕분에 다른 게임보다 불법복제에 상 대적으로 덜 민감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유료 정액제를 실시하는 게임 서버 자체가 통째로 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 작 온라인 게임의 불법 사설서버는 중국에서 생겨나 국내로 유입되는 사례가 많다.
PC방 사업자나 개인이 개설하는 불법서버로는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게임을 즐 길 수 있으며 아이템 생성 등도 수월해 온라인 게임업체 공식 서버가 외면당하 기 십상이다. 이는 결국 온라인 게임업체 실적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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