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을 새롭게 창업하면서 기존의 PC방들과 차별화된 시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이 있을까?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LED PC 케이스,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에 대응하는 모니터, 이스포츠 대회 전용석,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역 설비, 여성 고객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 다양한 먹거리, 고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힐만한 인상적인 인테리어, 고성능 게이밍 기어 등은 기본일 것이다.

최근에 PC방 업종에서 구현 가능한 모든 아이템을 집대성하고 독특한 개성을 더해 새롭게 오픈한 PC방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얼마 전 오픈한 해피로 PC방 광주금호행복점(이하 해피로 PC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게이머들이 먼저 알아준 유니크한 ‘멋’
사실 광주 해피로 PC방을 처음 접한 것은 게이머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다. ‘요즘 PC방’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 공유되었던 게시물에서는 수려한 인테리어와 고사양 PC를 갖추고 특히 코로나19 방역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광주 해피로 PC방과 관련된 온라인 게시물들을 샅샅이 뒤져보니 △이스포츠 대회석 완비 △RTX3080 수랭식 커스텀 본체 △49인치 와이드 모니터존 △듀얼 모니터 개인석 △프로게이머가 사용하는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방역 소독 게이트와 UV 살균 시설 △실물 사이즈 ‘아리’ 피규어 전시 △<배틀그라운드>에서 사용 중인 모형 총기류 전시 △호텔식 화장실과 파우더룸 등의 화려한 시설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이에 광주로 내려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금호먹거리촌 맞은편에 위치한 해피로 PC방은 먹자골목이 조성된 상업지구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주택밀집지역이 혼합되어 있는 상권에 입점해 있으며, 거주민과 상가 이용자들의 주 이동경로에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특히 인근에 많은 PC방이 밀집해 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였다.

복합건축물 지하에 자리한 해피로 PC방은 외관에서부터 다소 특징적이었다. 대로변을 걷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대형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고, 입간판 바로 옆으로 메인 출입구가 이어지는 형태다.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1층에 입점해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입간판 활용성과 자연스럽게 출입을 유도하는 이동경로가 인근의 다른 PC방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확실한 ‘개성’
보통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템을 동원한다. 업종에 맞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한다거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마일리지 적립과 같은 혜택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마케팅 기법들은 기본적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내 매장을 기억하도록 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해피로 PC방은 이 같은 마케팅 기술에 있어 교과서와 같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분명한 개성을 갖추고 있다.

먼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는 실사 크기의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 ‘아리’ 피규어가 눈길을 끈다. 계단을 모두 내려가 매장으로 이어지는 출입문 앞에는 발열 체크기와 대형 소독 장비로 감염병에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고, 출입구 문을 열면 100여 종에 달하는 피규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테리어 효과를 위해 일부 피규어를 전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피규어 전문 매장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로 구성해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다.

또한 카운터 주변이 매우 넓게 조성된 점도 인상적이었으며, 카운터에서 QR인증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다양한 피규어를 감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은 고객 동선에 따른 공간 디자인에 많은 고민이 뒤따랐음을 짐작케 했다. 여기에 더해 이스포츠 대회석, 매장 곳곳에 배치된 TV모니터, 좌석별 공간의 특징을 설명하는 LED 안내판, 고성능 PC임을 암시하는 화려한 튜닝 케이스 등은 최신 트렌드에 충실했음을 보여줬고, 특히 대형 소독기 등 다양한 방역 설비들은 요즘 같은 시기에 방문객들에게 큰 신뢰를 줄 것 같았다.

해피로 PC방은 개성을 담은 시설들에 대해 확실히 티를 내고 있었다. 출입구의 피규어 전시 공간 바로 옆에는 대형 헤드셋 UV 살균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PC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스스로가 좌석에 설치되어 있는 헤드셋을 이용할지, UV 살균 장치에서 소독된 헤드셋을 이용할지 선택할 수 있으며, 이미 적응했는지 많은 손님들이 알아서 UV 살균 장치에서 헤드셋을 꺼내 좌석으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규어를 활용한 개성있는 분위기 연출, 코로나 시대에 방역에 집중했다는 점을 어필하는 시설이 이용자들의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도록 조성됐다.

PC방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 접목
우수한 시설도 인상적이지만, 해피로 PC방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그동안 PC방에 접목되었던 모든 아이템을 집대성했다는 점이다. 먼저 PC 사양부터 살펴보면 RTX3080에서부터 RTX3060까지 전 좌석을 3000시리즈로 구성했고, 디스플레이 환경도 다채롭다. 유튜브 등 개인방송을 시청하며 게임을 즐기는 고객층을 위한 듀얼모니터 좌석, RPG 등에 특화된 49인치 와이드 모니터, FPS 게이머들을 위한 27인치 고주사율 모니터 등 다양한 기종을 동원했다.

여기에 더해 매장 중심부에 흡연실을 설치해 분리되어 있는 좌석별 고객들이 짧은 동선으로 흡연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흡연실 자체가 넓고 쾌적해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해도 불편하지 않도록 했다. 화장실 역시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접할 수 있는 우드톤의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또한 여성 고객들을 위해 화장실 내부 공간의 일부를 분리해 파우더룸으로 조성한 것도 전략적인 아이템 중 하나로 보인다.

최신 트렌드 중 하나인 이스포츠 대회석은 매장 내 정중앙을 기준으로 레드팀과 블루팀이 대결하는 형태로 완전 분리해 조성했다. 특히 맞은편 카운터와의 공간 사이를 넓게 비워 관람객을 맞이할 수 있도록 했고, 하단부에 멀티 모니터를 설치해 관람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축했다. 다만, 이스포츠 경기석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활용해 사전에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PC방에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도 독특하다.

그러나 해피로 PC방도 신규 오픈 과정에서 다양한 부침을 겪었다. 실사 크기의 피규어 2개가 제작이 끝나지 않아 이미 공간을 할애해뒀지만 아직까지 해당 공간은 비어있는 상태다. PC 수급에도 문제가 많아 예정했던 PC 사양으로 오픈하지 못했다. PC방이라는 업종에서 갖출 수 있는 거의 모든 시설을 구현했지만, 오픈 과정이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디테일한 공간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 결국 게이머들이 먼저 알아보는 PC방의 경쟁력에 대해 해피로 PC방이 좋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