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가면 쓴 '카지노'로 점철된 국내 게임업계, 개선의 여지 있나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은 게임에 필요한 PC나 게임 콘솔을 구입할 때, 게임 타이틀을 구입할 때, 그리고 유료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 월 이용요금을 결제할 때 등이다. 여기에 게임 내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을 구입할 때도 돈을 쓰는 이른바 ‘유료 아이템’이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는데, 초기에는 게임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고 캐릭터를 꾸미는 치장형 아이템이 그 첫 모델로, 유료 아이템의 등장이었다.

통칭 ‘아바타’로 불리는 캐릭터 꾸미기 아이템이 유료 아이템의 시초였다면, 이후에는 게임의 진행에도 영향을 주는 기능성 아이템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능성 아이템은 같은 난이도의 적을 더 쉽게 쓰러뜨리거나, 혹은 현재의 캐릭터로는 쓰러뜨릴 수 없는 적을 제압할 수 있게 해준다. 플레이어 간 공격이 가능한 PvP 게임에서는 상대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 기능성 아이템을 이용한다.

여기까지는 게이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게임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이 승리하게 되는 ‘페이 투 윈’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을 소요한 캐릭터 중 1만 원을 쓴 캐릭터보다 100만 원을 쓴 캐릭터가 더 강한 것은 빈익빈부익부를 가속화시키게 되는데, 모든 게임이 이런 방식을 차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납득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문제는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성 아이템을 확률적으로 얻게 되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일본에서 유래한 캡슐 뽑기 ‘가챠’로 통칭되는 확률형 아이템은, 확률적으로 좋거나 나쁜 아이템을 얻게 되는 시스템이다. 1만 원짜리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하면 50% 확률로 ‘일반’ 아이템을 얻거나 1% 확률로 ‘희귀’ 아이템을 얻는 식이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국내 3N 게임사를 비롯해 수많은 제작사들이 이 확률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던전의 최종보스를 사냥한 뒤 얻는 아이템은 물론, 아이템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강화에도 확률을 적용하면서 게임을 온라인 카지노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8월 26일 모바일 MMORPG <블레이드앤소울2>를 출시했다. ‘액션 MMO의 시작’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이 게임을 홍보한 엔씨소프트는, 정작 이용자들의 혹평을 받으며 기업 시가총액을 5조4,000억 원 이상 공중분해시킨 장본인이 됐다. 출시된 게임은 이전의 발표와는 다른 그래픽 품질과 불안한 최적화, 여기에 돈을 쓰지 않는 게이머는 배려하지 않는 인상이 강한 게임 내 다양한 과금 시스템까지 악재가 겹쳤다.

다른 게임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넷마블은 캐주얼 보드게임 <모두의마블>에서 수많은 랜덤박스로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넥슨의 액션 게임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도 과도한 현금결제 유도로 수 년 전부터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PC 게임보다 모바일 게임의 과금유도가 더 심각하긴 하나, 오랫동안 서비스되고 있는 국산 PC 온라인게임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의 덫으로 도배돼있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게이머를 비롯한 누리꾼들의 질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게임사들은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공개하는 등 자체정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확률을 공개하는 것과 그 아이템 획득 확률이 0.001%인 것, 그리고 낮은 확률마저 제작사가 임의로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 등이 겹치면서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져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과거 정치인들이 게임업계에 무조건적인 세금을 부과하려는 시도와는 인과관계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3N을 위시한 게임사들이 ‘게임’이란 가면을 쓴 도박장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YNK코리아에서 서비스하던 <로한>이 카드게임 ‘바카라’를 게임 내에 서비스하던 것은,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애교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게임사들이 ‘도박’이라는 오명을 벗고 앞으로 게임다운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게임업계 종사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엔씨소프트는 예의 BM '아인하사드 시스템'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착 출시된 게임 내에는 이름만 '영기'로 바뀐 기존의 BM이 버젓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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