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게임머니의 현금거래가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와 게임업계가 술렁였다.

 

지난 2009년 12월 24일 대법원은 <리니지>의 게임머니 현금거래자에 대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거래한 자들이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을 통해 게임머니를 획득한 것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기각된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각 언론사들은 ‘게임머니 현금거래가 불법이 아니다’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11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현행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제32조 제1항 제7호 및 동법 시행령 제18조의 3을 통하여 게임머니, 아이템 등 게임 이용 결과물의 환전, 환전알선, 재매입 등의 업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확대해석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고스톱과 포커 등의 베팅성 웹보드 게임에 대해서는 게임머니의 환전, 환전알선, 재매입 등을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일반 온라인게임의 경우에도 핵이나 오토 프로그램, 버그 등을 이용한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으로 획득한 게임머니에 대해서도 게임머니의 환전, 환전알선, 재매입 등을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과 문광부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온라인게임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머니의 거래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따지는 것이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상 온라인게임의 게임머니와 아이템 거래는 이미 활성화된 지 오래고,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이번 판결은 사실상 게임머니 획득을 일종의 ‘노동’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게임머니 현금거래,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게임머니와 아이템의 현금거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이머들은 온라인게임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우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간혹 더 좋은 아이템들을 얻기 위해 현금결제를 하기도 한다.

게이머들은 이러한 자신의 노력을 게임 내에서 혹은 현실에서 보상받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템을 사고파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또 최근의 게임들은 게임사의 수익을 위해 캐시 아이템을 판매하는데, 유저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를 구매한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인 간의 아이템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아이템 거래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전문적인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작업장’을 통해 게임을 직업적으로 하면서 이를 통해 얻어지는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작업장에서는 주로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인력을 동원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머니를 획득한다면 이를 제지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판결이 작업장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작업장과 함께 현금거래 시장이 커지면 이를 통한 돈세탁이나 투기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우려일지는 모르나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특히 작업장이나 거액의 자금을 이용해 아이템의 시세를 조작할 경우,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 아이템 거래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피해를 볼 소지도 다분하다.

온라인게임의 게임머니와 아이템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의 존재라는 것도 문제가 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해킹이다. 현금거래 후 해킹을 당해 아이템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할 경우, 현재로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전무하다. 게임의 밸런스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아이템을 쉽사리 복구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거래 시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현금거래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게임사들이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약관 위반이라 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에 있어 책임 소지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템 매매가 위주인 MMORPG와는 달리 최근 FPS 게임에서는 자신의 우월함을 표출하기 위해 높은 계급에 도달한 계정을 구매하는 모습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개인의 신상정보가 유출되거나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막무가내 식 규제는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어
현재 온라인게임 게임머니와 아이템 거래에 대한 법률은 포괄적인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각 게임의 특성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이렇다보니 처벌기준도 애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부적인 처벌기준이 마련된다 해도 단속 자체가 힘들다. 게임머니의 현금거래를 규제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 간의 거래를 정부나 게임사가 나서서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뚜렷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무가내 식으로 규제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예로 ‘성매매특별법’을 들 수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은 최근 들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매매를 근절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유흥업소가 문을 닫았지만, 퇴폐적인 성매매와 성범죄 등은 더욱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흥업소의 경우 단속을 피해 더욱 음지로, 주택가로 퍼져 점점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온라인게임 현금거래 시장을 ‘성매매’와 비슷한 관점으로 볼 때, 무차별적인 규제와 단속이 시행된다면 상당한 부작용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너무나 커져버린 온라인게임 현금거래 시장. 막을 수 없다면 현재 산재된 문제들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앞으로 변화할 시장의 판도와 흐름 등을 고려해 그에 맞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게임업체가 협력해 현금거래의 기준을 바로 세워야하며, 현실에 맞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은 언제나 제 2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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