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7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게임 업계를 관통했던 트렌드는 ‘메타버스’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확대되면서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이 주목받았고, 게임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되면서 어떤 게임이 메타버스를 접목했는지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랬던 것도 이제 옛말이 된 것일까?

최근 게임사들이 Play to Earn(P2E)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접목시킨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고, NFT 소식 하나에 게임사 주가가 요동을 치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대체 P2E가 왜 이리 핫한 이슈가 되었으며, NFT는 또 무엇인지 최근 게임 업계의 상황을 살펴봤다.

P2E와 NFT의 상관관계
P2E 게임이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일컫는 용어로, 지금까지 이용자들이 게임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게임회사에 이용료를 지불한, 그저 소비하는 것에 그쳤던 것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최근 P2E 게임 이슈가 급부상한 계기는 위메이드의 멀티플랫폼 MMORPG <미르4>가 글로벌 흥행을 이뤄내면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미르4>는 여타 국내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운영된다. 하지만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서버에서는 P2E 방식이 접목돼 이용자들이 게임 내 아이템을 현금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르4>의 아이템 현금화 방식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게임 캐릭터로 ‘흑철’이라는 광물 아이템을 캔 후 이를 ‘드레이코’라는 일종의 코인으로 변환시킨다. 이 드레이코를 가상화폐 지갑인 위믹스 월렛에 이전시킨 후 ‘위믹스 크레딧’으로 변환하는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믹스 코인’으로 바꾸게 된다. 위믹스 코인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얼마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가상화폐, 즉 NFT인 것이다. 과거부터 국내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은 특정 사이트에서 게임 아이템을 현금화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다만 게임 아이템의 현금화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사기 등의 우려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 간의 거래가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게임사 관계자가 관여해 아이템의 불법 복제 등 일탈 행위가 벌어질 경우 게임 운영 자체가 위태롭게 될 소지도 충분하다.

결국, 이러한 우려 탓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NFT가 기반에 있어야만 신뢰할 수 있는 P2E 게임이 가능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임사 입맛대로 수정 가능한 아이템을 두고 현금화가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한들 이용자들은 누구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르4>는 이러한 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서버의 흥행으로 지난해 동시접속자 100만을 달성하기도 했다.

뒤쫓는 국내 게임사들
<미르4>가 몰고 온 P2E 게임의 흥행은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컴투스 그룹과 카카오게임즈 등이 P2E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도 플랫폼 구축에 나서면서 향후 P2E 플랫폼 경쟁 구도가 격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엔씨의 강점인 MMORPG가 NFT 적용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후 11월 NFT 관련 블록체인 플랫폼 기획자를 공개 모집했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모집된 인력은 NFT를 활용한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의 신규 서비스 기획, 설계, 운영 등을 담당하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연내 NFT가 적용된 게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넷마블도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를 동원해 블록체인 게임사 아이텀게임즈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P2E 시장에 뛰어들 것을 시사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아이텀게임즈는 모바일 게임에 P2E 체계를 단기간에 적용하는 미들웨어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향후 NFT 마켓플레이스 구축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지난달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 행사를 개최하고 NFT를 접목한 신사업 전략 등을 설명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넥슨은 상대적으로 NFT보다는 메타버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최근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의 영화 제작사 AGBO 스튜디오에 6,000억여 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향후 AGBO 작품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고 P2E를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넥슨이 메타버스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 MOD>의 경우 이용자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P2E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MOD>는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며, 수익화 모델로 NFT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메이드가 쏘아 올린 NFT 바람은 돌풍이 되어 이제는 국내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 게임사인 3N은 물론, 카카오게임즈와 컴투스 그룹, 네오위즈까지 NFT 사업 추진을 알리면서,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NFT 게임 경쟁이 벌어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NFT면 만사 OK일까?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NFT 관련 사업 추진을 시사하자 주식이 단번에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서의 기대감은 NFT가 게임 회사의 미래 먹거리라고 확신하는 분위기인데, 정말 그럴까?

국내 게임사들 중 NFT 행보를 가장 빨리 전개한 위메이드를 살펴보면, 앞서 설명한 가상화폐 ‘위믹스 코인’이 폭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서버의 흥행과 함께 게임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위믹스 코인에 대한 주목도도 커졌을 것이 당연한 일인데, 어째서인지 가상화폐 가격은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8,000원을 바라봤던 위믹스 코인 시세는 최근 5,000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위믹스 코인이 이처럼 내리막을 걷게 된 이유는 발행 주체인 위메이드가 사전 예고 없이 대량의 물량을 시장에 처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P2E의 관심도가 커지면서 급등한 코인 가격은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맥을 못 추고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실 재화로 예를 들자면 위메이드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원화를 마구 찍어 시장에 풀어버린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게임 아이템 현금화를 국내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도 NFT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게임사들에게 있어 큰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산업진흥법에 의해 게임 아이템의 현금화는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으며, 자체등급분류로 국내에 P2E 서비스를 전개했던 <무한돌파 삼국지R>은 최근 이 법에 가로막혀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위메이드가 국내 서버에 P2E를 도입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여러 논란과 관련 법으로 NFT 게임의 국내 서비스가 불투명한 가운데, 해외 게임사에서 NFT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랑스 게임사인 유비소프트가 최근 게임에서 NFT를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인 ‘쿼츠’를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파리의 직원들이 속해있는 노동조합 Solidaires Informatique가 “쓸모없고, 비용이 많이 들고, 생태학적으로 희생되는 기술”이라며 비판했다.

노조 측은 SNS를 통해 “유비소프트의 블록체인 및 NFT 시장 진입은 유저들에게 비판을 받아온 결정으로, 이는 게임에 대한 개선이나 이점이 전혀 없다”면서 “NFT는 배당금, 서브프라임, 파생상품, 투기, 자금세탁 등에 대한 암묵적인 약속으로, 게임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기술”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21’에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NFT와 P2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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