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자사 그래픽카드를 소매업자 대신 채굴업자에 대규모로 판매하고 있다는 비난에 “채굴에 대한 수요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우리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AMD 드빈더 쿠마르(Devinder Kumar) 최고재무책임자(CFO)는 9월 10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2021 도이치은행 기술 컨퍼런스’에서 2021년 매출을 전년대비 60% 성장시키기 위해 순항 중이라며, AMD의 2021년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9% 증가한 3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컨퍼런스에서 도이치뱅크의 로스 세이무어 연구원은 쿠마르 CFO에게 AMD의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제품군의 성장에 가상화폐가 영향을 줬는지 물었다. 이는 비디오카즈, 탐스하드웨어 등 외신들이 AMD가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소매 채널 대신 채굴업자들에 판매했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한 질문으로 분석된다.

이 질문에 쿠마르 CFO는 “가상화폐 수요는 우리에게 무시할 만한 수요지만,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가상화폐 시장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만들지 않는다. 가상화폐는 게이머를 위한 것이 아니며, AMD 그래픽카드의 최우선 순위는 채굴업자가 아니라 게이머”라고 언급했다.

쿠마르 CFO에 따르면 AMD 그래픽카드의 성장은 라데온 하이엔드 라인업인 RX6000 시리즈다. 하지만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아직 채굴락(LHR) 기능을 적용하지 않고 있고, 이에 RTX3000 시리즈의 LHR 버전을 피해 RX6000 시리즈를 채굴에 사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AMD는 아직 채굴 제한 기능 적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LHR 기능을 배제하더라도 게이밍 PC에서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 사용 비중은 매우 낮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 접속자 중 RTX3000 시리즈 사용자는 RX6000 시리즈 사용자보다 11배 더 많다. 고성능 GPU 기반의 게이밍 PC 10대 중 라데온 하이엔드 라인업을 장착한 PC는 1대가 채 못 된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PC방에서도 라데온 시리즈 그래픽카드 장착 비중은 매우 낮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2022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물량 공급도 원활해질 가능성이 적다. 가격 대비 성능으로 RTX3000 시리즈에 견줄 만한 RX6000 시리즈이지만, 가상화폐 채굴과 물량 공급 부족 등의 이슈로 가격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AMD 그래픽카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 반등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한편, 엔비디아는 2021년 2분기 약 914만 개의 데스크톱 그래픽카드를 공급했는데, 전분기 대비 24만 개 줄어들었다. AMD 역시 같은 기간 228만 개의 그래픽카드를 출하했지만 전분기 대비 10만 개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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