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7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2년 초 이더리움의 난이도 상승과 지분증명(이하 PoS) 전환 이슈가 겹치며 채굴장으로 향하던 그래픽카드가 다시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권장소비자가격의 2배 이상으로 판매되던 그래픽카드는 1년여 만에 정상가격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4월 중순 이더리움의 PoS가 연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그래픽카드 가격의 하락세가 주춤해졌고, 일부 제품은 다시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 지포스 RTX 시리즈 그래픽카드의 3개월 전 가격과 현재의 가격을 비교해 보고, 게임·채굴 등 PC방에서의 그래픽카드 활용도에 따른 모델별 가성비 변화를 알아봤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진퇴양난
한 제조사의 엔비디아 지포스 RTX3060 그래픽카드의 4월 말 현재 소비자 최저가는 54만 원대다. 불과 3개월 전인 2월 초만 해도 91만 원대에 판매되던 제품이다. RTX3060의 권장소비자가격(이하 MSRP)은 329달러(약 41만 원)로, 채굴 광풍에 MSRP의 2배 이상 비싼데도 불구하고 물건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런 그래픽카드 가격이 2월 중순부터 시나브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시기 국내외 언론에서는 이더리움의 PoS 전환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기 바빴다. 대표적 알트코인인 이더리움의 채굴이 막히면 전 세계의 채굴업체에 큰 타격이 예상됐고, 이내 채굴장에 유입되는 그래픽카드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반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PC방 입장에서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내리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새로 오픈하는 매장이 아니라 기존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입장이라면 중고 판매가도 생각해야 하는데, 신품 구입가격은 낮아졌지만 기존 그래픽카드를 가격이 높을 때 구입했다면 중고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해도 함께 커진다. 신품과 중고품의 가격에 맞춰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보유 제품을 매각하는 동시에 새 제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텀을 두기도 어렵다.

그러나 시스템 사양이 낮아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얘기는 다르다. 아직도 많은 PC방에서 GTX1060을 사용하고 있는데, <리그오브레전드>처럼 요구사양이 낮다면 괜찮지만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고사양이 요구되는 게임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아직도 GTX1060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으나, 반대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한 반등을 꾀할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다.

올라도 고민, 내려도 고민이다.

RTX 시리즈 11종, RX 시리즈 6종 가격 변화
아직도 PC방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가 독과점 수준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고, AMD 라데온 시리즈는 PC방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RX6000 시리즈가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고 있어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쟁 제품인 RTX3060과 비교하면 성능 대비 판매가격에서 메리트가 조금 떨어진다.

중고 제품을 제외하고 현재 신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라인업 가운데 PC방 시스템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GTX1660 SUPER 제품이 마지노선이다. GTX1650 SUPER는 GTX1060 6GB 제품과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아 현재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신규 창업이라 해도 최소사양에 맞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GTX 시리즈보다는 RTX 시리즈 제품군만을 후보군에 올려놓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현재 신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시리즈와 AMD 라데온 RX6000 시리즈 등 총 17종의 그래픽카드의 성능과 가격 변화에 대해 알아봤다. 제품별로 성능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비교사이트 기준 3개월 전인 2월의 가격과 4월 말 현재의 가격을 비교해 보고,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이더리움 채굴 효율까지 감안해 가성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봤다.

3개월 만에 ‘반값’… 일부 제품은 권장가보다 싸다
4월 말 기준으로 MSRP에 가장 근접한 것은 공교롭게도 가장 비싼 RTX3080Ti다. MSRP가 1,199달러로 한화 약 150만 원인데, 현재 최저가는 141만 원대로 오히려 MSRP보다 싸다. 다만 PC방에서는 프리미엄 좌석이라 해도 RTX3080Ti를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보편적인 PC방 그래픽카드라 할 수 있는 RTX3060은 MSRP의 2배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33%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더리움 PoS 전환이 연기된다는 소식에 하락세가 잠시 주춤해진 가운데, 채굴업체가 그래픽카드 매입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VRAM 업그레이드로 RTX3060과 성능이 비슷한 RTX2060 SUPER는 MSRP 대비 약 38% 더 비싸 가성비가 RTX3060보다 떨어진다. 이보다 가성비가 더 나은 RTX3070Ti는 최저가가 90만 원대로 RTX2060 6GB의 약 2배인데, 3DMark 그래픽 점수도 RTX2060 6GB의 2배에 가깝다. RTX3060이 한창 비쌌을 때가 91만 원대였으니, 상대적으로는 RTX3070Ti의 가성비도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라데온 RX6000 시리즈 중에서도 MSRP보다 저렴해진 모델이 있다. RX6600은 그래픽 점수 약 8,100점대로 RTX2060 12GB와 비슷한데, 최저가는 37만 원대로 MSRP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RTX3060보다는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많이 내려가면서 가성비가 높아진 경우다.

가격만으로 50만 원대 그래픽카드를 선택한다면 엔비디아 RTX3060과 AMD RX6600XT가 경쟁 상대다. RTX3060은 MSRP가 RX6600XT보다 약 6만 원가량 저렴한데, 현재 판매가격은 3만 원 정도의 차이다. 현재 두 제품의 가격은 RTX3060이 MSRP +33.3%, RX6600XT가 MSRP +20.4%다. 더 높은 성능을 위해 RTX3060Ti (MSRP +21%)를 선택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절대적인 가격대가 90만 원대로 높고 가격 하락세는 RTX3060보다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PC 성능이 곧 경쟁력인 PC방의 고민이 나날이 디테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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