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방 업계의 위상, 업주 스스로 만들어가야
- 현재의 안위보다 미래 생각해야… 과금 부담 날이 갈수록 증가할 것

최근 PC방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그동안 모두가 기다려온 대작 게임 <스타크래프트2>다.

<스타크래프트2>가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블리자드가 PC방에서 배틀넷에 접속할 시 과금을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개인 유저에겐 패키지로 판매하고 배틀넷에 무료로 접속하게 하는 대신, PC방에는 패키지를 판매하지 않고 유료로 접속하게 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똑같은 과금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 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과금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그동안 공공연하게 국내 PC방과의 ‘파트너’ 관계를 말해왔던 블리자드가 이를 등짐으로써 업주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PC방 업계에서는 PC방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가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블리자드 입장에선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PC방 시장이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PC방과 <스타크래프트>를 두고 둘 중 어느 것 때문에 한쪽이 이익을 봤느냐 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리와 똑같다.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가 없다면 현재의 PC방과 <스타크래프트>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PC방 업계가 그토록 출시를 고대하던 <스타크래프트2>를 두고 반발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 같은 공존의 구조가 깨졌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 업계와 PC방 업계의 상황이 10년 전과 확연하게 다르고, 온라인게임이 크게 활성화된 만큼 블리자드는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C방 업계 입장에서는 더 이상 파트너가 아닌 또 하나의 대형 게임사에 끌려 다니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PC방 단체인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찬근, 이하 인문협)와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이사장 최승재)은 <스타크래프트2>의 PC방 과금 정책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이외에 많은 업주들도 가맹하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일부 PC방 업주들은 쓴 만큼만 돈이 나가는 ‘정량제’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인문협은 최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스타크래프트2>의 PC방 과금 단가를 낮추기 위해 블리자드코리아와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리자드코리아는 원칙적으로 본사인 블리자드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고, 블리자드 또한 가격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편이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래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비교적 높은 가격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으나 자연스레 넘어갔던 선례도 있다.

만약 인문협과 블리자드와의 대화가 불발로 끝날 경우,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CD-Key 보안 문제나 위와 같은 이유로 정량제를 찬성하는 업주들과 출혈 경쟁이 만연한 현 시점에서 불매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도 미지수다. 주변 매장과의 협력이 부족하거나 눈치 보기 작전으로 인해 <카운터 스트라이크> 이후 불매운동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이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많은 게임들에 대한 불매운동 이야기가 나왔지만, 전국의 PC방 수가 크게 증가한 이후로는 성공하진 못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로 PC방이 서로 단결되지 못한다면, PC방은 계속해서 게임사에 끌려 다니기만 할 것이다. 평소 게임사의 과금 정책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적극적인 참여’가 결여돼있기 때문이다.
 
게임사에선 저마다 PC방 과금을 두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시간당 평균 요금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이러한 요금제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시간당 1천 원을 받는 PC방의 경우 게임 가맹비로 나가는 약 200원의 지출이 큰 부담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500, 600원을 받는 PC방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어려워진 PC방 업계의 사정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격을 내린 PC방의 잘못도 있지만, 이것은 일부의 문제가 아닌 PC방 업계 전체의 큰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쉽게 비판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기능과 무한한 가능성의 유즈맵 모드를 보유한 <스타크래프트2>는 흥행이 이미 보장되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직까지는 미온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정식 출시 이후에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순간의 달콤함을 위해 <스타크래프트2>에 쉽게 자리를 내주는 것은 미래를 내다볼 때 어리석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 <디아블로3>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2>의 PC방 과금 정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디아블로3>는 이보다 더욱 편하게 과금을 실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PC방의 부담은 2배에서 3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PC방이 서로 힘을 합쳐야만 하는 이유다. <디아블로3> 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쏟아질 국산 게임들은 전부 PC방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PC방 과금을 선언한 이상 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PC방 업계의 어려움을 전달시켜 가격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각각의 PC방 상황에 맞게 업주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요금제의 다양화를 유도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스타크래프트2>가 블리자드의 계획대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면, PC방 업계는 더 이상 요금할인을 위한 구실 잡기나 불매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PC방 업계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금, 소통의 부재에 놓여있는 정부를 향해 사람들은 투표로 힘을 모으자고 한다.

PC방 업주들도 더 이상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되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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