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7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 가동률이 끝도 없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지난 8월 23일부터 29일까지, 8월의 마지막 주간 PC 가동률이 14.99%로 집계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5% 선이 무너진 상태다. 이 같은 가동률 하락세는 정부의 고강도 방역수칙으로 인한 영업제한 조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는 VPN 서비스의 득세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렁으로 빠지고 있는 PC방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불법 VPN 서비스를 방관하던 게임사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제재에 나서야 한다. 오늘도 VPN 업자들은 PC방 업계를 좀먹으며 수억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있다.

불법행위가 분명한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VPN
우회접속프로그램 등의 기술적 명칭인 VPN이 PC방 업계에서 퇴출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음성적으로 서비스가 이뤄진 지 십수 년이 지나면서 이제 게이머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서 ‘VPN PC방’ 또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인 ‘지피방’ 등을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관련 사이트가 검색되며,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집PC방, 원격PC방, PC방 혜택 등을 설명하며 집에서도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대놓고 홍보하고 있다.

이 같은 VPN 서비스 사용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는 아직 관련 통계가 집계된 적이 없어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일부 VPN 서비스 업체 관계자들을 통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PC방에서 집계되지 않는 수많은 게이머들이 집에서 VPN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PC방이 아닌 집에서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고 알려진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와 넥슨의 <피파온라인4>,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이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이사장 김기홍, 이하 PC카페조합)에서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를 방문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가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인 ‘<리니지> 스트리밍 플레이’는 게임사가 VPN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꼴이다. PC방과 <리니지> 유저를 게임사가 중개·연결하겠다는 것인데, VPN 업체를 적발해 제재를 가해야 하는 게임사가 직접 VPN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가동률 추락에 VPN도 한몫, 그대로 뒀다간 PC방 생태계 무너질 수도
PC방 업계에서 VPN 서비스가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세상에 출연한 이후 약 15년 가량이 지난 것이다. 과거 VPN 업체들은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음성적으로 홍보해 왔지만, 최근에는 유명 게임 유튜버 등을 동원해 홍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게이머들이 밀집한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 공공연하게 광고를 하고 있다.

처음 VPN이 출연할 당시에는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문제가 반복되자 유일하게 게임사의 이용약관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고, 결국 PC방 단체가 국내 모든 게임사에 약관위반을 비롯해 PC방 업계와의 상생 방안으로 VPN 업체의 퇴출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됐다.

이후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VPN 업체를 제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며, VPN 업체들이 게임사들의 모니터링을 의식해 서비스 루트를 더욱 교묘하게 확장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실제로는 PC방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PC방 사업자를 내고, IP를 확보해 실제 존재하는 PC방처럼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올해 초 VPN 업체를 비롯해 변종 PC방과 지피방 등에 대한 단속을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단속이 가능한 범위는 영업허가를 내준 형태와 다른 사업을 영위할 경우 해당 시설을 폐쇄 조치하는 등에 국한되어 있다. 결국 정부도 온라인게임사에 강력한 제재를 권고하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VPN 업체의 실정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이용하고 있는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방법이 없다. VPN 업체에 IP를 제공하는 PC방을 매월 수십여 개씩 적발해 제재 내역을 공개했던 게임사들도 이제는 한 달에 고작 1~2개 업체들만 제재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VPN 업체들이 대놓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 게임사들의 모니터링을 정교하게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PC방 업주들의 무관심 또한 이들이 더욱 득세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결국 제도권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전문적으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기관이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고강도 방역수칙으로 영업에 제한을 받으며 생존에 큰 위기를 맞이한 PC방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으로 VPN 업체 퇴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7월 엔씨소프트를 항의 방문한 PC카페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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