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6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는 해를 넘겨 올해 상반기에도 PC방 업계를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4차 대유행 전망이 나올 정도로 확진자 발생 추이는 개선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방역당국의 정책 역시 완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 PC 가동률 회복세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 2017년 창업 이후 서울 장안동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아이엠피씨도 이런 코로나 쇼크를 정면으로 엊어맞은 PC방이다. 비틀거리는 것은 여타 매장들과 똑같지만 나름대로 고난을 헤쳐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폐업으로 고꾸라진 매장과는 다르다.

지난 2017년 10월호에서도 만나 본, 창업 4년차 아이엠피씨의 이야기 속으로 다시 한번 들어가보자.

동대문 대표 PC방도 코로나한테는 안돼
2017년 9월 이후 오랜만에 다시 찾아간 아이엠피씨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4년 전에도 눈에 띄던 깔끔한 매장 상태는 코로나 시국에도 그대로였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나연 사장은 “지난 1년이 10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많은 일이라는 게 대부분 안 좋은 일들이었고, 마음고생이 정말 많았다”라며 “그래도 올해 들어서는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한결 낫다”고 말했다.

어느 매장이나 그러하듯이 아이엠피씨에게도 지난해는 큰 위기를 맞았다. 당찬 포부를 갖고 PC방 업계에 발을 들였던 자신감도 점점 잃어갔다. 한 달마다 매출을 정산하면 그래프가 곤두박질치는 것이 보였다.

특히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정말로 죽을 맛이었다. 최저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8월 중순에 수도권 PC방 영업중단이 발효됐고, 매출 없이 큰 지출을 감당해야 했다. 이 사장은 텅 빈 매장에서 하루하루 쌓여가는 빚과 먼지를 마주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새 출발의 시작
밤새 우두커니 앉아있는 날이 많았고, 심리적 압박이 극에 달하다 보니 건강도 크게 나빠졌다. 이때 망가진 건강 때문에 아직도 병원 신세를 지고 있을 정도다. 의사는 누적된 과로와 신경성 면역력 저하라고 진단했다. 면역에 문제가 생기면서 없던 알러지까지 생겼다고 한다.

매장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마냥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는 새롭게 출발하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주저앉아 있기만 해서는 아이엠피씨도 끝이라는 절박함이 행동으로 이어졌다. 영업 재개 이후 하나둘 돌아오는 손님들도 큰 힘이 됐다.

아이엠피씨의 매장 리뉴얼 프로젝트가 시작된 시점도 이때다. 리뉴얼의 큰 줄기는 ‘통갈이 PC 업그레이드’와 ‘먹거리 비중 확대’ 두 가지로 설정했다. 삼엄한 방역 기조를 감안해 ‘PC방으로 오세요’라는 식의 요금할인 이벤트를 지양할 수밖에 없었고, 주방 자원을 활용한 먹거리 배달에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 속 먹거리 배달은 전화위복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면서 아이엠피씨는 매출의 약 30%가 증발했고, 자구책으로 나온 것이 먹거리였다. 이 사장은 PC방의 덕목으로 ‘청결’을 가장 중시하는데 손님이 없으니 청소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었다. 이렇게 남는 시간을 음식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환한 것이다.

다만 좌석이나 흡연실 청소에 들이는 시간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일단 철칙은 매장에 방문한 손님이 우선이다. 또한 먹거리 비중 확대에 중점을 두면서 주방에는 과거보다 더 신경을 쓰고 관리했다.

배달도 시작했다. 먹거리 배달을 결심한 이후 한두 달은 올인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역량을 집중했다. 현재 아이엠피씨의 배달 매출은 월 2,500만 원 정도에 달할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 전화위복인 셈이다.

그러나 배달이 술술 풀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배달 업체의 업무처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뎠고, 이 사장은 스케줄은 꼬이기 시작했다. 모든 일을 문서로, 원칙대로 처리하다 보니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이 사장은 “혹시나 먹거리 배달을 시작하려는 PC방 사장님들이 있다면 이 부분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계셔야 한다”며 “PC방 사장님들 모두가 구상하고 있는 플랜이 있을텐데 낙관적으로 스케줄을 짜면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장과 배달, 이원적인 먹거리 운영
아이엠피씨의 먹거리 아이템 운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항은 ‘배달 메뉴’와 ‘매장 메뉴’를 완전히 분리한 것이다.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투입하기 위한 조치로, 이 사장은 배달 음식 판매 상황 및 추이는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배달 메뉴에서 핵심 전략 메뉴는 ‘1리터 음료’다. 아이엠피씨가 시그니처로 내세운 ‘1리터 음료’는 높은 퀄리티와 손으로 직접 만드는 점을 부각했다.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5,000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1리터 음료’ 전용 용기를 마련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확립했다.

매장 전용 메뉴에서는 메뉴 로테이션이 눈길을 끈다. 마치 <리그오브레전드>가 챔피언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처럼 아이엠피씨도 주기적으로 주요 메뉴를 로테이션으로 돌린다. 이유도 <리그오브레전드>와 같다.

아이엠피씨는 상권의 특성상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님의 야간 비중이 상당한 매장이며, 이런 손님층은 단순 게이머라고 하기 어려운 성격을 띤다. 이들은 주머니 사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동시에 PC방은 식사 및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손님들이다. 이들에게 PC방을 탁월한 게이밍 공간으로만 어필하면 한계가 있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챔피언 로테이션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처럼 아이엠피씨도 먹거리 로테이션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렇게 먹거리 파트를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요식업계에 종사했던 아버지의 큰 도움 덕분”이라며 아버지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오직 게임에만 집중하지 않는 아이엠피씨의 스탠스는 와우시네, 티빙,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게이머가 아닌 손님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PC방에서 즐길 수 있는 비게임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시국에 PC 업그레이드까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아이엠피씨는 취재를 위해 방문한 바로 전날 PC 통갈이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요즘 ‘귀하신 몸’이 된 그래픽카드 상자가 통로 곳곳에 쌓여있는 모습은 업그레이드 당일의 분주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시국에 통갈이 업그레이드는 분명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터다. 이 사장은 “지난해 영업 중단으로 손님들의 매장 이용에 공백이 생겼다. 이는 PC방을 운영하는 업주 입장에서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PC방에 발길을 끊은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빚까지 내서 강행했다고 한다.

이 사장은 업그레이드 주기를 짧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그레이드 주기가 길어지면 그만큼 시대에 뒤처지는 사양으로 영업을 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님이 체감하는 게이밍 환경을 낮춰서는 미래를 꾀할 수 없다는 생각에 업그레이드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PC방과 궁합이 좋지 않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AMD 제품들을 고집하는 이유는 지난 4년 가까이 OS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CPU만 교체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업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매우 높다”는 얘기다.

이나연 사장은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PC방에 최적화된 나만의 세팅값을 찾았다. 때문에 AMD 라이젠으로 결정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면서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생존의 비결이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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