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7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크게 위축된 PC방 업계의 영업환경에서 차별화 아이템을 발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 PC방에 최적화된 인테리어와 게이밍PC 등이 모두 상향평준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먹거리 메뉴에서 차별화를 둔다거나 유휴공간을 넓게 활용해 카페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김포시에 신규 오픈한 덤프 PC방은 만화카페와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구현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쟁력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신규 PC방다운 최신 트렌드의 덤프 PC방
사방이 아파트 단지로 상주인구가 많고 대규모 집단상가 등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자리한 덤프 PC방은 올해 1월 오픈한 신규 PC방이다. 상가건물 4층에 자리했지만 여느 대형 PC방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매장과 직결되는 형태는 아니다. 건물의 공용공간인 통로를 거쳐야만 PC방에 출입할 수 있는 구조다.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밝은 분위기를 강조한 모습이다. 화이트톤을 기본 베이스로 나무 무늬가 곁들여진 타일로 바닥을 마감하고, 밝은 우드톤으로 통로를 디자인해 따뜻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내츄럴 콘셉트와 모던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지만, 화려한 LED가 돋보이는 PC 본체를 좌석 상단에 설치함으로써 PC방다운 사이버틱한 연출을 가미한 것이 PC방 업계의 최신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90대의 클라이언트 PC 좌석은 최신 시스템에 RTX3060과 RTX3060Ti 그래픽카드 조합으로 구성하고, 듀얼모니터 좌석 등 최신 트렌드를 적용해 좌석별로 차별화된 디스플레이 환경을 구축했다. 먹거리는 XOXO 브랜드를 활용하면서도 자체 개발한 메뉴들을 일부 섞어 서비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하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PC방 모습이지만, 도전적이거나 모험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어디까지나 PC방 공간만의 얘기다.

덤프 PC방의 진짜 경쟁력은 매장 밖에 있다. 바로 옆 호실에 구현된 만화카페다. 다담 만화카페로 이름을 붙인 만화카페는 덤프 PC방 대표가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다. 사실 만화카페 공간까지 PC방에 할애했다면 이스포츠 대회 공간이나 최근 유행하는 카페 공간을 구현한 200대짜리 대형 PC방이 탄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덤프 PC방은 천편일률적인 PC방만의 아이템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업종을 동시에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시너지에 주목했다.

통로에서 완전히 구분된 PC방 입구
만화카페 입구
모던+내츄럴 콘셉트의 세련된 덤프 PC방 공간

“과연 200석을 꽉 채울 수 있을까?” 고민에서 출발
사실 200석 규모의 대형 PC방을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창업 과정에서 가까운 PC방 업주들은 PC를 200대로 하고 채굴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하지만 덤프 PC방 업주는 가상화폐와 같은 불확실한 수익보다는 실질적으로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법론에 더 집중했다. 바로 위드코로나 전략이다.

현재 많은 PC방 업주들은 위드코로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먹거리 메뉴의 차별화 전략, 커피전문점과 같은 분위기 연출로 기존 PC방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전략, 고객 스스로가 마케팅 창구가 될 수 있는 아이템 발굴 및 셀럽들이 찾는 PC방으로 거듭나는 전략 등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PC방이라는 업종의 공간 내에서 이뤄지는 전략이다. 덤프 PC방은 위드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아이템을 고민했다.

이런 고민의 발단은 ‘PC 200대를 모두 채울 수 있을까?’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규제를 감안하고, 감기처럼 코로나가 관리되는 위드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더라도 200석을 모두 채우기란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90대 정도면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나머지 90명의 고객들이 찾을 수 있는 추가 업종을 발굴한 것이 바로 만화카페다. 서로 이용하는 계층이 다르고, 상호 보완하는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덤프 PC방 업주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만화카페의 총 좌석도 90개로 만들었다. 만화카페 역시 90개 좌석은 채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PC방과 만화카페를 합치면 180개 좌석인데, 이를 모두 채운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됐던 것은 현장을 방문해서다. 실제로 평일 오전에 방문했던 덤프 PC방은 만화카페와 PC방 공간 모두 손님 규모가 엇비슷했다.

“결합 아이템에 대한 업주들의 고민 시작될 것”
덤프 PC방과 다담 만화카페는 완벽하게 분리된 형태다. 이는 만화카페 영업허가 과정에서 PC방 내부에 다른 업종을 추가할 경우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벽면을 허물어 공간을 공유하려고 했지만, 행정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아 별도의 사업자로 창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표자가 같고, 직원들이 양쪽 공간을 수시로 드나들며 근무한다는 점에서는 시너지가 구현되고 있다. 만화카페는 PC방이 아닌 소위 만화방 업종에 특화된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 로비라 할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공간을 넓게 조성해 이용자들이 서로 불편하지 않도록 했고, 착석해 책을 보는 공간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느낄 수 있는 방 형태로 만들어 아늑함을 강조했다.

PC방과 만화카페는 고객층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 만화카페의 경우 PC방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은 여성과 가족 단위 고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연령대도 낮다. 특히 만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드게임이나 아케이드게임, PC방처럼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게이밍PC 공간, 넷플릭스와 같은 OTT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200대짜리 대형 PC방으로 만들었다면 찾지 않았을 계층을 만화카페를 통해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적으로는 상호 보완점이 많다. 만화카페 공간에서는 조리 시설을 최소화했고, PC방에서 판매하는 먹거리 메뉴들을 PC방에서 조리해 만화카페로 배달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만화카페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PC방의 발전적인 먹거리 메뉴가 쉽게 도입됐다. 다만, 덤프 PC방의 주방에 업무강도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바쁜 시간대에는 만화카페 근무자가 PC방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에 동시간대 PC방에 1명, 만화카페에 1명의 근무자를 배치했고, 피크 시간에는 일시적으로 1~2명을 더 투입해 운영한다.

이에 따른 시너지는 현장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만화카페와 PC방 모두 비슷한 수준의 손님 규모를 유지하면서 90대 PC방에서는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먹거리 매출이 높았고, 만화카페 이용요금이 PC방의 2배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90석 규모의 PC방에서 가동률이 60% 수준에 달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온라인게임 정량시간 차감 등 원가 비중이 낮아 마진율이 높다는 점도 큰 시너지다.

덤프 PC방은 이 같은 시너지가 아직까지는 정상 궤도에 오른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200석 규모의 PC방을 오픈한 것보다 매출이 좋다고 판단되지만, 이제 막 1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어떤 변화를 줘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덤프 PC방 대표는 앞으로 상향평준화된 PC방의 차별화 아이템이 다른 업종과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에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PC방은 음식점 수준의 먹거리 메뉴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결합해 소비층 확대와 순도 높은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업종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선도적으로 몸소 실천하고 있는 덤프 PC방이 업계에 어떤 숙제를 안겨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만화카페는 해당 업종의 최신 트렌드가 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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