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업계에서 대구는 출혈경쟁의 시발점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지역이다. 과거 협의회를 구성해 클린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출혈경쟁이 심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대구는 왜 출혈경쟁이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구 지역 PC방 업계 관계자들은 PC방 업주가 아닌 PC방 ‘업자’ 때문에 출혈경쟁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주는 일반적인 PC방 업주를 말하고, 업자는 PC방을 매매하면서 수익을 챙기는 PC방 전문 매매꾼들을 일컬어 부르는 말이다.

업자들의 수법은 간단하다. 대형 PC방을 오픈하고 이용요금을 낮게 설정해 PC 가동률을 높인다. 워낙 전문적이다보니 PC방을 오픈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수완도 좋다. 매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작업(?)을 통해 매장의 가치를 높인 후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남긴다.

문제는 목적이 PC방 운영을 통한 수익이 아니라 매매를 통한 수익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출혈경쟁으로 인해 시장질서가 파괴되고 상권이 무너지더라도 매매만 성사되면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니 클린 캠페인과 같은 대책에는 관심이 없다.

또한 매매가 성사되면 다른 지역에서 또 PC방을 오픈하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 한 사람만 움직여도 여러 상권들이 파괴되는데, PC방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업자들이 대구에서만 수십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이들 업자들이 연합해 초대형 PC방을 오픈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에서는 중소 PC방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형에다가 최신 인테리어와 최신 PC 사양, 폭 넓은 운영 노하우를 갖춘 일명 ‘꾼’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혈경쟁으로 상권까지 무너져 대수가 적은 중소 PC방은 살아남기가 힘들다.

하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 최근 대구에서는 협동조합이 구성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업계 현안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대응에 나서는 등 연합체가 구성될 조짐이다. 이미 사무실도 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PC방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는 대구협의회의 구성원들도 대거 협동조합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대구 지역 PC방 업주들의 공동대응이 지역 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출혈경쟁을 근절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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