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부천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 A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을 겪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PC방 업무에 매진하고 있던 늦은 오후시간에 불쑥 경찰 공무원이 찾아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경찰서 출두를 요구한 것이다.

A씨는 현재 PC 60대로 PC방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체제는 지난 2003년도에 구입한 윈도우즈XP 홈에디션 ‘PC방용’을 사용 중이다. CD 케이스에 ‘PC방용’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제품이며 PC 대수만큼의 CD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PC방의 특수한 운영환경 때문에 1개의 시리얼 넘버를 이용, 원본 하드디스크를 제작한 후 하드디스크 복사방식으로 전체 PC를 관리하고 있다. A씨는 전국의 모든 PC방이 사용 중인 이 같은 방식 때문에 고소당했다는 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더구나 A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들었던 것은 경찰의 태도다. 지난 10월 11일 오전, 경찰서에 출두한 A씨는 담당자로부터 다짜고짜 고소장에 접수된 내용을 확인하고 사인을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A씨에 따르면 경찰은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소프트웨어의 종류와 불법행위의 기준조차 모르면서 그저 귀찮다는 투로 사인만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정확한 고소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사인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고, PC방의 특수한 운영환경 등 사정이야기를 전달한 끝에 경찰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MS를 통해 보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 다시 통보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귀가했다. A씨는 경찰이 마치 대부분의 PC방이 불법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듯 대해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언급했다.

경찰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는 A씨는 “MS에서 PC방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은 사실상 PC방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같다. 과거 MS는 PC방용 윈도우즈XP 홈에디션 제품을 판매했었고, 그때 구매한 제품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윈도우즈7이 출시됐다고 해서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또 하드디스크 복사 방식으로 PC를 관리하는 국내 PC방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식 사고로 국내 PC방에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MS의 주장대로라면 최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윈도우즈7을 구매하지 않는 모든 PC방 업주가 범죄자다. MS가 이들 모든 PC방을 고소한다면 살아남을 PC방은 아마 없을 것이다. MS가 이런 횡포를 부리고 있는데 도대체 정부당국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MS가 한국 PC방을 죽이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최근 MS는 “PC방에서 합법적으로 O/S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Rental Right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PC방에 발송했다. MS 관계자 역시 그동안 PC방에서 합법적으로 O/S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Rental Right 라이선스가 이를 해결해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MS는 PC방의 최대 호황기였던 지난 2003년, ‘PC방용’ 윈도우즈XP 홈에디션 버전을 출시하고 판매했었다.

심지어 윈도우즈XP를 PC방에 보급하기 위해 할인행사까지 진행하면서 언론매체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PC방을 대상으로 현재는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윈도우즈XP 홈에디션 제품을 ‘PC방 전용’으로 제작해 판매해 오다가 이제 와서 홈에디션 버전은 가정용이기 때문에 PC방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라고 뒤집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PC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윈도우즈XP 홈에디션 ‘PC방용’ 제품을 할인행사까지 진행하면서 판매한 곳은 다른 아닌 MS였고, 이는 많은 PC방 업주들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당시에는 MS뿐만 아니라 윈도우즈XP를 취급하는 모든 유통업체들이 하나 같이 PC방에서 홈에디션 버전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며 영업활동을 해왔다”고 전했다.

   
 

▲ MS는 지난 2003년, 윈도우즈XP 홈에디션 ‘PC방 전용’ 제품을 판매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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