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7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악화일로를 걷던 PC방 업계가 기사회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역대 최저치 가동률을 거듭 갱신하면서 업주들을 그로기 상태까지 몰아넣더니 영업제한이 해제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바닥이 과연 어디일지 알 수 없었던 매출도 이제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

PC방은 지난 2년하고도 4개월 동안 전에 없던 경험을 했다. 다른 업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PC방은 몇 안 되는 24시간 업종이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컸다. 특히 최근에는 누적된 피해에 더해 수개월째 역대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하면서 고사 직전에 놓여있었다.

이는 PC방 개체 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게임사의 가맹 PC방 규모를 살펴보면 이제는 7,000개 선이 붕괴됐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한때 PC방이 25,000개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고작 30%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이는 산업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다행히도 PC방 업계에는 자연스럽게 돌파구가 마련된 상태다. 골목에 있던 PC방들이 큰 대로변으로 나왔고, 누가 봐도 그럴싸한 대형 매장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과거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게임에 몰두하던 분위기와 달리 밝고 쾌적한 인테리어에 수준 높은 먹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운영의 편의성도 크게 발전했다. 이제 카운터에서 돈을 주고받는 장면을 보기 힘들 만큼 선불결제기가 보편화됐고, 진보한 노하드솔루션과 VOG로 인해 PC 관리에 대한 부담도 해소됐다. 근무자들은 오직 먹거리 조리와 청소에만 집중하면 되는 시대다.

더구나 포스트 코로나 대응 아이템들도 이미 지천에 깔려있다. 실시간 관제를 지원하는 무인솔루션이 보급되면서 매출이 인건비를 받쳐주지 못할 경우 대안으로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음식을 조리하고 서빙을 대신해주는 로봇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머지않아 더욱 진화한 무인솔루션과 로봇을 기반으로 하는 완전한 24시간 무인 PC방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다소 부담스러운 비용을 제외하면 이미 상용화된 솔루션들을 조합해 지금 당장이라도 구현할 수 있는 상태다.

다만,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위드 코로나를 대비하는 다양한 아이템을 동원해 24시간 PC방 업종의 경쟁력은 높일 수 있지만, PC방의 경쟁 상대는 또 다른 PC방이기 때문에 매장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일은 별개인 것이다.

예를 들어 무인솔루션을 도입한다면 직원이 상주하는 경쟁 PC방과의 대결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여전히 무인 편의점보다는 일반 편의점의 매출이 높은 이유와 같다. 기성품 먹거리만 판매하는 PC방은 직원이 직접 조리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PC방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여기에 더해 기본적인 청결 상태도 고객들이 PC방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며, 친절한 종업원이 손님을 맞는 PC방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밝고 쾌적한 인테리어와 고성능 하드웨어를 통한 게이밍 환경은 두말하면 입 아픈 기본 중의 기본이다.

경쟁 PC방과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마케팅 능력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일부 기업들은 매출의 절반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자영업·소상공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마케팅 비용은 사람을 몰리게 한다.

가만히 앉아서 고객들이 찾아와 주기만 바란다면 24시간 영업 재개에 따른 훈풍에 몸을 실을 수 없다. PC방 산업 규모가 많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전국에는 7,000개가량의 PC방이 경쟁하고 있고, 이 7,000개 PC방 중 상위 10%와 하위 10%의 매출 차이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영업제한이 해제되고, 게임사가 PC방 전용 이벤트로 지원하고, 이로 인해 떠나갔던 고객들이 다시 PC방을 찾는 요즘.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결국에는 과감한 투자와 한발 앞선 실천만이 남들보다 조금 더 고객을 끌어모으고 매출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PC방이 새 단장을 마쳤다. 청소 업체를 불러 매장 구석구석을 깔끔하게 닦아내고, 채굴에 투입했던 PC는 뚜껑을 열어 먼지를 털어냈다. 최근 그래픽카드 가격이 인하되면서 용산의 PC방 전문 납품업체에는 견적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PC방 업계가 다시 뛰어야 할 때가 됐다. 2년 넘게 수없이 반복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으로 패닉상태에 빠져있었지만, 많은 PC방 업주들은 영업제한이 해제될 기미가 보이자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났기 때문에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힘차게 달려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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