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리자드, 배틀넷 유료화 “절대 없다”던 말 스스로 뒤집어
- 유저 혜택으로 포장 된 WOW와 스타2의 PC방 통합과금 “문제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 24일 <스타크래프트2> 출시 기념 미디어 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스타크래프트2>(이후 스타2)의 국내 패키지 출시는 없으며, 온라인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유통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얼마 전까지 진행된 <스타2>의 국내 베타테스트 과정중 배틀넷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는 불법 크랙파일이 유포되어 유저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 사태가 <스타2>의 이번 국내 온라인서비스 정책의 결정적 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타2>의 온라인서비스 방식은 PC에 <스타2>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배틀넷을 통하지 않고서는 싱글플레이를 즐길 수 없으며, IPX 네트워크를 통한 대전도 불가능하다. 이는 <스타2> 패키지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등 블리자드에 있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블리자드는 과거 국내 패키지 유통에서 얻었던 쓴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스타2>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그러나 강해도 너무 강한 것이 문제다.

이번 <스타2> 온라인서비스 발표는 <스타2>를 즐기려면 정당하게 돈을 내고 즐겨라. <스타2>는 더 이상 패키지 게임이 아니다. 패키지 판매는 없으니 ‘배틀넷’ 서비스를 통해 돈을 내고 게임을 즐기라는 블리자드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 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담아내는 과정이 너무 투박했다.

<스타2> 출시를 앞두고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틀넷 유료화’는 없을 것이라던 블리자드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고 배틀넷을 통한 <스타2>의 온라인서비스로 결국은 ‘배틀넷 유료화’를 하겠다는 발표를 한 셈이다.

   

▲ 블리자드는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WOW>, <스타2>의 PC방 통합과금 정책을 밝혔다.

요금제도 문제다. 1일 2,000원, 30일 9,900원은 온라인 과금 체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일 2,000원 요금제는 실제로 결제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배틀넷과 <스타2>가 궁금한 사람은 한 번쯤 해보라는 의미일 뿐, 요금제로서의 효용성은 그닥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30일 9,900원은 한 달 동안 <스타2>의 싱글플레이에 관심 있는 라이트 유저들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블리자드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정식 패키지 가격인 69,000원을 다 내고 <스타2>를 즐겨 달라는 것이다.

또 이번 행사에서 발표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 정액요금제 가입자의 <스타2> 무료라는 파격적인 유저 혜택은 해외와 달리 패키지도 없이 다운로드로 게임을 제공 받아야할 국내 유저들의 불만을 조금 누그러뜨리면서, 은근히 <WOW>의 국내 인지도에 편승 <스타2>의 활성화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혜택은 자칫 과거 웹젠의 <뮤>와 <썬온라인>처럼 끼워 팔기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만약 문제가 생겨도 블리자드는 유저를 위한 혜택이었으니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겠다고 손을 떼면 그만이다.

또 PC방 과금은 기존 발표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유저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WOW>와 <스타2>의 PC방 통합과금 체계를 슬쩍 도입했다. 기존 <WOW>의 PC방 정량시간에서 <스타2> 플레이 시간까지 더해져 같이 빠져나가는 구조가 유저 혜택으로 포장된 것은 PC방 업주들의 눈을 가리려고 한 행위나 마찬가지다.

PC방에 <스타2> 요금을 별도로 과금한다고 발표하면 PC방 업계의 반감이 확산될 것이라는 판단에 <WOW> 요금 체계에 슬쩍 통합시키려고 하는 블리자드의 이런 행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PC방 협회(인문협)와 PC방 과금을 두고 의논하겠다는 발표로 시간을 끌며, 당장 PC방 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은 상태에서 결과적으로 기존의 발표대로 PC방에 과잉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WOW>와 통합된 요금제를 적용하겠다는 발표에, PC방 업계가 크게 술렁일 것으로 보이며, 많은 PC방 업주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최승재 이사장은 블리자드의 이번 발표에 대해 “PC방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 라고 지적하며 “아직까지 협회와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당장 불매운동 등 액션을 취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PC방 혜택 등 원만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고 기존 불합리한 PC방 요금제가 확정 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PC방 업계 차원의 공동대응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 PC방 무료는 바라지도 않는다. PC방 업계는 수긍할 수 있는 요금제를 기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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