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6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들어 게임사들이 연봉 인상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다수의 게임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연봉 인상안을 발표하는 것이 마치 축제처럼 보일 정도다. 미래를 대비한 인재 확보 차원에서 몸값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게임사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인건비 상승이 올해 실적에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산업 성장에 따른 흐름이라고 진단하면서 인건비 자체보다는 게임의 흥행이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세상이 도래하면서 게임사들의 실적도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연봉을 올리고 사람에 투자하는 흐름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PC방 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PC방 업주들은 게임사들이 PC방 과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줄 것을 바라는 눈치지만 단발성 지원책 외에는 주목할 만한 발표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으며, PC방으로 게이머들의 발길을 돌릴 만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은 오히려 줄어든 실정이다.

눈부신 연봉 인상 잔치 시작
올해 연봉 인상 소식을 알린 게임사는 넥슨(800만 원), 넷마블(800만 원), 엔씨소프트(1,200만 원), 네오위즈(전직원 600만 원), 스마일게이트(800만 원), 크래프톤(2,000만 원), 웹젠(연봉+인센티브 평균 2,000만 원), 펄어비스(800만 원 추가 인상, 200만 원 추가 보상) 등이며, 이 외에도 PC방 업계에 생소한 모바일게임 업체들도 잇달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또한 넥슨·넷마블(개발직 5,000만 원, 비개발직 4,500만 원)을 비롯해 크래프톤(개발직 6,000만 원, 비개발직 5,000만 원) 등 신입사원의 연봉도 인상했다.

엔씨소프트는 신입사원 최소 연봉이 개발직 5,500만 원과 비개발직 4,700만 원이지만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해 연봉 상한선을 폐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 직원 대상 정기 인센티브와 우수 직원에 대한 추가 연봉 인상도 결정했다.

연봉 인상 다음은 채용 경쟁
연봉을 올려 매력을 어필하고 있는 게임사들은 2차전이라고 할 인재 채용에 들어갔다. 넥슨은 3자릿수 대규모 특별 수시 채용을 발표했다. 프로그래밍, 기획, 아트, 프로덕션,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모집 중이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웹젠, 게임빌·컴투스, 웹젠 등도 하반기 공개채용을 계획 중이며, 스마일게이트와 네오위즈 등도 수시채용 중심으로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공개 채용 규모를 수백 명 단위로 대폭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앞 다퉈 연봉을 올리며 인재들을 유혹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게임사들이 수시 채용보다 훨씬 적극적인 방식으로 인재 모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 인상 경쟁은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환영과 우려, 반응 엇갈려
유례를 찾기 힘든 연봉 인상 경쟁에 대해 업계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크런치 문화로 인한 업무 과다가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게임사 노조들이 공동으로 대처하고 고용노동부에서도 주시하는 사안이었다. 연봉 인상은 게임사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처우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는 견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경쟁적인 연봉 인상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게임사들은 인재 확보는커녕 경력직 인력들의 대거 이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게임 개발자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게임업계의 연봉 인상이 달갑지 않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게임사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커질수록 영업이익이 줄고, 이는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게임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인건비 상승분은 미비하다는 반론도 있다. 또한 하반기에는 신작 모바일게임들이 일제히 출시를 예정하고 있어 흥행 정도에 따라 실적은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추가적인 연봉 인상까지도 가능하다.

지난해 게임사는 PC방에 뭐했나
라이엇게임즈는 <발로란트>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발로란트 PC방 응원 포인트’ 116,500 포인트(정량시간 455시간)와 <리그오브레전드> 정량시간 300시간에 해당하는 ‘PC방 상생 쿠폰’을 지급했다. 또한 강화된 방역수칙 준수를 돕기 위해 재사용 가능 마스크와 마스크 분실 방지 스트랩 그리고 손 소독제를 제공했다.

넥슨은 엔미디어플랫폼을 통해 ‘게토 PC방 이용권 이벤트’를 실시, PC방에서 인게임 이벤트에서 획득한 PC방 무료이용권을 PC방에서 사용하고록 집객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또한 PC방9월분 이용료 페이백을 실시하고, 엔미디어플랫폼은 가맹점의 관리비 면제 프로모션을 두 달 동안 진행했다.

엔씨소프트는 코로나 초기에 PC방 정량시간 두달 분을 무료로 제공하는 PC방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PC방에서 엔씨표 게임들이 실행돼도 G코인이 소진되지 않으며, 게이머가 받는 PC방 혜택은 그대로 유지돼 호평을 이끌어 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펍지주식회사와 손잡고 ‘PC방 D코인 페이벡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D코인’은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하는 <배틀그라운드>와 <패스오브엑자일>의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받기 위해 소비되는 포인트로, 전국의 카카오게임즈 PC방 가맹 업주들은 별도 신청 없이 약 한달 간 소비된 PC방 D코인 전액을 무료 D코인으로 제공했다.

PC방에도 주가가 있다면 폭락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방 업계는 게임사들의 연봉 인상 축제를 앉아서 바라보기가 영 불편하다. 게임산업의 성장과 함께해온 PC방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었고 그 여파는 아직도 살벌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게임업계는 이런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며 ‘돈 축제’를 벌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PC방 업주들은 “동료가 업계를 등지고, 알바가 매장을 떠나고, 손님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착잡함은 말로하기 어렵다”라며 “분명히 게임사들이 PC방 업계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복지부동하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특히 연봉을 올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PC방 과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고통분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태도는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협회와 조합 그리고 비대위 등에서 공동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게임사에 전달해 상생방안 마련을 요청했으나 아직 제대로 된 답변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라이엇게임즈,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의 게임사들이 PC방에 게임 이용료 면제, 할인, 페이백 방식으로 지원에 나서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면서 동행하는 도움은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게임사들의 이런 행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