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7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의 산업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IT 기업의 규제를 시작으로 인터넷 강의를 포함한 사교육, 게임, 부동산 기업 규제 등의 여파로 소위 잘나가던 중국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무너지는 일이 허다하다.

공동부유를 기치로 내건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게임 셧다운을 폐지하고 규제 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의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중국, 제2의 문화대혁명 겪나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방위적 산업 규제는 과거 1960~70년대 자국의 문화재를 스스로 부숴버렸던 ‘문화대혁명’을 다시 보는듯하다. 중국의 산업 규제는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막아서면서 시작됐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로 전자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으며, 1,500억 달러 상당의 평가를 받는 등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핀테크 기업이다. 그러나 상장을 추진하던 지난해 10월말 창업자 마윈이 중국 당국의 금융시스템 규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했고, 그 직후 앤트그룹의 상장은 과도한 금융 리스크를 빌미로 무산됐다.

앤트그룹에서 시작된 총성은 모기업 알리바바로 옮겨갔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에 시장지배력 남용과 경쟁제한행위를 이유로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독점 벌금인 182억2,800만 위안(약 3조1,000억 원)을 부과했다.

알리바바에 붙은 불은 중국 최대 음식배달업체 메이퇀으로 번졌으며, 역시 반독점 규제법을 근거로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의 애플리케이션을 반독점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자국 앱스토어에서 퇴출 조치했다. 사실상 중국 1위 차량공유 기업을 날려버린 셈이다.

중국 정부의 규제는 IT 기업에서 온라인 강의 등 사교육 산업으로 확대됐다. 지난 7월 중국 정부는 모든 사교육 업체를 비영리법인으로 강제 전환, 해당 기업들의 유상증자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법으로 금지했고,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온·오프라인 교육기관 하오웨이라이와 GSX 테크에듀, 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 등의 주가는 급격히 하락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텐센트에 음악 스트리밍 분야의 독점을 이유로 온라인 음악 판권 포기를 명령했으며,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평일 게임 이용금지 및 주말 기간 일일 1시간의 게임 이용을 강제하는 셧다운제를 실시했다. 전 세계 게임산업에 자금력을 과시했던 텐센트의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재 중국 정부의 칼날은 부동산 기업으로 겨눠지고 있으며, 이 여파로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은 파산 위기에 직면해있다.

게임 시장 문 걸어 닫는 중국
중국은 자국 산업에 규제의 칼을 들이미는 한편, 외국 게임업계의 자본이 들어올 길도 막아서고 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게임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전면 중단한다고 지난 9월 9일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8일 텐센트와 넷이즈 등 중국 게임사들과 진행한 회의에서 신규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잠정적으로 보류한다고 전했다. 외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판호 발급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해당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출시되는 게임 수를 줄이는 것과 게임 과몰입 예방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신규 게임에 대한 판호를 잠시 보류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게임 판호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 7월 22일 이후로 신규 판호 발급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게임 규제 여파는 신규 판호를 발급하지 않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미성년자 게임이용에 대한 셧다운제 조치 발표 이후 관련 업계가 스스로 규제에 나선 것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2위 기업인 징동은 지난 9월 2일 <GTA> 시리즈를 포함한 87개 게임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당국의 법규 및 국가신문출판서에서 지정한 유해요소를 담은 게임들도 판매 불가 입장을 전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가 지정한 유해요소는 대표적으로 ▲중국 국가 통합, 일치성, 주권을 위협하는 모든 것 ▲중국 정부의 종교 정책에 반하는 미신을 조장하는 모든 것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회 안정을 파괴하는 모든 것 ▲음란물, 약물, 폭력, 도박에 대한 모든 것 ▲중상, 모략 및 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것 등이 있다.

국가신문출판서의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향후 중국에서는 유아용 게임만이 살아남겠으나, 미성년자는 이미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 이용에 제한이 크기 때문에 게임산업 자체가 몰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의 자매지 경제참보고에서 지난 8월 ‘게임 중독은 아편에 중독된 것과 같다’라고 보도된 것을 보면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셧다운제 폐지한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최근 우리 정부는 그동안 논란이 지속되어 왔던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 10년 만에 폐지하고 시간 선택제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게임 셧다운제는 2000년대 초반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논의되기 시작해 2005년 청소년 보호법 개정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후 논란 끝에 2011년 국회를 통과했다. 셧다운제 시행 당시부터 개인의 자유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청소년의 일탈 방지라는 사회적 여론이 강한 까닭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이 성행하면서 PC게임만을 규제 대상으로 설정했던 셧다운제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고, 최근 SNS 등을 통한 디지털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게임만을 해로운 콘텐츠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따라 논란의 셧다운제를 시행 10년 만에 폐지하고, 보완책으로 가정에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게임시간선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게임 이용시간의 완전한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도 작지 않지만 일단 게임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실 PC방 업계의 경우 심야 시간대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에 셧다운제가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변경된 게임시간선택제로 낮 시간대에 게임 이용을 가정에서 금지한다면 청소년층 고객을 잃게 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학부모 연령층이 성장기에 게임을 많이 접한 세대이고, 가정에서 소통을 통해 게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형성된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PC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문제는 중국이다. 우리 정부의 셧다운제 폐지가 결정된 지 일주일만인 지난 9월 1일 중국 정부는 청소년의 평일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한편, 주말(금·토·일) 동안 하루 1시간씩만 게임 이용을 허용하는 셧다운제를 시행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셧다운제 시행 소식이 전해지자 불법 프로그램 사용이 일상화된 중국이기 때문에 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막아도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 존재했었다. 그러나 중국 게임업계 1위 텐센트에서 안면인식 기능을 동원해 청소년의 접속을 원천차단한다고 밝히는 등 관련 업계가 스스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 중국의 셧다운제는 성공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자녀의 양육에 있어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며, 지나친 자녀 교육으로 ‘헬리콥터맘’ 혹은 ‘타이거맘’으로 외국 사회에서 자주 빈축을 사기도 한다. 그동안 셧다운제 폐지를 논의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된 부분도 이런 부모들의 반대 여론이었다.

우리나라는 셧다운제가 폐지되고 시간선택제가 이제 막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단계다. 부모와 자녀가 게임에 대해 소통하며 올바른 인식을 형성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강력한 셧다운제가 큰 무리 없이 자리를 잡는다면 게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여론에 자칫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앞으로 시행될 게임시간선택제가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판호 발급 현황. 7월 이후 신규 판호 발급 결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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