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대치 끝에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초라한 분향소 마련
비대위 김기홍 대표 18일까지 상주로 조문객 맞이, 자영업자 발길 이어져…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기홍, 이하 비대위)가 경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국회 건너편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자영업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9월 18일까지 2박3일 동안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가 설치한 합동분향소는 최근 정부의 고강도 방역정책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가 증가하자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감염병 예방 등의 이유로 합동분향소 설치를 적극 저지했다.

당초 비대위는 분향소 위치를 극비에 붙이며 9월 16일 오후 2시 국회 정문 앞에 합동분향소 설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첩보를 통해 미리 위치를 파악한 경찰은 500여 명이 넘는 경찰병력을 동원해 분향소 설치에 활용될 차량의 이동을 막고, 분향소 설치 예정 장소를 병력을 통해 완전히 봉쇄했다.

결국 비대위는 국회 정문 앞 분향소 설치를 포기하고 철수를 결정했지만, 경찰은 분향소 설치에 활용될 예정이었던 차량을 추적하며 감시를 늦추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을 벗어난 상황에서도 차량을 추적하면서 비대위가 분향소 설치를 위한 물품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같은 날 오후 7시경 국회 정문 앞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기습적으로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고, 경찰은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모인 상황임에도 병력을 대거 투입해 일대를 봉쇄하며 과잉대응했다.

특히 현장에서 경찰이 비대위의 큰 반발을 샀던 순간은 분향소 설치를 위해 비대위와 경찰이 대치하던 중 경찰 공무원 한 명이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순간이었다. 비대위는 경찰이 스스로 비대위 관계자들에게 다가와 몸으로 밀치고 넘어졌다며 분향소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기획된 시뮬레이션이 아니냐는 불만을 터트렸다.

더구나 경찰은 항의하는 비대위 관계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언쟁까지 벌였다. 이에 비대위는 경찰이 합동분향소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비대위 관계자들의 심기를 일부러 격앙되도록 만들고, 물리적인 충돌을 유도해 강제 해산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비대위와 경찰의 대치 상황이 다소 누그러진 것은 정치권 인사들이 현장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이날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한 정치권 인사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최근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고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기 위해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경찰이 결국 합동분향소 설치를 허용한 것은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장인 최승재 의원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부터다. 협소하지만 분향소 설치 공간을 마련하고, 일부 분향소 물품을 수급한 후 1인 조문을 허용하는 형태로 현장합의가 이뤄지면서 초라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넋을 기리는 분향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최승재 의원은 경찰의 과잉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최 의원은 “우리의 가족이고 지인일 수 있는 자영업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추모하는 분향소 설치마저 저지하는 것은 전국 자영업·소상공인의 울분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작게나마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데 이마저 저지한다면 전국 수백 수천 곳에 분향소가 설치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문제를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인 김기홍 공동대표는 이날 2시부터 경찰과 대치하며 합동분향소 설치를 위해 혼신을 다한 후 기자들 앞에서 “죽어나가는 자영업자들의 넋을 기리는 행위조차 방해하는 것은 전국 자영업·소상공인을 전체를 탄압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도와 달라는 것이 아니라 살려달라고 몸부림치고 있는데, 정부는 자영업자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자영업비대위는 이번 합동분향소를 9월 18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김기홍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 공동대표들이 2박3일 동안 상주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조문하는 전국 자영업·소상공인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여의도 자영업자 합동분향소 인근을 봉쇄한 경찰 병력들
경찰의 고압적인 태도가 바뀐 것은 정치권 인사들이 현장을 방문하면서부터다
협소한 공간에 초라하게 자리잡은 합동분향소는 9월 18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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